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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저..."
"이젠 가야겠네요. 생각해보고 연락 줘요. 기다릴게요. 잘자요"
순식간에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한 기분에 경이 한차례 얼을 뺐다. 다 마신 머그컵들을 손에 들고 침대에 걸터앉아 곱씹었다.
만난지 얼마 되지않았을뿐더러 익숙함만을가지고 판단할 수도 없고, 그렇지만 아르바이트만으로는 빡빡한 집세에 갈까말까 망설여져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무릎위에 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고민 안하고 그냥 오면 안되나?'
'내가 어디로 팔려갈줄알고 그냥 오래. 생각 해볼게요 잠이나 자요.'
'항상 단호하네요. 그것도 매력이긴 하지만.'
그렇게 문자를 하다 잠들어버린 이후로도 끊임없이 그에게선 연락이 왔다. 시간이 불규칙적이긴 해도 잊지않고 항상 관심을 주듯이 연락을 해오는 그가 신기했다.
마지막말은 항상 그냥 오라는 말 뿐이지만.가끔은 잠잠한 핸드폰에 활력을 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매일 지나는 길을 따라 조심스레 걸었다. 저녁을 지난 밤시간이라 혼자 감상에 젖었다. 가로등 불빛이 비쳐 희미하게 그림자가 퍼져나갔다.
똑같은 길이지만, 뭔가 다른 듯 한 느낌에 가로등 아래 멈춰섰다. 고양이가 옆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가 도망갔다.
손에 쥐어진 핸드폰이 존재를 알려온다.
'그렇게 멍하니 있으면 저같은 사람이 따라올걸요.'
주위를 두리번 거리자 한번 더 문자가 왔다.
'안보일텐데.'
"아 뭐야."
"그냥요."
뒤를 돌아보던 나에게 앞에서 목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랬다. 파닥파닥 거리며 넘어지려는 나를 잡아 일으키곤 둘이 나란히 걸었다. 언젠가 한번 겪어봤던 느낌이 들었다.
"빨리 들어가요."
"근데 왜 이렇게까지해요?"
"하고싶으니까요. 들어가요."
"당당하네요. 안녕"
얼마 안되는 거리였지만, 끝까지 같이 있던 그가 한참만에 돌아서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기분이 이상했다.
속이 울렁거려와 급히 집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잠그곤 화장실로 들어가 몽땅 게워내려고 했지만, 토해낼 수 없어 답답했다.
대충 씻고 누워 오랜만에 핸드폰이 아닌 엠피쓰리를 꺼내들었다. 천장에 붙은 야광별이 빛을내다 금새 사그라들었다.
아르바이트는 어디서 하냐는 질문에 대충 장소를 말해주곤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무엇보다, 저기서 금새 몸을 돌릴 것 같은 매니저 형님이 눈치를 줄까 싶어서.
테이블을 닦다가 문득 허한 느낌에 잠시 멈춰섰다. 하늘이 파래 손을 뻗어보고 싶었다. 입에서 뭔지모를 말이 나오지 못하고 맴돌다 사라졌다.
햇빛과 함께한 하늘에 눈이 시려왔다. 눈을 찌푸리다 곧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재빨리 테이블을 마저 닦고 카운터에 가서 섰다.
"왜 답장 안해요?"
"일하는데 어떻게 답장을 계속 해요. 그쪽은 일 안해요? 백수네 백수"
"저 일 하다가 나온거에요."
"그차림으로요? 아닌 것 같은데.무슨일 하는데요?"
"그건 들어오면 알려줄게요. 그쪽 일 해야죠. 마끼아또 주세요"
"치사하게. 네 알겠습니다 고객님."
치사하게 그런걸 안알려주냐. 속으로 궁시렁거리며 별 말을 다 던지면서 커피를 건넸다. 살짝 닿은 손이 차가워 의외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받고서도 가만히 서있는 이 사람에 뭐 필요한게 있나 싶어 마주보았다.
"몇시에 끝나요?"
"다음 알바가 터치해 줄때요."
"어렵네요. "
"여섯시요."
"이따가, 올게요. 끝나는 시간에. 나 지금 시간 내달라고 말하는거에요. 다시 말하자면,"
나직하지만 힘있게, 정확히 내용만을 던지는 말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중간에 말을 끊고 등을 밀었다.
"빨리 가요!"
딸랑- 하는 도어벨의 맑은 소리가 울렸다. 문 사이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가 얼굴께로 닿아왔지만, 달아오른 얼굴이 식지 않아 연신 손부채질을 했다.
귀가 뜨거웠다. 뭐 저렇게 말을 낯간지럽게 던져.
같이 알바하는 형이 나와서 귀까지 빨개진 날 빤히 쳐다보다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차는가 싶더니 도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발을 동동구르며 겨우 가라앉힌 낯뜨거움에 이제서야 조금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생겼다. 테이블에 앉아있던 여중생들이 소곤거리다 눈이 마주쳤다.
어정쩡하게 웃다가 빈 테이블을 정리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였다.
공연히 머쓱함에 할 일이 없어도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다녔다가 매니저 형님한테 오히려 정신사납다는 소릴 듣고 조용히 한켠에있는 의자에 앉았다.
다리에 들어가 있던 힘이 풀리고 한번 기지개를 쭉 펴자 뚜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제 곧 끝날시간이네.
어두워져가는 밖을 보면서 핸드폰을 꺼내 홀드를 풀었다 잠그길 반복했다. 그러다 아까 보냈다던 문자가 생각나 확인했지만, 내용은 없는 빈 문자가 하나 와 있어서 허탈하게 웃음을 지었다.
다시금 머리가 아프면서 눈앞이 흐려졌다. 몇번이고 눈을 깜빡였다.
"형!"
"어 왔네."
"어디 아파요?"
"아니,아니야 난 이제 간다"
눈앞을 휘젓는 손에 앞이 다시 온전해졌다. 탈의실로가서 유니폼을 벗어두곤 밖으로 걸어나왔다. 서서히 쌀쌀해져가는 날씨가 맘에 들었다.
조용히 심호흡을 한번 하려는데 뒤에서 잡아오는 어깨에 순간 기침이 나왔다. 이상한 사람이면 손을 뿌리칠 요량으로 뒤를 살짝 보았다.
"아, 뭐에요"
"그냥 좀 놀라라구요. 탈래요?"
솔직히 말하면 차가 있어서 놀랬다. 동갑이라면서.
의외로 능력이 좋은건지, 이렇게 치부해버리긴 뭐하지만 집안빨인지 하는 생각이 들어 말을 하지 않고있었다. 길가에서 멀뚱히 서 있자 어디 아프냐면서 물어오는게 걱정해주는 그것에 잠시 입꼬리가 올라갔다.
조용히 차에 올라타서 물었다. 느낌이..
"저기요. 그쪽 이거 많이 해봤죠? 익숙한데?"
"네? 아닌데. 그쪽이 처음인데요?"
"익숙한 냄새 나요. 변명 그만해요."
"질투하는 것 같아서 귀엽네요. 안전벨트 메요."
근데, 어디갈거에요? 어디가는거에요? 안알려줄거에요. 왜요? 원래 비밀이어야 재밌잖아요. 이거 납치하는건지 아닌지 어떻게 믿어요? 지금껏 했던 행동들 생각하면 의심이 들진 않을텐데? 은근 슬쩍 끝 말을 놓는 그가 재밌었다. 묘한 정적이 흐르는 차 안의 분위기가 콕콕 쑤셔왔다. 창문에 기대서 바깥만 내리 쳐다보다 얼마 안가 차가 멈추었다.
"다 왔어요."
"여기가 어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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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때와는 다르게 분량이 많이 짧아요.
흐흐흐 그리고, 아마도 급전개가 될거에요. 사실 에버그린을 처음 잡아둘때 이런 달달한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아마 에버그린은 제가 쓴 글 치곤 많이 달달할 것 같아요.
강친님 쌀알님 미노님 마가레뜨님 망가리님 크림독자님 말랑님
그리고 덧글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알아봐주셔서 고마워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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