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단편/조각 팬픽 만화 고르기
방탄소년단 기타 변우석 더보이즈 허남준 김선호
도비 전체글ll조회 39041l

  

겨울바람 - 고예빈, 김시은





본 글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조선을 배경으로 나아갑니다.




경성블루스 十一



귀가 터질 듯한 굉음과 함께 건물에서 연기가 새어나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정말, 정말 진짜로 무슨 일이 난 건가? 지민의 심장이 요동쳤다. 들어가려는 지민을 막으며 팔을 잡아채고 있던 군사들은 서로 당황한 눈빛을 주고 받았다. 가죽 군복을 입은 군인 하나가 안쪽으로 손을 뻗자, 보초를 서던 군인들은 지민을 흙바닥에 내던지고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을 짚고 일어나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던 지민은 곧바로 겨눠지는 총구에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믿었다. 너는 거기 없을 거라고. 내가 뭘 모르고 함부로 넘겨 짚은 것이라고.

그랬던 나의 믿음은 양장을 입은 앳된 얼굴의 남자에게 안긴 너를 보며 산산조각이 났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옷을 입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자에게 안겨 나온 너는 그래 보이지 않아도 분명 너였다. 어떻게 된 거지. 정말 간밤에 만나던 그 사내가 독립군인 건가? 그 사내는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거지? 하나 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우리의 지난 날들이 떠올랐다.
덕희가 위험에 빠졌을 때 그녀를 구하려던 너, 하지만 그 속에서도 널 구한 나. 종로 거리에서 일본군에게 구타 당하는 할아버지를 구하고 싶어했던 너, 하지만 그런 너를 데리고 도망친 태형과 나. 이따금씩 허공을 보며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지 알 수 없던 너. 
매년 오는 아버지의 기일이 두렵다던 너.

그래, 어쩌면 네가 이런 일에 발을 담는 것도 퍽 이상한 일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너의 고통과 슬픔이 고작 한두 해 묵은 정도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근데. 그런데, 연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 | 인스티즈


“ 나는… 이대로 널 보낼 수가 없어. ”





“ 큰일입니다. 거사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야마구치가 일본군의 등에 업혀 나오는 것을 보았답니다. ”
“ 동지들은. 확인이 됐는가? ”
“ 불길이 치솟고 부상자가 나오는 것은 보았으나… 그 어디에서도 빠져나오는 단원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비가 오는 바람에 확인이 더 어려워졌고요. “


석진이 고개를 숙였다. 야마구치가 살아있다니, 명도 질긴 놈이다. 이렇게 된 이상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판이었다. 동지들이 살아서 돌아올 수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인 데다, 야마구치가 두 번이나 멍청하게 당해줄 리도 없을 테다. 분명 경계도 심해질 것이고 대대적으로 자신을 위협한 우리를 찾아 또 이 바닥을 뒤집어 놓을 것이다. 죄 없는 조선인들까지 무자비하게 잡아 넣을지도 모른다. 주먹이 미세하게 떨렸다.


” 아, 연 동지는 보았습니다. 헌데… “
” 왜 그러나. “
” 야마구치의 둘째 아들 있지 않습니까. 그 자에게 안겨 나오덥니다. 분위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


석진이 뒷짐을 풀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미세한 빛이 비치는 느낌이었다. 희미한 여름 날의 언젠가 종철이 그랬다. 자신의 딸은 제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었다고. 그 선물은 아끼고 싶어 풀지 않으려 했는데, 막상 풀고 보니 이리 예쁘고 귀한 것을 왜 아꼈나 싶더라고. 내놓고 보니 바다 속 물고기더라. 두려움을 알지만 두려움을 겁내지 않는 아이더라. 나는 이제야 그 말의 참뜻을 알겠다.





정국이 병실 문을 열자 남준과 군사 세 명 정도가 그 안에 있었다. 호화스러운 개인 병실. 침상에 다가가니 아버지가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죽은 사람과 같이 평온한 모습이 낯설었다. 분명 잠들어 있는 모습인데, 돌아가시면 이런 모습이실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오만한 상상이었다.


“ 아까 정신은 차리셨는데 다시 잠드셨다. 다행히 심장을 피해 위기는 모면했지만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죽음을 면치 못할 뻔했다고 하셨어. 총을 쓰는 놈이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다더군. ”
“ 응. ”


정국의 외마디 대답에 남준은 눈치를 주어 군사를 물렸다. 병실 문이 닫히고, 정국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거북하다고 느꼈다. 아비가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 놓였었는데도 위기감이 없다니. 이유가 무엇일까. 가부장적인 아비가 형과 저를 차별하는 것이 화나서? 그게 아니면 어머니를 죽인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분노때문에? 그것도 아니라면 조선을 팔아 먹는 일본의 앞잡이라서? 사실상 이유는 대라고 하면 끝도 없이 많았다. 어쩌면 오늘 구해준 그녀도 이유가 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가 죽었으면 하는 것이냐 물으면, 그 말엔 확신이 없었다. 간이의자에 앉은 남준이 물었다.


“ 아무렇지 않아 보이네. 어쩌면 진짜 핏줄은 정국이 너인데, 아버지 섭섭하시게. ”
“ … ”
“ 누가 보면 정국이 네가 꾸몄다고 해도 믿겠어. ”
“ 헛소리 하지마. ”
“ 그러니까 사람들 앞에서 그런 표정 짓지 말지. ”
“ … ”
“ 아버지가 죽을 뻔했다는 사실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아들의 얼굴처럼 말이야. ”


허가 찔린 기분이었다. 형의 저런 것들이 싫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것 같은 눈, 그리고 실제로 꿰뚫려 버린 것들.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것들때문에 아예 등을 돌려버렸다. 마주치지 않으면 꿰뚫릴 것도 없으니까. 고개를 돌려 대화를 끊어내려 했으나 형은 그런 순간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 아마야 양은 어때. “
” … “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 | 인스티즈


” 네가 구해 주었으니 다치신 곳 없이 잘 가셨겠지만, 안부를 물어도 네가 말이 없으니 다음엔 내가 직접 가 물어야겠다. “


덤덤한 말투에 화가 치밀어 올라 고개를 홱 돌려 형을 쳐다봤다. 자신을 가지고 노는 듯한 대화의 흐름이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 대체 뭐가 문제야. 왜 자꾸 그 여인에게 관심을 가져. 형이 상관할 필요 없는 사람이잖아. “
” 네가 그리 흥분하니 별나다. 동생이 구해준 여인을 형이 찾아볼 수도 있는 게 아닌가. 그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이젠 내가 물어보지. “
” … “
” 연심이냐? “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취조 당하는 듯한 물음에 토할 것 같은 울렁거림이 불쑥 솟았다. 정국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표정이 어떠한지 체감키 어려워서. 남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챙겼다.


” 대답은 그만하면 됐다. 네가 그렇다니 그런 거겠지. 오히려 다행이야. “
” … “
” 좀 궁금해졌거든. 아버지가 이리 되신 게 우연이 아닐 것만 같아서. “
” 그게 무슨 소리야. ”


지나쳐가는 형의 등을 향해 반문하자, 병실 문을 열고 말했다.


“ 잡아야 할 것 아니냐. 범인을. ”





윤기는 이 모든 땅과 세상을 집어 삼킬 듯 내리는 빗줄기가 매섭다고 느꼈다. 팔에는 도저히 감각이랄 게 살아있지 않았고, 다리는 간신히 제 기능을 유지하고 어디론가 달리고 있었다. 비좁은 구멍을 통해 바깥으로 나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여기저기 왜놈들이 깔려 쉽사리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동지들은 잘 빠져나올지, 혹은 벌써 잡힌 것은 아닐지 생각이 복잡했지만 그런 생각에 빠져 있을 여유도 없었다.

힘겹게 자리를 피해 멈춘 것은 겨우 골목의 막다른 곳. 후들거리던 다리가 결국 풀리고 담벼락에 주저 앉자 고통이 몰려 왔다. 여기 있다가 들통나면 돌아가기는 커녕 그 자리에서 즉사일 것인데, 다리는 도저히 움직일 기력이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폭풍 같은 빗줄기를 뚫고 무작정 뛰어온 곳이었으니. 이런 곳에서 포기할 수 없는데. 돌아가야만 한다. 다시 아지트로 돌아가 계획을 짜서, 기필코 처단해 내야 한다.
그래야 하는데.

두건을 내리고 무참히 비가 쏟아져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얼굴에 빗방울이 투둑투둑 떨어지더니 힘없이 턱 밑으로 낙하했다. 쏟아지는 비를 맞고 있자니 여러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김석진 대장님, 정 동지, 손 동지, 김 동지, 문 동지… 그리고 할아버지. 이런 내 모습을 보셨다면 어떤 말을 해 주실까. 창피한 손자놈이라고 욕하진 않으실까, 아니면 별 말씀 없으셨을까. 그런 생각들이 스치다 결국 연의 얼굴까지 떠올랐다. 너와 처음 만났던 날도 이리 비가 오던 날이었는데, 운명의 장난인가. 넌 다치지 않았어야 할 텐데. 날 걱정하는 눈빛이었지, 그러는 자기도 다쳤었으면서. 그래도 부디 넌 많이 안 다쳤어야 할 텐데.

점점 의지와는 달리 의식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이럴 시간이 없다. 빨리 아지트로 돌아가서 상황을 전달해야만 한다. 나라도 가서, 빨리. 하지만 손가락에 힘조차 들어가지 않는다.
눈을 살짝 뜨자 사람의 형체가 흐릿하게 움직였다.
빗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 댓글
등록 대기 중이에요 (운영진 확인 후 24시간 이내에 노출돼요)
Comment will be open after confirmed by admin

37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혹시 지금 한국이 아니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기타잘들 지내구 있지요 19 걍다좋아01.26 20:35
기타[실패의꼴] 신입이 나보고 꼰대 같대6 한도윤01.19 17:52
김선호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3 콩딱01.09 16:25
방탄소년단지금 본 글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1 도비01.14 01:10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1 도비 01.14 01:10
김선호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3 콩딱 01.09 16:25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도비 12.29 20:51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2 도비 12.16 22:46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도비 12.10 22:30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도비 12.05 01:41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도비 11.25 01:33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도비 11.07 12:07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도비 11.04 14:50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도비 11.03 00:21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도비 11.01 11:00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도비 10.31 11:18
기타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3 유쏘 10.25 14:17
기타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1 유쏘 10.16 16:52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2 콩딱 08.01 06:37
이동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콩딱 07.30 03:38
이동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콩딱 07.26 01:57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이바라기 07.20 16:03
샤이니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이바라기 05.20 13:38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콩딱 04.30 18:59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2 꽁딱 03.21 03:16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6 콩딱 03.10 05:15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511 콩딱 03.06 03:33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611 꽁딱 03.02 05:08
엑소 꿈의 직장 입사 적응기 1 03.01 16:51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413 콩딱 02.28 04:59
이준혁 [이준혁] 이상형 이준혁과 연애하기 113 찐찐이 02.27 22:09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