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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해자이다.





[방탄소년단/김태형박지민] 라스트 하트 04 | 인스티즈



라스트 하트 04







휴지를 정성껏 구겨서 쓰레기통 쪽으로 던졌지만 휴지는 쓰레기통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옆으로 픽 고꾸라져 버렸다. 이런데서까지 청승맞게 김태형을 떠올리긴 싫었지만 김태형에게 닿지 못하고 계속 비껴나가는 나 인것만 같았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거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거나, 안부를 묻지 않는다거나 그런 김태형의 무관심한 태도에 나는 상처를 받았다. 그가 미웠고, 원망스러웠다. 얼굴 한 번만 봐주었으면, 한 번만 더 손잡아 줬으면 했는데 그는 나와는 다르니까, 게임으로 치자면 나는 조준력이 0에 수렴하는 멍청한 허접 궁수였고 김태형은 만렙 z1존 마법사정도 될 것이다.

이렇게나 나를 상처 입히고 나서도 무슨 마법을 쓰는지 자꾸만 그 잘난 얼굴을 보고싶게 만든다.

김태형은.








-







아침은 박지민의 전화로 일어났다. 박지민은 두 번째 본 순간부터 나에게 들이대기 시작한 김태형의 친구인데 여간해서는 떨어지지 않는 장한 놈이였다. 성격도 좋고 착하고 성실하고 다 좋은데 친구의 여자를 넘본다는 치명적인 결함을 가졌다.


"왜…?"


아침에 잠긴 목소리로 박지민의 전화를 받자 박지민은 또 뭐가 좋은지 푸시시 웃음지었다. 길게 늘어지는 눈꼬리와 눈을 덮는 푸근한 눈두덩이 살이 눈 바로 앞에서 그려지는 것 같아 이마를 배개에 꾸욱 쳐박고는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오늘 너 11시 수업인데."

"뭔 개소리야..야..나 오늘 1시야.."

"아냐 너 오늘 11시야."


하 놔 이게 사람 빡치게 하네... 나는 귀에서 액정을 떼어내고는 시계를 봤다. 10시 40분이였고, 분명히 목, 목요일이였다.


"나 목요일 수업 1시야..너 진짜 죽을래.."

"보충 들었잖아, 10시 50분까지 나와."


그 말에 눈이 퍽 뜨였다. 그러고보니 보충이 11시에 잡힌 것 같기도 했다. 끊,끊어봐, 하고 전화를 허겁지겁 끊고서는 달달 떨리는 손으로 메모장을 확인하니 목요일 11시 보충이 맞았다. 4번만 출석 빠지만 F인데 이미 3번 지각한 전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빠지면 재수강이 틀림없다. 나는 대충 속옷을 끼워 입고 후드티에 츄리닝 바지를 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화장실에 잠깐 들어 얼굴에 물만 적셨다. 채 수건으로 닦지도 못하고 자취방을 빠져나오자 박지민이 서있었다.


"50분까지면 10분이나 남았는데,  5분이나 일찍 나왔네. 좀 천천히 가도 되겠다."
"뭐야 그 자전거는? 샀어?"
"아니 빌렸어 아는 형한테, 타."
"됐어, 뛰어가면 돼."
"그러고 뛰게?"


박지민이 내 신발에 턱짓했고 나는 고개를 내려 내 발치를 쳐다보았다. 급하게 나온다고 맨발에 끈없는 스니커즈 하나 구겨신고 나왔다. 이걸 신고 학교까지 전속력으로 달려야 겨우 출석에 들을까 말까인데, 그럼 내 발은 상처 투성이가 될게 틀림 없었다. 나는 결국 한숨을 푹 쉬고는 자전거 뒤에 올라타 이미 자리잡은 박지민의 등에 얼굴을 박았다.


"지민아 나 세수하고 얼굴을 못닦아서 여기다 좀 닦을게."
"응."


드러우라고, 질색하라고 한 말인데 박지민은 사람 좋게 대답했다.


"야 너 근데 11시에 수업인거 알았으면 나한테 적어도 10시엔 전화를 했어야 할거 아냐."
"음…, 미안. 자전거 태워주고 싶어서."

괘씸한 대답에 사람 좋다는 말 취소다. 나는 박지민의 뒷통수를 한 번 째려보고는 박지민의 후드집업 뒤에 얼굴을 닦았다. 면 넘어로 지민이 등의 온기가 얼굴에 훅 끼쳐와서 잠깐 당황했지만 찬바람이 들러붙자 나도 모르게 박지민의 등에 이마를 박고서 그대로 있었다. 따뜻하다, 사람 온기가 오랜만이였다.







[방탄소년단/김태형박지민] 라스트 하트 04 | 인스티즈


'손.'


'춥지.'



내 손으로 제 품으로 가져가 가둬주던 태형이가 떠올랐다. 나는 눈만 끔뻑이며 빠르게 지나가는 관경을 담아내다가 곧 모자를 푹 눌러써버렸다.







-







"헐 진짜 빨리왔네. 야 고맙다 박지민. 나중에 봐."


"끝나고 데리러 올게."

"됐어 됐어. 오지마."


"그럼 너 그러고 다음 수업도 가게?"


나는 내 몰골을 떠올려 보았다. 떡진 정수리를 감추기 위해 지긋이 눌러쓴 검은 모자와 후줄근한 후드티와 늘어진 츄리닝 바지..그리고 맨발..누가 봐도 자다가 일어나서 온 듯한 차림이다. 사실 시험기간엔 이와 비슷한 정도로 학교를 싸돌아 다녀서 상관 없지만 다음 수업은 김태형과 같이 듣는 수업이였다. 머리를 굴러보니 정말 박지민의 저 잘난 자전거 없이는 자취방까지 왔다갔다 하는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다. 나는 잠깐 절망한 표정을 짓다가 박지민을 흠칫 째려보았다.


"…그럼,와.."

"그래."


박지민이 또 활짝 웃는다. 웃는 면전에 침 못뱉는다고 나도 어쩌다보니 웃으며 박지민에게 손을 두어번 흔들고는 늦을세라 후다닥 건물 안으로 뛰쳐들어갔다. 박지민은 또 그 자리에 멍청하게 서서 내가 부리나케 뛰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것을 나는 잘 알았다.

11시가 되기 11초 전에 빈자리에 엉덩이 붙이고 앉았다. 가방을 내려놓고는 책을 꺼내놓으니 그제서야 숨이 놓였다. 불과 20분전까지만 해도 대략 20여 분 거리의 자취방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퍼질러 자고 있었다는 사실이 어색했다. 나는 가방을 뒤적거려 필통과 핸드폰을 꺼냈다. 습관적으로 핸드폰의 액정을 켰는데 부재중 전화가 꽤 많이 쌓여 있었다.


15통.

15통 모두 박지민의 전화였다.

박지민은 처음 10시를 기점으로 나에게 꾸준히 전화를 했었다.




'야 너 근데 11시에 수업인거 알았으면 나한테 적어도 10시엔 전화를 했어야 할거 아냐.'
'음…, 미안. 내가 자전거 태워주고 싶어서.'





박지민을 퉁명스런 목소리로 책망했던 나 자신과 뜸들이며 이어붙던 순박한 목소리들이 머릿 속에서 잠시 재생되었다. 나는 또 박지민에게 무슨 잘못을 저지른걸까. 내가 무안할까봐, 혹은 작은 말다툼이라도 피하려고 웃어 넘기는 아이에게.










-










"어, 김태형 어디가?"

"어, 나 밥먹으러. 석진이형이랑 가는데, 너도 갈래?"

"아니, 난 괜찮아."

"그래, 나 간다."


지민은 캠퍼스 벤치에 앉아서 다리를 뻗은 상태로 다리를 열심히 주무르던 중이였다. 아침부터 뒤에 사람태우고 오르막길을 내리 밟았더니 허벅지가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런 지민의 옆으로 마침 태형이 핸드폰을 하며 지나가고 있었고, 지민이 그런 태형을 불러 세운 것 이다. 둘은 건조하게 몇 마디 주고받다가 인사를 했다. 지민이 다시 발목을 주무르려 손을 뻗는데 가다가 멈춰서 돌아선 태형이 툭, 한마디를 더 내뱉었다.


"잘봤다."

"뭘?"

"아침에 자전거 가지고 쇼하는거."


"잘봤다니."


지민은 고개를 숙이고 피식 웃었다.


"그거 다행이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활짝 웃으며 말했다. 태형은 다시 걸었다. 두 사람 사이에 거리가 멀어지고 태형은 어느새 보이지 않았다. 묵묵히 발목을 주무르던 지민이 허공에 주먹질을 훅훅 날리고서는 눈을 꼭 감고 도리도리 고개질을 쳐댄다.






[방탄소년단/김태형박지민] 라스트 하트 04 | 인스티즈


"아오!!!!!! 저 자식 진짜 싫어!!!!"







-





사실 진!짜 라스트하트 아무런 생각 없이 쓰기 시작한거라

태형이랑 지민이 성격 저두 모르고,정해놓지도 않고 막 쓰기 시작했거든요..

근데 이번편 쓰면서 애들 성격 잡은 것 같네요 신난당

(오타 많을 것 같아요..죄송함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222.51
1
7년 전
비회원222.51
우유입니다 헐 그냥 쓰신글이라니 와 ㅋㅋㅋ 타고나셧네요 흥 ㅋㅋㅋㅋㅋㅋ존경해요 작가님 ㅋㅋㅋ 전 이미 몇번 심쿵한 글인데 ㅋㅋ ㅡ우유ㅡ
7년 전
발간지루
헐 아녜여..이 댓글 보고 설레는 마음으로 정주행 해봤는데 이야기 통일성이란게 1도 없는거 같아여...지금까지 4편 썼는데 4편다 그냥 단편들 같다는 느낌을 역시 받고 왔습니다ㅋㅋㅋㅋㅋㅠㅠㅠ글애두 칭찬 감사해요! 우유님❤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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