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뱀파이어 전정국 X 정국의 먹잇감 너탄
03
호화스러운 궁에 살던 윤기가 궁을 박차고 나왔다. 모든 관리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윤기를 설득시켰지만 절대 넘어가지 않는 윤기였다. 귀가 얇기도 한 여우였지만 제 결정은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이 구미호의 특별하다면 특별한 점이었다. 궁은 몹시 따분했다. 밥을 달라면 밥 줘, 간을 달라면 간도 줘. 사는 게 너무 쉬워졌달까. 배 아픈 소리를 하는 여우였지만 아무도 그를 말리지 못했다. 조선의 왕 또한.
그는 구미호이기 때문이다. 말 하나 제대로 못했다가는 언제 간을 쏙 빼갈지 모르는 요괴. 윤기가 하품을 해대며 저를 따라오던 이들을 따돌렸다. 무기력하게 보이지만 날쌔기는 무진장 날쌨다. 사람이 몰린 곳으로 가다보니 어딘가 익숙한 인간이 보였다. 바로 아이였다.
“오랜만이구나.”
“…구미호!”
“이런 격한 반응일 줄이야. 그때 밀치고 갔던 건 미안하다.”
아이가 먹던 떡을 내려놓고 입을 탈탈 털었다. 구미호가 왜 이제야 저를 찾아온 거지. 간이라도 빼먹으러 왔나 의심을 하는 아이다. 아이를 밀치고 갔던 여우는 아주 어린 상태였다. 몸은 성인과 마찬가지였으나 구미호로서의 성장 속도는 꼬리가 여섯 개였으니, 인간으로 따지자면 지금 아이의 나이와 비슷했다. 오늘날은 아홉 개가 채워졌으니 완전히 구미호에 다다른 것이고. 윤기가 제 습관대로 입맛을 다시니 아이가 한 발짝씩 윤기에게서 멀리 떨어진다.
“…?”
“…….”
“허, 내 너 같은 보잘 것 없는 아이의 간을 먹겠느냐.”
“간도 가리시나봅니다.”
“당연한 소리를. 최고급만 먹어왔다.”
이 년이라지만 지긋지긋한 궁에서. 구미호 윤기가 아이와 마주친 뒤 도망을 가는 과정에서 나라에 소문이 나자 왕궁에서는 그 소문을 덮고는 궁 안으로 윤기를 들였다. 저들에게 엄청난 뒷받침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으며. 허나 여우는 여우였다. 저에게 득이 될 것만 골라하였고, 손해를 본다면 간을 꺼내기 일쑤였다. 그래도 가릴 건 가리는 윤기였다. 어린 아이의 간처럼 싱싱한 것은 없으나 어릴 적 미쳐 돌아버린 구미호 새끼에게 제 간을 내어줄 뻔한 적 뒤로 아이의 간은 탐하지 않았으며 사람들과 어울려 지낸 조상들의 피가 섞여 인간에 대해 좋은 감정이 있었다. 궁 사람들은 재미가 없어 식상하던 것일 뿐.
“아, 저 다 압니다.”
“무엇을?”
“구미호님이 저로 변해서 이상한 소문을 내시지 않으셨습니까! 한동안 산신령님 뵙기 죄송해서…”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생존 본능이었다. 하마터면 마을 사람들에게 저가 구미호라는 걸 모조리 들킬 수 있었던 적이 있는데, 매일 산속에서 동일한 시각에 나오는 여자아이로 변하여서 아이 또래의 친구들의 틈에 꼈다. 마침 산신령 이야기를 하기에 그 산신령이 실은 구미호다, 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그로 인해 편히 살 수 있었지만 정국은 아니었다. 정국의 외로움을 달래주던 아이들은 차차 오지 않았으며 자기가 어떠한 소문의 당사자인지도 몰랐다. 영문도 모른 채 그저 아이만 오냐, 오냐 하며 키웠다. 그 자에게 실례를 끼쳤군.
이 와중에 윤기는 알아챈 것이 있었다. 궁에 있으면서도 밖에 나오는 걸 즐기던 윤기가 묘한 기운이 흐르는 산으로 한 번 가본 적이 있는데, 그때 정국이 하는 혼잣말을 저의 특출하고 유별난 귀로 아이도 듣지 못한 것을 들었었다. 어른이 되면, 어른이 되자마자 잡아먹는 것이다. 쯧, 산신령이라는 그 자는 아이를 먹잇감으로 노리는데, 아이는 그 자의 편이구나. 안쓰러워지는 마음이었다.
***
“산신령님, 오늘 저와 같이 마을에 가요!”
“마을? 갑자기 웬 마을이냐.”
“제가 구경시켜드릴게요. 얼른 가요!”
정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와 함께 하는 마을 구경이라. 이미 마을을 꿰뚫은 정국이었지만 신이 난 아이를 앞에 두고 거절을 할 수 없었다. 쨍쨍한 햇빛을 인상을 찌푸리며 보고 저의 갓을 푹 눌러썼다. 아이가 정국의 손목을 그 자그마한 손으로 붙잡았다. 놓칠 만도 한데, 아이는 계속 꽉 붙잡고 앞장섰다. 산을 다 내려왔을까,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며 아이가 설명했다.
“저기는 태형이가 사는 집입니다! 그 옆집이 제 집이구요.”
“가까이 살구나. 그래서 친한 것이냐?”
“안 친해요. 그냥 밥 같이 먹고, 같이 열매 훔쳐 먹고.”
“그게 친한 것이다.”
무안해진 아이였다. 나는 김태형이랑 친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그러나 아이와 태형은 유일한 벗이었다. 서로를 욕하며 싸우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금방 화해하여 같이 드러누워 잠들기도 했다. 저도 모르게 부러워진 정국이었으나 큼큼, 목기침을 하며 내색하려던 표정을 자제했다. 아이가 다시 손을 꽉 붙잡았다. 우연히 오늘이 장날이라 마을이 시끌벅적했다. 누리끼리한 면으로 만들어진 한복을 입은 마을 사람들과는 달리 때깔 좋은 비단으로 만들어진 한복을 입은 정국이 빛이 날 지경이었다. 마을 아낙네들이 초롱초롱하게 눈을 뜨며 정국을 바라보았다. 저런 사위가 있으면 좋으련만. 멋진 정국 옆에 있던 아이는 새삼 제 옷이 부끄러운 듯했다. 때가 탄 소매에, 평생 입어도 될 만한 크기까지. 창피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게 대다수 평민들의 모습이니.
“아이야, 저것이 먹고 싶지 않으냐.”
“…예. 안 먹고 싶습니다.”
“호오, 그렇담 저것은?”
정국이 짚은 것은 바로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떡이었다. 울상이던 표정이 금세 회복되었다. 침을 삼키던 아이가 영혼이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광경을 본 정국이 크게 웃었다. 이리 귀여워서 어떡하느냐. 아이를 놀리고자 떡 하나를 사서 제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당연히 제게 주는 것으로 알았던 아이는 실망했다. 뭐 저런! 먹는 것으로 농을 하는 정국이 미웠다. 화가 났다는 듯이 아이가 발걸음을 빨리했다. 쿵쿵대며 걷는 모습이 정국이 총애했던 전 마을의 아기곰 같았다. 물론 현재는 모든 총애를 아이가 받았고. 멀어지는 아이를 혹여나 놓칠까 떡을 하나 더 사서 아이에게로 뛰어갔다. 바람결에 날리는 정국의 옷깃이 아름답기만 했다.
“왜 벌써 오십니까? 더 잡수시고 오시지.”
“널 빼고 어찌 먹느냐. 농을 쳐본 것이니 어서 이것을 받거라.”
“…이거라서 받는 것입니다!”
아이가 떡을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국이 아이의 손을 잡고 갔다. 아이는 먹는 것에 빠져 그것도 모르고 걷고 있었다. 정국은 아이에게 어울릴 것 같은 장신구를 구경하고 있었다. 어느새 떡을 다 먹고 장신구 구경은 따분하다는 듯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하는 아이다. 그런 둘의 앞에 한 여인이 섰다. 아이가 놀라 넘어지려던 것을 정국이 용케도 잡아 일으켰다. 정국이 그제야 앞의 여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전에 보았을 때보다 연한 화장이었지만 쭉 찢어진 눈매가 그녀임을 알려주었다. 정국의 먹이를 대주는 기생집의 여인이었다. 곧장 알아본 정국과 여인의 표정이 달라졌다. 한껏 표정을 구긴 정국과,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여인. 아이는 둘을 호기롭게 구경했다.
“나으리께서 여긴 어인 일이신지요.”
“…보면 모르는가.”
“그럼 나으리 옆의 아이는 누구입니까?”
“…….”
“자식일리도 없고.”
여인이 제 어깨만치 오는 아이의 입가에 묻은 떡고물을 손수건으로 닦아주었다. 기생의 손에서 맡아지는 머리 아픈 냄새에 아이도 눈썹을 찌푸렸다. 여인의 손을 탁- 하고 친 정국의 눈동자가 반짝 붉게 빛이 났다. 아이는 그런 정국을 보았지만 고개를 돌리고 모른 척했다. 감히 밖에서 입을 나불대다니. 여인이 겁을 먹은 듯 살짝 움츠렸지만 다시 어깨를 폈다.
유일하게 이곳에서 정국에 대해 아는 사람이었다. 정국이 살았던 옛 마을 기생집에 살던 아기였는데 이곳에 온 걸 보고 꽤나 신경이 쓰였다. 다 안다는 듯 정국을 도와주는 여인이었지만 정국은 그것도 이상하게 여겼다. 저 여인은 내가 죽인 그녀의 딸인데. 언제 아이에게 모든 진실을 말할지 몰랐다. 또 천한 입을 여는 기생에 정국이 아이가 안 들리도록 여인의 귀에 속삭였다.
"아이는 어여쁘나, 나으리 곁에 있기에는 모자라 보이군요."
“내 너를 당장이라도 죽일 수 있었으나,”
“…….”
“아이 덕에 넌 살았다. 조용히 지내거라.”
정국은 여자를 지나치고 아이와 잡은 손을 제가 이끌었다. 아이의 손이 아플 정도로 움켜쥐었다. 정국의 눈치를 보던 아이가 산신령님… 하며 우물쭈물 말을 걸어왔다. 정국이 그제야 손을 풀고 아이와 시선을 마주했다. 기껏 나와서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또한 여인의 말을 아이가 속에 품고 있을까 염려되었다.
"아이야."
"예?"
"방금 그 여인의 말은 잊어라."
"무얼요, 제가 모자라다는 것이요?"
"그것도 그렇고… 넌 나에게 과분한 존재다."
"어여쁘다고 한 것도요?"
"…그건 사실이니 잊을 게 아니지."
아이가 다시 분홍빛 볼을 보이며 활짝 웃었다. 이 웃음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정국은 다행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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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화에서 아이는 9-10살이었구요
두번째 화에서는 11살, 지금은 13살이에요
열두살 때 순삭 ㅋ ㅋ
알콩달콩 정국이가 잘 키웠습니다
얼른 아이가 자라서 정국이랑 결혼시켜야져
급전개주의 노잼주의 부탁함니다!
♡♥정국이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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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감사해요 제가 이런 것을 다 받다니!!!!!!!!
계속 받고 있으니 신청하세요 ㅎㅅㅎ 혹시 신청했는데 없으시면 댓글로 말해주쎄요
오늘 넘 짧죠...,, 이것이 제 2차 한계입니다 흐ㅡㅡㅇㅎ그르허긓흡
분량 많으신 작가님들 넘 존경....*^^*
하 구상을 어케 더 해야될지 감이 안 잡히지만 전 꿋꿋하게 씁니다.
답글 다 달아드리고 싶은데 그러몬 제 댓글이 너무 많아지는 기분이라서 매번 다음화 쓰기 전까지만 달아욧,,
소통을 조아하는 자까임다... 제가 답글달 때 이모티콘 쓰는 거 아세여? 다 쓰려구 하는데 폰으로 안 달 땐 못해욧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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