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성에 돌아왔다. 크리스는 이것을 다시 돌아온것으로 해석했다. 근 며칠을 시우민의 뜻대로 가지 않았던터라 어느새 이 성문을 두드리는것도 어색함을 느꼈다. 어색함을 딛고 문을 두드리자 문은 하루도 빼먹지 않은것처럼 열렸다. 다만 조금 달랐던건 그가 뛰쳐나와 반기지 않은 점이었다. 여태까지와 다른 발걸음으로 다른 생각으로 가는 방은 어릴적 괴물이야기처럼 두렵고 환상적이었다."레이."나즈막히 이름을 부르자 구석쪽에서 옷깃들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냥 멍한것인지 무언가 생각에 잠긴건지 어찌 보면 섬칫한 표정이었다. 크리스는 조심스럽게 그 쪽으로 발을 옮겼다."..미안해. 기다렸어?"레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높은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잠시동안 주변이 고요해졌다. 마주친 눈에는 여러가지것들이 한데 섞여있었다. 마음이 저릿했다."많이 기다렸구나."크리스가 레이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손을 뻗어 볼을 쓰다듬자 레이의 고개가 다시 내려갔다. 손을 다시 거두자 레이는 그 자세로 요지부동이었다. "말 하기 싫어?"크리스는 점점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갑자기는 시우민이 밉다가도 또 순간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느끼고, 또 그의 외로움을 느꼈다. 마침내 레이가 입을 열었다."내가 갇혔다 그랬죠? 근데 나는 정말 끝내주는 꿈을 꾼것 같아요. 이제 깨어났지만."어릴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예 시작점이 없다면 모든것은 뒤바꿔져 있을것이다. 어쩌면 자신은 이 작은 동네에 없을지도 몰랐다."오지 않는동안 하루는 슬펐고 하루는 기뻤고 그 다음부터는 담담했어요. 오랫동안 크리스가 와줘서 좋았어요. 나는 여기가 너무 무서웠으니까."레이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제 울기보단 그저 웃는쪽이 더 편했다. 둘 다. 웃는 모습이 꼭 어릴적 잃었던 모습을 보는것 같아 좋았다. 다같이 동네를 돌던 그때 웃음이 보여서. 크리스는 숨소리를 느꼈다. 지쳤다는 그의 숨소리가 여실히 전해졌다."나랑 나가자.""나도 나가고 싶지만 어쩌겠어요. 나는 이 성이 아니면 힘이 없어요."레이가 고개를 저었다. 풀이 죽은듯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자신만의 세계가 갇혀 듣지도 보지도 아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나가려고 발버둥 치는 껍질 속 아기새에 불과했다."나는 니가 정말 좋아. 여기 안 오는 동안 보고싶었어."그 말에 레이는 잠시 고민하는듯 보였다. 나올듯 아닌듯 레이는 그렇게 시간을 할애했다."크리스 내가 정말 갇힌거에요? 난 여기가 끝인 줄 알았는데. 시작도 끝도. 아니에요?"아니에요라고 묻는 그 말끝이 너무 천진해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넌 왜 여기있어? 크리스는 그의 본질에 다가서기로 결심했다. 한참을 까득까득 손톱을 물어뜯던 그는 한번 재채기를 했다."있잖, 아요."그는 킁킁거리며 코를 들이마셨다."내가 여길 나가도 괜찮을까요. 무서워요. 크리스도 여기 올때 무서웠잖아요."레이는 드디어 제대로 눈을 맞췄다. 너무도 고요한 탓에 작은 떨림 소리마저 귀에 들어왔다."내가 지켜줄께."잠깐은 온 성의 물건이 들썩인것처럼 큰 소음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저 긴장의 표현이었을까. "너 그냥 아니야. 다시 끝내주는 꿈 꾸러 가자."그는 천천히 내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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