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학원 남자애, 전원우
1
-너세봉
-네
지금 나는 이 겨울에 편도 한 시간 반이 걸리는 학교에 와있다. 그것도 아침 9시에. 이유는 계절학기.
전원우랑 연애한다고 공부를 제대로 안 한 내가 멍청했다. 전원우 학점 물어보니까 쟤는 3.5 넘던데 왜 나만 학점이 쓰레기인거지? 나 혼자 연애한거니?
-원우야, 자?
-잠이 와?
-난 지금 이 시간에 학교라고
-원우야..
-야 전원우...
-원우야...저너누...
-나 이제 수업 시작해, 일어나면 톡햄 ㅠㅠ
아침 6시 반에 기상해서 계속 톡을 보냈지만 어제 새벽 2시까지 연락하다 잤는데, 일어났을 리 없지만 괜히 억울한 마음에 톡을 보내다 수업이 시작했다.
-지잉
수업에 집중해야하는 거 알지만, 원우 톡일텐데 확인 안 할 수가 있나
-미안미안, 나 이제 일어났어!
-무슨 수업 듣는다고 그랬지?
교수님 눈치 때문에 대충 과목 명만 답장 보내고 다시 수업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중간고사 며칠 안 남은 거 알죠? 복습 열심히 하세요."
"네...."
종강한 지 1주일도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시험기간이라니 믿기지가 않는 계절학기다 진짜.
교수님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충 짐 챙기고 강의실을 나가면서 원우 연락을 확인했다.
-나랑 늦게까지 톡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느라 고생했네
-수업 열심히 듣고 있어?
-끝나면 연락해
-나 지금 수업 끝났어
점심 먹을까 말까 고민 중이라고 치면서 강의실 문을 열었는데 내 눈 앞에 보이는 건
우리 원우
"서프라이즈~"
"헐 뭐야? 너 내 강의실 어떻게 알았어?"
"너 수업듣는 거 뭔지 물어봤잖아."
"와 그걸로 알아냈어?"
"그것도 있는데 너가 에브리타임에 시간표 올려놨잖아 그걸로 알아냈어 사실."
"뭐야~ 그래도 수업 끝나는 거 맞춰 온거야?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지 않았나?"
"눈 뜨자마자 나왔어 나~."
"와 근데 너 왜 말도 안하고 와. 너 내가 오늘 학교 돕바 입고 안경 쓰고 왔으면 진짜 생각만해도 끔찍해."
"왜?"
"왜긴 왜 왜야. 너 보는데 그렇게 왔어봐. 숨을 수도 없고 답도 없지."
"그래도 예뻐."
"아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마."
"너세봉."
"왜!"
"진짜야. 뭘 어떻게 해도 예뻐."
진짜 전원우 얘는 이렇게 훅 들어오더라 꼭.
"또 귀 빨개졌네 우리세봉"
"원우야..."
"응?"
"배고파, 밥 먹자."
"진짜 못 말려, 가자. 뭐 먹을까? 너희 학교는 앞에는 뭐가 맛있어?"
이렇게, 연애 잘 하고 있습니다.
2.
"세봉아"
"왜애-"
"얼굴 보고 싶어."
"시험기간이잖아, 안 돼. 끝나고 봐."
"넌 나 시험 끝나는 날부터 시험 시작하잖아!"
"참아-"
"같이 공부하면 되잖아!"
그렇게 원우의 말도 안 되는 찡얼거림에 못 이겨 원우네 학교 도서관에 와버렸다.
"원우야, 솔직히 이거 민폐 아닐까? 남의 학교 도서관인데, 심지어 시험기간이야. 이건 민폐 같아."
"책 열람실은 사람들 적어. 거긴 칸막이도 아니니까 괜찮아."
누가 알았을까, 완벽한 FM일 것 같은 전원우가 이렇게 행동할 줄을.
근데 전원우, 진짜 공부만 한다.
물론 진짜 공부 하러 오는 도서관이지만, 내 얼굴 보고 싶다며?
내 얼굴 보고 싶다고 부른 게 전원우 아니야? 어쩜 그렇게 공부만 해?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전공 책을 보는데, 수 많은 영어 때문에 나도 모르는 새에 졸았나보다.
누가 내 왼손을 꼭 잡아주는 느낌에 정신차리고 보니까 웃고 있는 원우 얼굴.
민망함에 눈알 굴리면서 다시 펜 잡고 공부하는 척하니까
작게
-파하
하고 웃으며 손에 쥐여주는 건 차가운 캔커피.
작게 입만 뻥끗거리며 하는 말은
'마시면서 해. 자는 모습도 예쁘긴 하지만.'
진짜 스윗해서 좋다, 원우야.
내 답장은 이거야,
원우 전공책에 그려놓는 작은 하트.
사랑해.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해요. 글 좀 써보려고 할 때 쓰차가 꽤 길게 잡혔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올 연말 즈음해서 풀렸어요!(앗, 올 연말이 아니군요... 2016년 연말이요ㅠ) 원우 이야기를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급하게 쪄 본 조각 글들입니다! 분량이 적은 감이 있지만 ㅠㅠ 독자분들 새해에 기분 좋으시라고 빠르게 준비해봤어요! 독자님들 2017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아프지 말고, 제 부족한 글도 많이 많이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당!!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