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의 백성 - 희영
본 글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조선을 배경으로 나아갑니다.
경성블루스 十
탕, 탕, 탕! 콰앙, 쾅!!!!!
귀가 터질 듯한 총성이 연달아 세 번 울리고, 연회장의 어디선가 굉음이 들려왔다. 희뿌연 연기가 새어나오고 지면이 흔들리는 것을 보아 폭탄이 터진 것이 분명했다. 총성이 울리자마자 눈앞에선 공중으로 피가 튀어 올랐다. 사람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혼비백산으로 도망치기 시작했고, 2층 테라스로 연결된 계단으로는 경비와 군인들이 오르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앞에 앉아있던 야마구치가 배를 감싸며 테이블에 쓰러졌다가 바닥에 고꾸라졌다. 고통스러운 숨소리를 내며 엎어져 있는 야마구치 앞으로, 테이블 위에는 나이프가 올라가 있었다.
이 자에게 아직 숨이 붙어있다. 작전은 끝나지 않았고,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이프를 쥐려고 뻗던 손을 누군가 잡아챘다.
“ 도망쳐야 합니다! 어서! ”
타카히로 군이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소리치는 그의 목소리 뒤로 그의 형이 경비들을 부르는 모습이 보였다. 군인들이 다가와 야마구치의 상태를 확인하고 엄호했고, 이렇게 된 이상 당장 그를 척결하는 것은 무리에 가까웠다. 내 손을 꽉 붙잡고 테이블 사이를 빠져 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에서 초조함과 다급함이 묻어났다. 커튼으로 가려져 보이지도 않는 테라스에서는 총소리가 난무했고, 창고와 가까운 계단에서는 피칠갑을 한 사람들이 굴러 떨어졌다. 나는 나의 임무를 맡은 바 다했고, 본래라면 이들을 따라 연회장 밖으로 도망치는 것이 맞았는데,
왜이리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인가.
폭약으로 인해 피어오른 연기는 연회장의 입구로 가까워질수록 더 짙어졌고, 자연스럽게 눈이 따가워지며 눈물이 맺혔다. 앞장서 나아가는 남자의 등 말고는 모든 것이 분별하기 어렵도록 희미해 졌을 때, 뒤에서 누군가 밀치는 바람에 그의 손을 놓쳐버렸다. 바닥에 넘어지며 손바닥에는 깨진 유리 파편이 박혔고, 발목은 삔 듯 고통이 잇따랐다. 그렇잖아도 혼란에 빠져 허우적거렸건만, 아무래도 너무나 진실된 현실이었다.
” 아마야 양! 괜찮으십니까?! “
그의 격양된 목소리가 연기 사이를 비집고 들려왔으나 형체는 보이지 않았고, 자리에서 일어나고자 바닥을 짚으니 손발목이 동시에 화끈거렸다. 조금 삔 정도라고 하기에는 순식간에 근육이 부어 오르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부어오른 손목을 매만지며 앞을 쳐다보던 그때, 힘에 의해 오른쪽으로 몸이 쏠렸다.
믿을 수 없게도, 눈 앞에 서 있는 것은 민윤기였다. 본인에게 피가 묻은 것인지 아니면 피가 본인을 삼킨 것인지 알 수 없는 형태로 나타난 그가, 두건 위의 두 눈으로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한 손으로 내 팔을 꽉 쥔 채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훑어보던 그가 다시 눈을 마주쳤다.
“ 아마야 양! 어디 계세요! “
귀에는 여전한 야마구치 상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눈에는 그의 이마에 흘러내리는 피가 들어왔다. 그에게 손을 뻗자 민윤기는 바로 내 손을 잡아채 내렸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는 내게 꽂혔던 시선을 거둬 등을 보이고 다시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이럴 시간이 없었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앞으로 나아가자 나를 발견한 타카히로 군이 당황한 얼굴로 달려와 상태를 확인했다.
“ 다리를… 다치신 겁니까? ”
“ 넘어지면서 그만… 저는 괜찮습니다. ”
떨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던 그가 짐짓 비장한 표정으로 재킷을 벗어 내 어깨에 둘러 주었다. 팔 소매를 걷어부치는 남자를 의아하게 올려다 보자, 실례하겠다는 말과 함께 허리를 숙여 갑자기 나를 들어 안았다. 공주님 안기듯 안긴 모양새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니 앞으로 척척 걸어나가며 그가 말했다.
“ 저를 꽉 잡으십시오. 지켜드리겠습니다. “
그의 얼굴에 맺힌 땀방울이 느릿하게 흐르고 있었다.
“ 지금 이게 말이나 되는 상황이야?! 이런 큰 행사에서 버러지같은 독립꾼 조센징들이 활개를 치게 뒀다니!! 대체 네놈들은 그 돈을 처받고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뭐냔 말이다! ”
“ 송구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
이마에 흐르는 피를 찢어진 테이블보 천으로 막으며 소리치던 관료 하나가 씩씩대며 바닥에 천을 내던졌다. 일렬 횡대로 선 일본군들 중 가장 앞에 선 자를 째려보며 발로 복부를 걷어찼다. 뒤로 넘어진 일본 순사는 비명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자세를 고쳤다.
거리에서 가장 눈에 띌 정도로 큰 건물이 총소리와 굉음으로 난리가 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앞으로 모여 들었다. 다리 또는 팔 등, 자잘한 부상을 입은 고위급 인사들이 부축을 받아 입구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본 관료 급 남자는 들끓는 화를 못 참고 순사의 허리춤에서 칼을 빼앗아 들었다. 당황한 일본 순사의 목에 쌩칼을 겨누자 그 목에서 피가 천천히 새어나왔다.
“ 찾아라. 건물을 싸고 돌아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하고, 수상해 보이는 놈들은 싸그리 다 잡아들여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서라도 찾아내. 그러지 못한다면 내 네놈들을 싹 다 죽여버릴 것이다. “
” 예! “
“ 미쳐불겠구만. “
찢어진 커튼 천으로 피가 흐르는 팔뚝을 묶어낸 호석이 다시금 총을 장전했다. 테라스로 올라올 수 있는 계단이 하나임에 천만다행이었다. 만약에 계단이 양쪽으로 있었더라면 이미 심장에 총이 박혀 죽거나, 2층에서 뛰어내려 다리 불구자가 돼 죽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또한 다행인 것은 계단에서부터 호석이 있는 테라스까지 총 세 개의 테라스가 쭉 복도로 이어져 있었기에, 다가오는 놈들을 여유있게 처리하긴 어렵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총탄의 갯수였다. 지금껏 홀을 제외하고 계단으로 올라온 놈들만 해도 스무 명은 거뜬히 넘었을 건데, 그들의 발소리와 장전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거사는 완전히 실패다. 사격 전, 부산스러운 소리와 함께 정신이 흩어진 홀 내부에서 야마구치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급소를 빗겨 맞춰버렸다. 아차 싶어 재빨리 한 발을 다시 연사했지만 맞은편 1층 홀에 있던 군사가 저를 발견한 것을 눈치채 숨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피하며 맞은 것이 상박이라 다행이었고, 곧바로 민 동지의 폭탄이 터진 것도 운이 좋았다. 하지만 야마구치 그 작자가 정신이라도 잃어 사경을 헤매다 저승에 가면 모를까, 복부에 총을 맞은 정도로 죽을 일은 희박할 것이다.
“ 네놈은 이미 포위됐다! 이미 도주로는 다 봉쇄하였으니, 무기를 버리고 나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
팔을 묶은 흰 천이 피가 새어들어 붉게 변했다. 저 끝 계단에서 목청이 터질 듯한 일본 군사의 목소리가 테라스에 울렸다. 호석이 기둥 뒤에 등을 맞대고 앉아 맞은편 2층 테라스를 확인했다. 작게 피어오른 불길들과 자욱한 연기들로 인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저 어딘가 민 동지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또한 김 동지, 문 동지, 손 동지 역시 이 연회장 안에 있을 테지. 재킷의 안 주머니에서 초소형 폭탄을 꺼낸 호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놈들에게 목숨을 구걸할 수는 없제.
“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한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
호석이 오른손으로 총을 그러쥐고, 그들이 서 있는 방향을 보고 서서 살짝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며 폭탄을 든 왼손을 번쩍 들어 그들이 있을 천장쪽으로 날렸다. 팔이 빠질 듯한 힘과 속도에도 곧바로 총을 추켜 올리고 정확히 폭탄을 맞췄다.
콰앙!!!!!
“ 내 나라에서 항복 같은 헛소리 혀고 앉았네. ”
“ 이봐, 민동지! 정신 좀 차려보게! ”
1층 홀, 넘어진 테이블과 기둥 뒤에 숨어 숨을 고르던 때 손 동지가 몸을 숙이고 달려왔다. 심한 부상은 아니었으나 계속된 접전에 몸이 많이 지쳐버렸다. 계단으로 물 밀듯이 올라오는 수십 명의 군사들을 폭약과 단도, 단총만으로 혼자 해 내려니 무리도 이런 무리가 없었다. 이마에는 피인지 땀인지 모를 것이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고, 액체가 쌍커풀에 흘러 앞을가릴 때마다 두건으로 대충 얼굴을 닦아내 시야를 확보했다. 눈에 띄게 안색 빛이 안 좋아진 것인지 손 동지가 총을 뺏어 들었다.
” 이제는 내게 맡기시오. 민동지는 더이상 안 될 것 같으니. “
” 그래 보이십니까. 외려 거사 시작 전보다 더 기운 좋습니다만. “
” 하여간 민동지 기세 하나는 내가 못 당하겠네. 그래도 이번은 내게 맡기세. 야마구치 사살은 실패했어도 우리 모두 무사히 돌아가긴 해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선두에 서는 것이 나을 거요. “
손 동지의 얼굴 두건 위로 휘어진 눈매를 마주하니 나도 모르게 절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고개를 끄덕이자 내 등을 토닥이곤 앞을 주시했다. 고개를 돌리니 기둥에 몸을 맞대 숨을 고르는 정 동지가 눈에 들어왔고, 열 발자국 정도 될 법한 거리에 문 동지가 몸을 숨기며 총격전을 가지고 있었다.
“ 김 동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
“ 나도 못 봤네. 이 불길과 연기 속에 있으니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아서 말이야. 걱정 말게, 그라면 살아있을 것이니. 그보다도 그… 연 동지는, 보았는가? “
손 동지의 말 한마디에 그 얼굴이 빠르게 떠올랐다. 핏방울이 튄 듯 군데군데 붉어진 원피스며 시커먼 잿자국이 묻어난 얼굴과 팔. 손바닥에서 흐르던 피와 퉁퉁 분 손발목. 흔들리는 눈동자.
하지만 여전히 꺾이지 않은, 내가 아는 그 눈빛도.
“ … 지금쯤이면 충분히 빠져 나갔을 겁니다. 그보다는 군사들이 호텔 건물을 둘러싸 완전히 포위된 상태일 텐데, 살아서 나간대도 따돌리기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방법이 있겠습니까? ”
“ 언젠 우리가 하는 일에 쉬운 것이 있었소? 쉬웠으면 진즉 독립이 됐을 테지. 하지만 이러라고 동지가 있는 것 아닌가. 호텔 내부를 뒤져보니 강당 뒤로 문이 하나가 있더군. 요리를 하는 공간으로 이어지는 것 같던데, 따로 식품을 보관하는 곳이 있고. 그 공간 한쪽 구석에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사람 하나 들어갈 법한 구멍이 있네. 좀 비좁긴 하겠지만 나가는 데엔 문제가 없을 것이야. “
” 그렇다면 동지들을 먼저 보내고… “
” 설마 민 동지가 끝까지 남겠다는 말이오? “
다시금 마주한 손 동지의 눈은 다소 진지한 눈빛이었다. 여전히 귓가에서는 희미한 일본어와 총소리가 난무했고, 손 동지가 내 팔을 꽉 잡았다.
” 나는 동지에게 빚이 있지 않소. 물론 민 동지는 그리 생각하지 않지만, 나는 이 빚을 갚을 때만을 기다려 왔소. 그러니 그냥 포기해 주게. “
” … “
” 이럴 시간이 없소. 나와 문 동지가 시선을 돌릴 테니 얼른 빠져 나가게. 등이 암전 되었을 때, 내 몰래 정 동지에게 다가가 도주로에 대한 이야기는 해 놓았으니 정 동지도 때가 되면 쫓아갈 거요. “
” … “
” 나 역시도 최대한 빨리 따라가 보겠으나, 혹시 모르니 미리 말해 놓겠소. “
대한 독립 만세.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손 동지는 앞으로 전진하며 총으로 일본군들을 저격해 나갔다. 문 동지 역시 다리에 총상을 입은 듯 울컥이는 피를 떨리는 손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이가 갈리다 못해 부서질 듯한 분노가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으나 자신들의 앞에 서 있을 수십 명의 군사들과 총구들은 이미 우리들의 패를 확신하고 있을 터였다. 바닥에 흩뿌려진 잿더미를 손으로 꽉 쥐었다가 놓았다. 일이 왜 이렇게 되었는가. 야마구치의 사살만 확실하게 해 낼 수 있었대도 모두가 빠르게 발을 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무력한 나만이 죽음의 문턱 앞에 있을 뿐. 핏발이 잔뜩 선 눈동자가 질끈 감겼다.
“ 아마야 양, 괜찮으십니까? ”
타카히로 군의 목소리는 너무 낮지도, 높지도 않은 톤이었지만 상황에 따라 여실히 드러나는 기분이나 감정들이 묻어났다. 기본적으로 나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긴장한 목소리가 베이스였고, 자신의 형과 있을 때에는 날이 선 목소리, 당황할 때는 침을 삼켰다. 그런데 방금 자신을 안아 들며 뱉었던 목소리는, 강직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연회장 바깥으로 빠져 나오니 많은 고위 인사들과 군사들이 아수라장으로 흩어져 화를 내거나 울고 있었다. 한 숨을 돌리듯 내게 물어오는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다시 한 번 나를 추켜 올려 안은 그에게 말했다.
” 저… 이제 내려 주셔도 괜찮습니다. 무거우실 텐데요… “
” 무슨 말씀이십니까? 오히려… 걱정이 됩니다. 이리 가벼우시니 끼니조차 제때 못 드시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될 정도로요. 깃털과 같습니다. 완전히요. ”
악,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발을 헛디딘 그가 휘청였다가 다시 자세를 잡았다. 나 역시도 놀라 그의 목을 확 잡아버렸고, 다소 가까워진 얼굴에 그가 또 다시 놀란 토끼 눈을 한 채 귓가부터 붉게 물들였다.
“ 가볍다는 말씀은 농이셨나 봅니다. ”
“ 아니, 그게 아니라…! ”
애써 당황하는 그의 어리숙한 표정에 풋, 작은 웃음이 터져버렸다. 이리 순진한 생각과 마음으로 대할 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음에도 마치 열 살배기 어린 아이를 보는 듯 귀엽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자마자 연회장 안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곤욕을 치르고 있을 동지들이 생각나 표정이 굳었다. 나의 얼굴을 내려다 본 그가 서서히 걸음을 멈췄다.
“ 많이 아프십니까? 발목도… 많이 부으셨습니다. 제가 놓치는 바람에… ”
아차 싶어 고개를 드니 누가 봐도 한껏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듯한 얼굴에 입술이 달싹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일단 정확한 것은 야마구치가 살아있다. 그를 죽이려면 아직 이 자의 도움이 필요하고.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하고 있던 그때, 타카히로 군이 다시금 먼저 입을 열었다.
“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제가 직접 의원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드릴 수 있는 도움은 다 드리도록 하죠. “
별 말을 꺼내지도 않았건만, 타카히로 군은 속속이 자신의 곁을 내어 주려고 한다. 착한 사람이다. 물론 어떤 마음에서 비롯된 배려인지 그조차도 너무 눈에 훤히 보여, 안심이 되려다가도 미안한 마음이 살짝 비집고 나왔다.
”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
” 이리 마음 써 주시니…. 무엇이든 물어보시지요. ”
타카히로 군이 내 어깨를 그러쥔 손에 미세한 힘을 주었다. 눈이 마주쳤다.
“ 좀 전에, 연기 속에서 아마야 양을 놓쳤을 때 말입니다. ”
“ … ”
“ 혹시 곁에… 누군가 있었습니까? ”
여전히 정신없는 건물 앞마당에 놓여진 둘.
그리고 멀리서 그 둘을 바라보는 한 사람.
툭, 투둑. 밝은 하늘에 안개가 끼는가 싶더니, 얇은 빗줄기가 한두 방울 떨어졌다. 말 그대로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