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버린 눈을 어찌 할 수 없었다. 손에 닿자마자 약간의 한기와 함께 사라지는 눈을 멍하니 올려다보다 고개를 돌리니, 언제나 그래왔던 거처럼 미소를 지으며 있는 네가 눈에 들어왔고, 한 발자국씩 천천히,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다가갔다.
"날이 춥습니다. 그만 돌아가시지요."
"춥고 시린 날이 무슨 상관이느냐. 너를 이렇게 볼 수 있으니 되었다."
살포시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외지고 추운 탓 인지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온기가 느껴지는 네 몸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익숙하게 손을 들어 등을 만져주는 손길을 느끼고 있다 엇, 하는 소리와 함께 너와 떨어지게 되었다.
"아... 토끼입니다."
이렇게 내리는 눈처럼 하얀 털을 가진 작은 토끼였다. 옷이 젖는거도 모른채 다리를 접고 앉아서 다리에 제 몸을 비비는 작은 생물체를 안았다. 낯선 손길에도 도망가지 않고 까만 눈으로 쳐다보는 걸 마주하다 고개를 올려 너를 쳐다보았다. 좋구나. 그대가 웃는게 참 좋아. 달콤하게 들려오는 말에 얼굴을 붉혔다. 한참동안 귀를 쫑긋거리던 토끼가 뭔가에 놀란 듯 품을 빠져나갔고, 순식간에 사라진 토끼에 아쉬운 듯이 떠나간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토끼가 그렇게도 좋더냐."
"귀엽지 않습니까... 혹, 싫으신 겁니까?"
아니ㄷ, 말을 잇지 못하고 동공이 커진 너를 의아하게 생각했다. 곧이어 허리께에 파고드는 날카로운 느낌은 분명 화살이었다. 원래 처음의 고통보다 인지하고 나서의 고통이 심하니 금새 입에서 비릿한 맛이 올라왔다. 천천히 네 앞으로 쓰러지니 몸을 받아서 화살이 더 들어가지 않도록 몸을 받치는 손에 눈을 감았다 떴다. 이대로 끝날 운명인가보다.
"죽지 말거라! 아직 아니다. 내 금방 사람을 부를 것 이니 조금만 참거라..."
"되, 었습니다..."
"뭐가 되었다는 말이냐, 말 하지 마라."
"다음... 은, 후윽, 더 밝게... 웃고 싶... 습니다."
언젠가, 환하게 웃어달라던 네 말이 생각났다. 입 안에 차올라버린 핏덩이를 밷어내고 입가에 묻을 피를 닦을 힘도 남지 않았다. 억지로 굳어가는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이고, 점점 감겨가는 눈을 필사적으로 떠서 눈물을 떨궈내는 네 눈을 한번, 시선을 조금만 더 올려 다 죽어가는 중에도 내리는 눈을 한번. 그리고 눈을 감았다. 거짓말처럼, 모든 고통이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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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인사드리네요! 星 입니다. 한글로는 별이고요. 독방에서 커플링 투표했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오게 되네용ㅎ 잘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