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현/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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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현은 편지를 받았다. 그가 사물함을 열거나, 복도를 걷거나, 책상 밑을 뒤지거나 할 때 종종 나오는 편지말이다. 편지 안의 내용도 늘상 똑같았다. 난 네가 좋아 나랑 사귈래- 등의 말. 하지만 오늘 우현이 받은 편지는 조금 달랐다. 내용까지는 평소와 다를게 없었는데, 글씨체가 삐뚤한 것이 꼭 남자가 쓴 것 같았다. 정말 남자가 쓴거야? 성규가 다가와 우현이 읽고있는 편지를 빼앗았다.
" 내 놔, 미친놈아. "
" 야 진짜 남자가 쓴 것 같애. 존나 웃긴다. "
성규가 몇 글자 읽더니 토하는 시늉을 하며 우현에게 다시 편지를 돌려줬다. 우현은 그 글씨체를 곱씹었다. 글씨체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성규가 우현의 어께너머에서 편지를 따라 읽었다. 우현아 난 니가 좋아 넌 내가 누군지 잘 모를 것 같아, 시간 있으면 오늘 너희 학교 근처 A커피전문점에서 만나자. 끝나고 바로…
" 존나 시끄러워. "
" 갈꺼야? 갈꺼야? 끝나고 갈꺼야? "
" 미쳤냐 내가 거길 왜 가는데. "
우현이 편지를 구겨 가방에 넣었다. 버리지 가방에 넣길 왜 넣어. 집에 가서 자랑할꺼냐? 시비를 거는 성규의 머리통을 누르고 책상에 엎어졌다. 옆에서 성규가 쉬지 않고 쫑알거렸다. 나가면 안 돼? 재밌을 것 같은데, 나도 따라갈래. 응? 새끼야 대답 좀 해봐. 나도 가고싶다고.
" 시끄러워. 잘 거야."
한참 시끄럽게 떠들던 성규는 우현의 한 마디에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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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안 갈꺼야? 기다린다잖아. 여자면 어떡할거야 진짜 예쁜 여자면? "
" 존나 남자같은데 내가 왜 가. "
A커피전문점을 한참 지나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성규가 우현에게 물었다. 됐어, 집에나 가. 성규의 집 쪽으로 가는 버스가 오자 우현이 성규를 밀었다. 표정을 구기던 성규는 우현에게 가운데손가락을 날리다 버스에 탔다. 미친 놈, 집에 잘가라! 그게 그들의 인사였다. ‥성규가 탄 버스를 한참 바라보던 우현이 가방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다. 한 문장만 읽어도 알 수 있었다. 이 글씨체가 김성규 거라는 건. 제 딴에는 바꾸려고 엄청 노력한 모양이었으나 몇 년동안 친구였던 우현이 그걸 모를리가 없었다. 종이와 함께 구겨진 글자들을 보던 우현이 편지를 찢었다.
그냥 앞으로도 쭉 서로 모르는 것처럼 살자, 성규야. 찢어진 종이조각들이 바닥을 굴렀다.
이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잖아.
우현이 떠난 자리에는 찢어진 성규의 글자만이 남아있었다. 그 글자들은 한참을 그 자리에서 맴돌다, 어둠이 거리를 덮었을 때 완전히 사라졌다.
ㅎㅎㅎ |
이 글의 주제
불쌍한 김성규입디다 사실 갑자기 필꽃혀서 써봤어ㅇㅇ용 핰
사실 나무현이 김성규 좋아한다는게 레알? ㅇㅇ레알
근데 둘 다 ㅎ너무 힘드니까 그냥 선 그어버리고 끝내자ㅇㅇ
라는 설정도 있었었고
남우현은 김성규를 친구로만 생각한다 가 이 글의 진짜...☆
읽어주셔서 ㄳ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