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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은 눈을 떴다. 눈을 감고 있던 것 같진 않았는데, 눈이 뜨였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김선은 당황스러웠다. 당황스러운 김선의 눈에 무엇인가 눈에 들어 왔다. 저 멀리, 조금이라도 빨리 그 자리를 뜨고 싶은 듯 발걸음을 재촉하는 폐하,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뱀...박중원.
폐하...박중원....오라버니.
그제서야 오라버니에 대해 떠올린 김선은 다급하게 그녀의 오라버니 김신을 찾았다. 곧 그녀는 자신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피를 흘리며 앉아 있는 김신을 발견했다.
김선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김신은 누구보다도 우직하며, 용맹한 장군이었으며 누구보다도 다정했던 오라버니였다. 그의 가슴팍에 꽂힌 검은 그곳에 있으면 안되는 검이었다. 그는 칼에 베일 사람이 아니라, 칼을 쥐고 전장에 나가는 사람이다. 그는 장수하며 나라를 지킬 인물이어야 한다, 이런 곳에서...
아니, 어쩌면 내가 아직 도울 수 있을지 몰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김선은 자신의 소중한 오라버니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오라버니가 계실 곳은 이곳이 아니야...김선은 그렇게 생각했다.
바로 그 때, 갑자기 검은 의복의 사내가 나타났다. 그곳에 언제부터 있었는지, 처음 보는 사내였다. 검은 의복, 검은 갓. 기묘한 기운이 흐르는 사내. 그는 김신에게 달려가려는 김선을 막아섰다. 김선은 순간 놀라 발걸음을 멈추었다. 저 자는 궁에서도, 궁 밖에서도 본 적이 없는 사내인데. 내가 누구인지 모른단 말인가?
“무엄하다! 어찌 감히...!”
사내는 김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사내는 김선의 뒤를 가리켰다. 뒤를 돌아본 김선은 하늘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뒤에는 그녀와 같은 의복, 같은 머리 장식을 한 한 여인이 화살을 맞고 쓰러져있었다. 흰 의복과 흙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가련한 여인.
그 여인은 바로 김선 자신이었다. 김선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대체...왜...” 그녀가 말했다.
“이름 김선, 문종 25년 출생. 정미일 미시, 사망. 원인 과다출혈. 본인, 맞으시오?”
사내의 말을 들은 김선은 여러 생각을 했다. 저 말이 무슨 뜻이지? 분명 내가 저자가 말하는 김선인 것인가? 저자는 어찌하여... 누구지? 어떻게 이런...저 비참하게 죽은 여인이 나인가? 혹은 그저 나를 닮은 여인이 아닐까..? 혼란스러워하는 김선의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내 김선은 깨달았다.
아, 나는 죽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