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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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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계획지향적이고 치밀해서 '사냥감'을 단 한명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불순분자가 끼어들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터라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考慮)했다. 보다 원하는 것을 위해 여러 명을 골라 충분한 시간을 들여 관찰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하나씩 하나씩 모자라고 부족한 대상자는 바로 제외시켰고 작은 부분이라도 걸리면 파헤쳐서 수를 좁혀나갔다.
그리고 선정 기준은 신체 건강할 것, 과도하게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지 않을 것, 유전적 문제가 없을 것, 비만하지 않을 것 등등 다양했다.
한줌의 재도 되지 못하고 사라진 '그녀'가 살아있는 동안 약품으로 재운 후 외출하기를 여러 번, 이유없이 행동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사정과 사냥감 물색하느라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여러 대상자를 놓고 관찰하기를 거듭했다. 그중에서 탈락한 자들과 선택된 자로 갈라졌으며 선택된 자는 '그녀'이후의 사냥감으로 선정(選定)되었다.
이번 Target(목표대상)은 온라인 게임 중독자였다. 하루라도 게임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디지 못하는 흔히 '폐인(廢人)'이라 불리는 좋지 않은 이미지지만 병역제대한지 얼마 안 된 복학생으로 신입여대생에게 잘 보이려고 몸 관리하는데도 소홀하지 않는 남성이었다. 거기다 집안 자체가 담배를 피지 않아서 군대가서도 배우지 않았고 헬스에 집중하느라 술도 자제하는 편이었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합법과 불법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의 수단을 이용하여 개인 사항부터 가족, 친인척들의 자세한 이력까지 습득했고 유전적인 병도 없는 것도 확인했다. 최소한의 부작용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자람 없음을 확인한 후 충분한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판단되어 '사냥감'으로 정한 것이다.
그를 꼬여내기 위한 일한으로 접근 방법을 모색했고 게임중독자라는 별칭을 가진 '사냥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넷상으로 접근했다. 그가 어떤 아이디와 캐릭터로 활동하는지 등등 관련 정보를 알아내는 방법은 남자에게 우스울만큼 간단했다. 며칠을 두고 살펴보면서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여러 방법을 염두한 끝에 아이템을 구한다는 게시글을 게임사이트에 올린 것을 확인했는데 쉽게 구할 수도, 얻을 수도 없는 레어 아이템(rare item:고급의, 희귀한 아이템을 이르는 말)이었다.
사냥감이 원하는 것을 파악한 남자는 수완 좋게도 그리 길지 않는 시일 내에 얻었고 틈을 봐서 그에게 접근을 시도했다. 당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으며 팔 의향을 가지고 있다는 쪽지를 보내자 곧바로 금액을 제시하며 답장을 보내왔다.
- 1500만! 어때요?(sij0709)
그가 찾는 아이템은 억단위를 넘어갈 만큼 최고가액은 아니지만 희소가치로서 충분했으며 흔히 구할 수 없는 것인데다 최대 2000만원이상 거래된 적도 있는 고가의 아이템이었고 '사냥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유복한 집안에 태어나 금전적으로 부족함없이 자란 탓인지 천만원이 넘는 고액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금액을 제시했지만 꽤 몇년이상 게임 플레이어로 굴러먹은 약아빠진 사람인지라 이미 거래된 금액보다 하향해서 제시했다.
처음부터 흥정을 생각하고 내민 금액인지 아닌지 모르나 뜸을 들이며 가격 흥정을 시작하여 시간을 끌었다. 그 시간이 답답할만도 하지만 거의 다잡은 물고기를 서둘러 얻으려고 낚싯줄을 당기는 것은 섣부른 행동이며 멋모르는 아마추어나 하는 짓이었다. 완벽하게 잡으려면 천천히 숨을 조여 힘을 뺀 후 끌어올려 꼼짝달싹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했다. 남자는 전자의 행동을 할만큼 멍청하기는 커녕 무서울만큼 냉철했고 후자처럼 먹이에 이끌려 찾아온 사냥감의 목을 천천히 죄었다. 결국 목구멍이 포도청인 그가 최대가를 제시하며 남자의 의도대로 먹이가 걸린 날카로운 쇠붙이를 답싹 물며 완전하게 걸려들었다. 남자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띄웠지만 그 웃음 안에는 짙은 허무(虛無)가 깔려 있어서 숨이 막혀왔다.
사냥감으로 명명(命名)된 그와 연락처를 주고받는 것으로 밑물 작업을 완료한 남자는 온라인상에 고스란히 남은 흔적을 깨끗이 지운 다음 컴퓨터 전원을 껐고 바탕화면이 윈도우 종료화면으로 전환되면서 모니터가 파랗게 빛났다. 잠시간 파란빛에 노출되어 그 빛에 물든 남자의 눈동자는 달아오른 컴퓨터와 다르게 차갑게 식어 있었다.
거미가 먹이를 얻기 위해 지은 지주망(蜘蛛網)안으로 스스로 한마리의 나비가 아름답게 날개짓을 하며 찾아오는 모습이 눈동자 위로 선명하게 떠올랐다.
* * * * *
"범인 인상착의를 알아냈다고?"
"어. 정확히 말하면 용의자."
"네. 멀리서 본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지만 최소 180cm는 넘는 큰 키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성별은 남자이고..."
멀티룸 탐문을 끝내자마자 바로 서로 돌아온 성용과 다래는 같은 실종수사팀원 청용과 자철에게 보고했다.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특별히 구매한 건강을 위한 무지방우유 커피를 타서 마시며 수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범행을 목격한 것이 아니라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자를 본 것 뿐이고 어쩌면 길을 묻거나 아는 지인일 수도 있어서 불완전하기 짝이 없었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로 젊은 남성에 주변 반응을 보아 잘생긴 얼굴, 훤칠한 키 그 조건으로 찾는 것도 방대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전보다 좁은 범위에 속했다. 그러나 확실하지 않는데 그 정보만 갖고 수사하기에는 진짜 범인을 놓칠 수 있는 오류를 범할 수 있었고 그 점을 자철이 꼬집었다.
"근데, 그 사람이 꼭 범인이라고 판명된 건 아니잖아."
"뭐?"
"그렇잖아요. 그 멀티룸인가 뭔가하는 주인이 멀리서 봤다며요? 근데 그게 길을 묻는 행인일 수도 있고 아는 사람일 수도 있는데 너무 용의자로 단정 짓는 것 아니에요?"
"선배, 실종 예상 시간대와 비슷하니까 그렇게 생각한거에요."
"그래도...만약 그 남자가 범인의 진짜 인상착의랑 완전히 빗나가면 어떡할거야? 내 말은 그런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거지. 쩡아, 네 생각은 어때? 식빵이 너는? 청용선배는요?"
자철의 반박에 세사람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청용은 심각하게 고심하더니 생각을 정리했는지 고개를 몇번 끄떡이고는 입을 열었다.
"자철의 말처럼 그점을 무시할 수는 없지. 그렇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에서 소중한 정보이기도 해. 가게주인의 말처럼 그 남자를 목격한 사람이 많은 것 같으니까 목격자들을 더 찾아보자."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 찾기 쉽지 않아요. 거기다 근 두달 전이고...몇번이나 찾아봤지만 없어요. 단골 옷가게 주인한테도 물어봤는데 모르겠다하고...기운 완전 빠짐."
"CCTV는 확인 해봤어?"
"물론이죠. 가장 먼저 확인한 부분인데....공문요청해서 녹화된 장면 확인해봤죠. 그런데 대부분 덮어쓰느라 남아있지 않더라구요. 거기다 CCTV 갯수도 적은데다...한 세대? 띄엄띄엄 있고...김소영씨가 들렀던 단골가게 근처에는 CCTV도 없어요."
"큰일이네...그래도 다시 봐봐. 혹시 아니? 놓쳤던 부분이 있을지..."
"뭐, 그러죠. 하아..."
"근데 거기 유동인구도 많은 편인데, 왜 그렇게 적데? 많이 좀 설치하지. 한 백개 설치해봐라. 왠만한 범죄는 90%차단될껄?"
청용과 다래의 대화를 가만히 듣던 자철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말을 꺼냈다. 보통 번화가에는 CCTV를 많이 설치해놓지 않던가? 의아한 마음에 질문했다. 자철의 말에 다래도 기운 빠졌음이 역력한 목소리로 힘없이 대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시카메라라는 것이 많이 설치되었다면 지금보다 수사가 쉬웠을 것이 틀림없었고 얻는 정보의 질도 달랐을 것이다. 그런 아쉬움을 담아 자철 또한 말했고 바늘따라 실가듯이 하루라도 티격태격하지 않으면 못사는지 성용은 자철에게 비웃음을 담아 말을 던졌다.
"그렇게 많으면 애초에 그런 번화가에서 납치했겠냐? 그렇게 납치하기 딱 좋게 조성되어 있으니까 선정한거 아니겠어? 누가 구레기 아니랄까봐. 니 머리 저~어기 쓰레기통에 버리고 와라."
"이 식빵 놈은 맨날 사람 능욕해. 이 나쁜 놈. 내가 구레기면 넌 기레기야~"
"뭐 임마?!!"
"그만, 그만. 싸울때야? 고양이 발이라고 빌리고 싶은 심정인데 그거라도 다시 살펴봐야지. 혹시 알아? 좋은 거 건질지."
"하긴..."
"그렇긴 하네요. 놓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고."
기껏 범인으로 보이는 사람 인상착의 찾아서 좋다고 했는데 너무 생각없이 생각한 것 같았다. 자철의 말대로 생각했던 인상착의와 실제 범인과 다르다면 더 많은 희생자가 생길테고 그 책임은 경찰에게도 있었다. 범인 찾기에만 집중하다 허와 실을 구분 못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니까. 뜨겁게 달아오른 주전자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식은 분위기가 그들 곁에 맴돌았다. 커피를 다 마셔 빈 종이컵을 손에 쥐어 콱 구기며 못마땅한 심경을 반영한 성용은 한숨을 내뱉고 무언가 떠올렸다는 듯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청용에게 물었다.
"형."
"어? 왜?"
"저번에 좀 얻었잖아. 그건에 대해 김선배한테 부탁했어?"
"아아, 아직."
"뭐요? 아니, 그럼 그 새벽에 개고생한 이유가 뭔데? 빨리 처리할 건 처리해야지."
"알아.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났다고 부탁 타령이야. 아직 저녁도 안됐어. 조만간 말할거니까 걱정말아라."
큰 진척은 없지만 현재까지 수사한 정보를 보고서 작성한 후 대표로 청용이 보고하러 갔고 남은 성용과 자철, 다래 세 사람은 청용이 보고 하러 간 사이에 보고서 및 별달리 도움되지 않는 분석 자료 등을 훑어내렸다. 작성한 것는 많지만 빈깍정과 다름없이 실속없는 자료의 반정도 봤을 때 자철이 무언가 생각 났다는 듯이 성용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온다더라?"
"뭐?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태환이가 국내에 들어온대."
"뭐?"
"한국으로 귀국한다고. 완전히."
"그래? 왠일이래냐. 미국에 계속 있을 줄 알았더니."
"글쎄~아무튼 내일 온다더라."
"흐음..."
"태환이 만나러 갈건데, 너도 갈거지?"
"그래야지."
이튿날 오후, 전날 약속을 잡은 태환을 만나러 자철과 성용은 서를 나섰다. 수사의 진척은 더디지만 현재 수사중인터라 오래 자리를 비우지 못했다. 그러나 미리 청용과 다래에게 몇시간만 자리를 비우겠다며 양해를 구했고 청용은 그 약속이 술자리가 아니라 간단히 식사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흔쾌히 허락했다.
월급이 소금처럼 짠 탓에 택시보다 대중 교통과 두 다리를 좋아하는 두 명의 형사는 버스를 타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목적지의 절반정도 지나쳐 왔을까? 도착한 문자메세지 진동에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낸 성용이 발신자와 메세지 내용을 확인하더니 무섭게 굳었다. 입술을 깨물고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성용이 의아해서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고 눈을 감고 고민하는 것 같더니 자철에게 대답했다.
"야. 나 못가겠다."
"뭐?"
"미안하다고 전해줘. 갑자기 급한 일 생겼어."
"어? 야! 기식빵!"
버스 정차 버튼을 누르고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는 성용의 뒷모습을 허망하게 쳐다본 자철은 뒷통수를 긁적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 자식. 왜 저래?"
평소와 다른 친구의 모습이 이상했지만 하루이틀 언제든 이상하지 않은 적이 없는 놈이라며 곧 수긍하고는 이미 떠나간 사람을 다시 붙잡아 올 수 없어서 자철 혼자 약속장소로 향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약속장소로 잡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범인 때려잡기 바쁜 몸이고 이런 곳에 오는 것이 드문지라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며 고개를 두리번 두리번하기를 여러 차례, 원하는 목적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게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니 이미 안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있는 태환이 보였고 성큼성큼 다가가 반가운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든 태환이 익숙한 미소를 지으며 자철의 이름을 불렀다.
"자철아."
얼마 만에 보는 친구인지 서로 반갑게 얼싸안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몇년 간 서로 바빠서 연락도 제대로 못하고 지냈지만 어제라도 만난 것마냥 어색함도 없이 정겹게 대화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어디론가 가버린 성용에 대해도 말했다.
"태환아, 미안해. 성용이도 같이 오려고 했는데 얘가 바쁜일이 있는지 갑자기 가버리지 뭐야. 미안하다고 전해달래."
"그래? 보고싶었는데...좀 아쉽지만 다음에 보면 되니까."
"그래. 다음에 보면 되지. 히히. 그건 그렇고 정말 한국으로 아예 온거야?"
"응."
"이제 자주 볼 수 있겠다. 아닌가? 서로 바쁘다보니...내가 칼빵 맞으면 보려나? 하하."
"못하는 소리가 없어.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마."
"으이구~ 알았어. 닥터 박! 아니 박선생님이라 불러드릴까?"
"됐어~"
자철의 농담에 얼굴을 굳히며 엄하게 표정을 짓던 태환은 곧 푸스스 웃으며 자철의 어깨를 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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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
연말이다보니 여기저기 약속이 잡혀서 주말내내 바빴답니다;;;
다음주...아니 이번주 주말에도 마찬가지로 약속때문에 주말이 아닌 평일에 짬을 내어 글을 올릴 것 같아요^^;
덧글에 대한 답글도 최대한 빨리 해드릴게요>_<;;
그리고 독자님들의 질문들은 정리해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독자님들 항상 관심가져주셔서 사랑합니다♥
태환의 친구는 자철과 성용이었습니다....먼저 태환과 자철이 만났어요.
어디론가 떠난 성용의 행방은 다음화에서...^^
※ 오타 지적 환영.
-클릭- |
★ 어제 쑤냥이 생일이었는데...늦었지만 기념으로 전에 그려놨던 그림을 올려봅니다. 안닮았지만...ㅋㅋ;;; (※불펌NO! 개인소장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