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서큘레이션!
:내 사랑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아.
C
- 나는 사실 민폐녀다, 민폐 대마왕.
"그래서, 성추행범인줄 알고 때렸다... 이거지?"
"아 어떡하냐. 너 너무 귀여워서 오빠 입에서 욕 나올려고 해."
집 주인은 순영 선배였다. 그러니깐, 시간을 거슬러 어제 밤으로 돌아가보자면. 내가 술에 취하고 정신을 잃었을 때 순영 선배가 먼저 집 가보겠다며 날 업고 자신의 집에 왔다는 것이다. 순영 선배의 말론 자신은 아무 짓도 안 하고 그저 자신의 침대에 날 눕혀주고 소파에서 취침을 취했다는 것뿐이었다는 거다. 민규랑, 석민이는요? 내가 물어보니 순영 선배의 표정이 아까 전과는 달라졌다. 환하게 웃다가 갑자기 정색을 했다고 할까나. 햄찌스럽던 순영 선배는 호랑이미를 뿜뿜 뽐냈다. 어우, 순영 선배 안 무섭다는 말 취소.
"걔네들은 왜?"
"잘 들어갔나... 싶어서요."
'중간에 나와서 모르겠는데."
말투가 겁나 딱딱하다. 석민이랑 민규가 선배한테 실수를 해도 단단히 했나보다. 에휴, 쯧쯧. 너희들의 대학생활을 응원할게. 기지개를 피고 일어섰다.
"저 이제 가볼게요."
'밥은? 안 먹어도 돼?"
"네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진짜, 오늘이랑 어제는 되는 일이 없다. 내 배 안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은건지 선배는 큭큭 웃으면서 주방으로 향하셨다. 소파에 앉아있으라는 말과 함께. 지금은 10시다. 강의가 1시 쯔음에 하니깐 넉넉 잡아 여기서 11시 쯤 나가면 되겠다. 혼자 사는 것 치고는 집이 꽤 깔끔했다. 멋있네, 역시 내 남자다워.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있다보니깐 순영 선배가 진수성찬을 차려 오는 것이었다.
"차린 건 별로 없어."
그래, 자취 2개월차인 내게 진수성찬은 라면이었다. 해장엔 라면이지!
"정말 별로 없네요."
"내가 요리를 못 해서..."
그렇게 보여요.라고 말 할 뻔했으나 이미 시무룩 해 보이는 순영 선배의 얼굴을 더 구기고 싶지 않았다. 라면을 거의 흡입하듯 먹고 있으니 내 정수리에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먹고 있는데, 정말 뚫어져라 쳐다보네. 어제부터... 선배 혹시 남을 뚫어져라 쳐다봐서 관찰하는데 취미가 있으신 거 아니야? 결국 목울대로 넘어가던 면이 걸려버렸다. 켁켁. 입을 가리며 기침을 하자 갑자기 후다닥 하는 소리가 나더니 내 시야 앞으로 휴지가 가득 찼다.
"자자, 토 하는거야?"
"아뇨... 목에 걸려서요."
"난 또 어제처럼 토하는 줄 알았지."
"어제 제가 혹시 실례 되는 행동을 했나요?"
초초한 마음에 입술을 물어뜯었다. 정말 가지가지한다. 우주에서 제일 민폐녀인 사람을 뽑자면 창조주는 아무런 고민 없이 날 찍을 것이다.
"응, 크게 한 건 하셨지."
"... 뭔.... 데요?"
"내 옷에 토를 하더라고."
"예?'
너무 미안한 마음에 벌떡 일어났다. 정, 정말요? 아 진짜면 어떻게 하지. 너무 불안한 마음에 눈물이 다 나왔다. 눈꼬리에 눈물만 고롱고롱 맺혀있었을까. 순영 선배는 푸하하, 하고 호탕하게 웃으시더니 네 볼을 잡고 눈물을 닦아주었다. 순간 볼이 후끈 달아올랐다. 아니, 그냥. 난 장난스레 말 한 거 뿐이야. 어린 아이처럼 순영 선배는 웃었다. 또, 선배를 처음 봤을 때처럼 가슴이 뛰었다. 두근두근,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티를 내면 안 돼. 마음 속으로 몇 번 말하고 애써 침착해하며 남은 라면을 먹었다. 난 전혀 지금 안 떨리고, 심장이 빠르게 뛰지 않아.
"참 잘 속는 아이네. 불안해서 어째."
"뭐, 뭐가요?"
"뭐가 불안한데요..."
라면을 국물 하나 없이 다 먹으니 순영 선배가 내게 말했다. 대체 뭐기 불안하다는 건지. 궁금하단 표정으로 쳐다보니 순영 선배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난 신경 안 써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진짜 나빴다. 입을 삐죽 튀어나오게 하곤 양은 냄비를 잡고 일어섰다. 20년 인생, 남자 자취집은 처음이지만 이렇게 깔끔한 집도 없을 거다. 설거지도 하나도 없다. 혹시 결벽증이 존재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까 순영 선배의 방에 들어가서 내 겉옷을 챙기고 현관문에 나가 신발을 신으니 양치질을 하고 있던 순영 선배가 나왔다.
"가려고?"
"네. 좀 있으면 강의가 있어서... 집에 들렸다가 가려구요."
"내 차 타고 갈래?"
"아? 아뇨. 이미 많이 실례를 졌는데... 괜찮네요."
실실 바보 같이 웃으며 손사레를 쳤다. 은근 순영 선배는 금수저 같다. 차에다가 자취집까지... 아님, 자기가 악착같이 벌어서 산 거 일 수도 있지. 신발을 고쳐 신고 순영 선배의 집에서 나왔다. 지금은 11시 조금 넘었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집에 가면 되겠지. 괜히 옷에 순영 선배의 체취가 남아있는 거 같아 기분이 오묘해졌다. 진짜로 난 순영 선배에게 빠져도 단단히 빠졌나보다.
**
"하이!"
"어, 너봉이 왔네."
"석민이는?"
"몰라."
왜이리 쟨 기분이 언짢아 보이는지... 모르겠다. 아무도 없는 민규 옆에 앉으니 민규는 툴툴 거리며 날 힐끗힐끗 쳐다봤다. 불만사항이 있으면 말로 해결하라구... 네 얼굴 지금 겁나게 무서우니깐. 민규가 저렇게 무서워 보이는 건 처음이다. 혹시 내가 취하고 또 진상을 민규에게 부렸나. 식은땀이 삐죽나왔다. 이 때 강의실 문이 열리며 석민이가 들어왔다. 내 구원자! 라고 생각해 환하게 웃으며 석민이를 반겼다.
"석민아! 하이!"
"어. 어제 잘 들어갔냐?"
"아, 순영 선배 집에... 실례 좀 졌지."
석민이도 뭔가 어제처럼 다정하지 않다. 아니, 앞에 민규 때문에 그런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여자는 한 번에 가는거야. 불만 있음 말하고 해결하면 되는거지. 우리 어머님이 그러셨어 남자한테 쫄지말고 오히려 더 당당하라고.
"야. 너네들 내가 혹시 술 마시고 뭔 잘못했냐?"
"그걸 말이라고?"
"뭐, 내가 뭔 잘못했는데."
민규는 답답한 듯 자기 가슴을 퍽퍽 치며 울화통을 토해냈다. 아니, 정말 왜저러는지 나는 정말 이해가 안 갔다. 이 때 연애경력이 조금이라도 존재했다면, 그의 심정이 이해갔을까. 민규의 행동을 막던 석민이가 멈춧거리다가 내게 말했다.
"권순영 선배가 너 끌고 가듯 자기 집에 데리고 가서 그랬어."
"그게 왜?"
정말 이해가 안 돼, 물어 본 것인데 민규는 그게 왜라니!하며 짜증을 냈다. 내가 이렇게 질타를 받을만큼 잘못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순영 선배도 내가 너무 취해서 쉬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데리고 간 거 같은데. 나한테 정말 아무 짓도 안 하고 난 침대에서 침대 주인인 사람은 소파에서 잤는데... 중얼거리며 가방에서 강의 책을 꺼냈다. 얼굴에 한 가득 '나 삐졌어요.'를 나타내며 필통을 꺼내고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다.
"권순영 선배."
"순영 선배가 왜?"
"뭔 짓 안 했냐고."
"에?"
"허튼 짓 안 했냐고."
설마 저것 때문에 화난 거였어?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웃음을 참으려 아랫 입술을 깨물고 꾸욱 참고 있었는데 너무 웃겨서 파하, 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고작 이런 거 때문에 그렇게 화난 표정으로 날 대한 거였어. 남사친이 없었긴 없었지만, 이런 남사친은 처음이다. 아, 진짜 너무 귀엽네. 눈물이 찔끔 나와 손가락으로 한 번 훑고선 둘을 쳐다봤다. 석민이와 민규는 인상을 찌푸린 채 날 쳐다보고 있었다. 뭐 저런 미친 애가 다 있냐 저런 거였겠지.
"안 했으니깐, 걱정마."
"아, 정말? 다행이다..."
내 말이 끝나자 무섭게 무서운 표정을 풀고선 추욱 늘어지는 둘의 모습에 다시 웃음이 삐죽 튀어나왔다. 우리의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교수님이 들어오셨고, 교수님은 다들 어제 회식 잘했냐며 안부를 묻고 가볍게 수업을 시작하셨다. 뒤를 힐끗 쳐다보지만, 순영 선배는 도통 보이지 않았다. 어제 너무 달리셨나, 아닌데... 날 데리고 오느라 별로 안 마셨을 거 같은데. 고개를 한 번 갸웃 하곤 다시 수업에 집중 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 채 재치 넘치시는 교수님의 강의에 푸욱 빠져버렸던 거 같다.
**
강의 끝남을 알리는 교수님의 과제 제출 소리에 기지개를 한 번 쭈욱 폈다. 교수님은 칠판에 종이 한 장을 붙히시더니 홀연히 강의실 밖으로 나가셨다. 조끼리 하는 과제는 처음이라 두근거리기도 두근거렸지만, 말로만 듣던 조별과제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조가 망하면 과제도 망한다던데. 한숨을 푹푹 내쉰 채 칠판 앞으로 갔다. 대학교 들어와서 부쩍 한숨 쉬는 날이 많아진 거 같다. 기분 탓인가. 하얗게 붙은 종이는 조를 나타낸 거였다. 이너봉... 이너봉... 이... 아 여기있다! 같은 조원들을 보니 탄식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3조 - '권순영. 이너봉. 김민규. 이석민.'
뭐 이런 인연 아닌 인연이 다 있는지. 내 옆에 온 석민이랑 민규도 본 것인지 와, 소리를 냈다. 그나저나, 순영 선배랑 같은 조라니 다행이네.
"운도 지지리 없지. 또 권순영 선배야?"
"순영 선배가 뭐 어째서."
"넌 그 선배가 좋냐?"
"나한테 뭔 짓은 안 했잖아."
"됐어. 내가 뭔 말을 하겠냐."
민규는 한숨을 쉬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아니, 정말 순영 선배가 어떻길래 그러냐? 석민이 쪽도 힐끔 쳐다보니 석민이는 방글방글 웃고 있었다.
"너랑 같은 조여서 다행이다."
"응? 아. 나두. 어색한 사람이랑 했으면 접었을거야."
"접기는. 학점때문에 강의도 엄청 열심히 듣는 거처럼 보였구만."
"앗, 들켰네."
눈썰미 하난 좋네, 이석민. 큭큭 웃으며 자리로 같이 돌아갔다. 가방을 걸쳐매고 석민이랑 같이 강의실을 나오니 문 옆에 바로 민규가 서있었다. 야, 너희들은 내 생각 안 나냐? 볼을 빵빵하게 만들고 입을 삐죽 튀어나오게한 민규가 툴툴 거리며 말했다. 석민이를 툭툭 치며 말했다. 쟤 원래 저렇게 많이 삐지냐? 석민이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어깨를 들썩였다. 나도 잘 몰라. 그래서, 얼떨결에 우린 같이 카페로 향하게 되었다. 과제도 할 겸, 목도 축일 겸 해서 말이다.
카페로 향하니 전부 커플들 밖에 없었다. 서러워서 살겠나. 은은한 커피향과 사람들 담소 소리가 조화로이 어울린다. 잔잔한 음악이 깔리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가장 구석진 자리를 잡고선 민규가 주문을 하러 카운터로 갔다. 석민이가 자기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더니 탁자 위에 올렸다. 과제를 생각하니 순영 선배가 떠올라 순영 선배에게 전화를 하려 했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키니 문뜩 이 생각이 떠올랐다. 난 순영 선배의 번호가 없다.
"야, 석민아. 순영 선배 전화번호 있냐?"
"응? 그건 왜?"
"과제. 과제 같이 해야지."
"아 그건 그렇구나."
근데 나는 없어, 민규도 없을 걸? 나와 석민이의 입에서 한숨이 푸욱 나왔다. 이를 어쩌면 좋지. 탁자에 머리를 박은 채 한참 고민하고 있었을까. 민규의 목소리와 익숙한 음성이 들렸다.
"같은 조 친구들 안녕."
"아, 진짜... 여기서 알바하고 있었어."
"어? 순영 선배."
"안녕하세요, 선배님."
순영 선배는 카페 유니폼을 입은 채 우리 테이블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자연스레 내 앞에 앉는 것이었다. 여기서 알바 중이어서 강의도 못 들었구나. 이제야 풀리는 궁금증에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순영 선배는 보다싶히 사람이 많아서 오래는 못 있는다며, 좀 있음 끝난다며 이 말만 전한 채 다시 카운터로 향했다. 민규는 진동벨을 한 손에 쥐곤 한 손은 벽에 팔꿈치를 기대있었다. 여기로 오지 말 걸 그랬네. 아, 진짜... 민규는 한참을 중얼거리더니 울리는 진동벨때문에 정신을 차리고 카운터에서 음료를 받고 우리 테이블로 다시 왔다.
"발표는 누가 해?"
"권순영 선배."
"그럴까?"
아니 이 사람들아. 왜 당사자 없이 막 정하시나요. 자기들끼리 히히덕덕하더니 결국은 다 정해졌단다. 발표자는 순영 선배.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하는데 발표 자료, 그러니깐 피피티는 석민이의 주도하에 만든다고. 괜히 또 설득 당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같이 과제를 하다 보니 시간은 1시간 쯔음 지나 있었고 유니폼을 벗고 사복으로 온 순영 선배가 와 난 뭘 하면 되냐는 질문에 민규와 석민이는 동시에 입을 모아 말했다.
"그냥, 선배는 가만히 있으시다 발표만 잘하시면 돼요."
이 조... 뭔가 수상치 않다. 온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내가 더 쫄은 느낌이 들었다. 여자의 촉으론 세 남자 사이에 분명히 무언가 있다.
++)) 번외
"석민아. 민규야. 우리 카페 어디갈래?"
"네가 가고 싶은 곳?"
"아냐아냐. 내가 좋은데 알아 놨는데 거기 분위기 너무 좋아."
"거기 가자."
"분위기 좋다구? 대박!"
"어서 가자. 가서 후딱 과제하고 놀자."
"응! 그러자."
++)) 과제 하다 너봉이가 자리를 잠깐 비웠다!
"민규야, 여기선 이렇게 복잡하게 할 필요 없을 거 같은데."
"전혀 안 복잡한 거 같은데, 석민아."
"권순영 선배는 어떻게 생각해요?"
'나도 너봉이랑 같이 발표 자료 만들면서 웃고 싶다. 씨발, 진짜. 서러워서.'
"나 기분 좆같으니깐 나한테 묻지마, 새끼들아."
"기분 안 좋은 이유, 너네들이 더 잘 알거라고 알아."
☆ 암호닉 분들 ☆
느림의 미학 이지훈 오빠 고양이의 보은 봉1 뀨둥 세븐틴틴틴 8월의 겨울 귤 맛있어 진투
96 열시십분 쿠조 라온 ZZU 참깨 꾸엑 코코몽 늘보
항상 감사하구 사랑합니다! 제 글이 뭐라구 이렇게 많이들... 9ㅁ9
더욱 열심히 노력하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8ㅁ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