The creep
w.디알
통장에서 돈도 빼왔고 일부러 다른 약속도 다 끊어놔서 시간도 많은데 평소 얄팍한 인간관계를 자랑 하듯이 연락 할 사람도 몇 없었다. 그럼 오랜만에 재효나 볼까? 완득이를 보러갔다가 사람들에게 시내에서 이리저리 채인 날 안재효는 안전을 위해 이태일을 택시에 태워보냈다. [형 너무 작아서 그러다 밟힐듯…☆★] 택시에 실려 평촌으로 가는 동안 안재효에게 받은 문자가 자존심을 찔렀지만 매우 아련해서 보관함에 저장해놨다. 생긴건 엄청 무뚝뚝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좀 헐렁하고 귀엽고 그른다.남자 여럿이랑 있으면 꼭 몰이 잘 당할것같은 느낌이다. 다시 흰별깜별이 아로 새겨진 문자를 보다가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못 만난다고 거절하면 '너 보려고 왔는데 평촌에서 한남까지 그 먼 거리를 다시 가라고?' 하면서 강제로 나오라 할 생각이였다. 내가 다 내주겠다는데 설마 거절할까? 이미 정한해가 다시 잡아 보겠다는 말 뿐일 과팅은 생각속에서 지워졌다. 만나서 재효랑 뭐하지? 오, 놀 생각하니까 신나!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이 울렸다.
* * *
안재효는 갑자기 걸린 독감으로 인해 학교도 빠지고 방에 틀어박혀 골골대고 있었다. 좀 괜찮은듯 해서 일어나면 먹은것도 없는데 토가 쏠리고 계속 누워있으면 갑갑해서 미칠 지경이였다. 이민혁은 뭐 할까. 친구란게 괜찮냐고 문자도 안 보내주고. 아플때 혼자 있는게 을매나 서러운지 뼈저리게 느꼈다. 엄마가 죽을 차려주고 간 걸 몰라서 나중에 식탁에서 그걸 발견했을 땐 다 식어서 밥풀이 손톱만큼 불어있었다. 이거라도 먹어야지 해서 한 숟가락 퍼먹었는데 고걸 토했다. 현대의학이 발달하긴 개뿔, 약 쳐먹어도 안 낫는데 어쩌란 말이야! 존나 조랑복은 어쩔수 없어! 안재효는 결국 주사라도 한 대 맞아야겠다 싶어 지갑을 찾았다. 으아니?!! 돈이 없잖아!!! 지갑을 내던지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은 안재효는 이태일에게 받은 카메라값을 어느 곳에 탕진했나 생각했다. 딱히 쓴 곳은 없는 것 같은데. 얼마는 마이너스의 손을 가져 뭐든 자주 떨구는 탓에 액정나간 핸드폰, 변기에 빠트린 MP4 수리비로 썼고 나머지는 통장에 입금했다. 통장은 엄마한테 있는데? 하, 싯팔. 아파도 주사맞을 돈까지 없다니. 열이 더 오르는 것 같았다.바닥을 기어서방으로 다시 들어왔는데 핸드폰이 까똑거렸다. 설마 이민혁? 침대위에 있는 핸드폰을 낚아채고 홀드를 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태일에게서 온 카톡이였다.
[NAWA]
'나와'도 아니고 'NAWA'란다. 아파죽겠는데 나오라니 지금 누구 약올리나. 답장할 가치를 못 느끼고 핸드폰을 내려놨는데 또 카톡이 왔다. 아, 이 형이 귀찮게 왜 이래.
[오늘 내가쏠게]
안재효는 얼른 답장했다.
[돈많아요?]
[얼마면되]
[ㅋ??됐고 나 병원좀 데려다줘요,,아픈데 돈이없어서 병원도못가요]
[약없어??]
[먹어도효과음슴]
[ㅉㅉ알겠어 전에갔던 분식집으로왕]
[ㄱㅅ]
[성의가없구나]
[♥]
[너는7ㅔ이다]
안재효는 마지막 카톡을 보고 그냥 나가지 말까 하다가 외투를 입었다. 4월로 접어들면 날씨가 좀 풀릴때도 됐는데 감기 탓 인지 겨울이랑 다를게 없다. 길을 걷는 동안 안재효는 너무 추워서 울 뻔했다. 머리가 핑핑 도는구랴…. 횡단보도를 가운데 두고 맞은편에 분식집 앞에서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이태일이 보였다. 오랜만에 보니깐 되게 반갑네. 갑니다, 가요.
* * *
"가서 집전화로 전화해."
"응."
"앞으론 집 막 나오지말고."
"알겠어. 어여 가, 지각할 것 같은데?"
"여기까지 오느라 이미 지각했어. 다음에 올 때 차표값 갚아."
"응. 아, 버스왔다. 갈게."
"꼭 전화해."
"알겠다고요, 이 사람아."
마트에서 정말 하룻밤을 새고 다음 날 버스터미널로 사촌동생을 바래다줬다. 우지호와 박경은 퀭한 눈으로 나란히 버스에 올랐다. 이미 등교시간이 지나서 버스는 텅텅 비어있었다. 학교에 도착할 때 까지 한 명씩 번갈아가면서 자기로 하다가 결국 둘 다 자서 학교와 삼십 분 거리의 종점에서 내렸다. 박경은 우지호에게 마구 마구 역정을 냈다.
"야, 너 깨있기로 했잖아!자면 어떡해!"
"졸려서…. 아씨, 그냥 학교 가지말까?"
"미쳤어? 학교는 꼭 가야지. 임마."
"왜?"
"어? 왜긴! 김, 김유권 혼자 있잖아."
아주 김유권 좋아한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라, 차라리. 겨우 택시를 잡아서 만 오천원이나 깨고 이교시가 끝날시간에 학교로 들어섰다. 사촌동생 차표값 때문에 빈털털이인 박경 대신 돈을 낸 우지호는 박경의 돈 갚는 속도가 매우 느린 걸 알고 있어서 우울했다. 왜!!! 난!!! 전 부터 돈 복이 없는거야!!! 앞서 가던 박경이 갑자기 반 문을 열고는 우뚝 멈춰 섰다. 뒤에서 가방을 퍽퍽 치며 빨리가라고 재촉해도 박경은 움직일줄을 몰랐다.
"야, 안 들어가고 뭐해."
"권이 없어. 권이, 권이 없어."
"뭐야. 이 찌질이가. 화장실 갔을수도 있지."
"이건 화장실 간게 아니야, 진짜로!"
"어떻게 아는데?"
"직감."
우지호는 코웃음을 쳤다. 직감같은 소리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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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항상 이상한데서 끊기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죄송해요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사랑해요!블락비 인가 테이크 세븐이래요!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