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반수 두마리와 동거동락 : 06
야자끝날 시간 5분전 미리 짐을 다 싸놓고는 가방을 뒤로 매고 하나둘씩 나갈 준비를 하였다. 하교종이 치자마자 다들 우르르 나갔고. 나도 뛰어나갔다. 그런데 중앙복도에서 얘들이 북적북적 거리길래 ‘ 뭐지 ? ’ 하는 의문감과 함께 발걸음을 청했는 데, 전정국과 김태형이 중간에 껴있고 얘들 모두가 핸드폰을 들이대고 있었다. 골때리는 머리를 한 손으로 짚고는 뒤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이탄소 ! ”
김태형이 나를 불렀고, 모두의 시선은 아까 조회시간처럼 나를 향했다. 평소에 관심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난 이 시선이 부담스러움의 극치에 도달했다. 나보다 늦게 나온 지은이는 정국이와 태형이에게 뭐가 그리 해맑은지 손을 막 흔들었고, 그 둘은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이다가 ‘ 잠시만요 ~ ’ 라고 하며 여자얘들을 헤집고는 우리의 앞에 섰다.
“ ... 너네 자퇴안하냐.. ? ”
V “ 오늘 처음 재학한 학생에게 너무한거 아니야? ”
“ 제발 자퇴해 … ”
J “ 집이나 가자 친구들 ! ”
내 생각에는 앞으로 이렇게 계속해서, 남은 반년을 같이 보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은이는 우리집 쪽으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지기 때문에, 인사를 하고는 나와 정국 그리고 김태형 셋이서 하교를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우리를 쳐다보며 ‘ 저 남자 둘 봤어 ? 잘생겼다… ’ 라고 수군거렸다. 그런데 그 고통은 왜 내가 받냐구요 … 전정국 그런 시선이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 지 앞만보고 걸어갔다. 집 앞을 다다랐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언니 ? ”
고개를 돌려보니 여동생과 부모님이 계셨다. 두 손에 캐리어를 바둥바둥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귀국이 빨라졌구나했다. 이미 녀석들이 이사를 갔다는 것에 대해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녀석들이 이사를 가고나서 며칠을 혼자 외롭게 지냈었는 데, 보고싶다고 생각했다. 녀석들에게 잘가라는 인사를 하려 옆으로 돌았는 데, 내 옆에는 텅텅 비여있었고, 엄마 아빠의 캐리어를 받아 들고는 꼭 자신들이 가족인 것 처럼 자연스럽게 짐옮기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 뭐야. 너네 뭐야. ”
“ 니 친구요. ”
자연스럽게 짐을 옮기고 자연스럽게 집에 들어와서, 자연스럽게 우리 엄마가 깎아주신 과일을 먹고있다. 이런 우라질 … 여동생은 생전 안타던 쑥스럼을 타며 쭈뻣거리고, 아빠와 엄마는 흐뭇한 표정으로 얘들을 보고 있었다.
(엄마) “ 탄소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 ? ”
K “ 어 … 학교 같이다니는 사이예요. ”
“ 우리가 아들을 가지고 싶어했거든. 딸만 둘이라,
그런데 아들이 생긴 기분이네 ? ”
“ 엄마는 만난지 한시간도 안되서 무슨 아들타령이야.
그리고 나 얘들이랑 안친해. ”
“ 안친한데 널 집까지 데려다줘 ?
너 집까지 데려다주는 친구는 지민이 뿐이잖아. ”
“ 아무튼 . ”
어쩌다가 우리집에서 내 편은 하나도 없는 건지. 나 정말 딸 맞아 ? 이씨집안 장녀 맞냐구요 …
“ 저기 오빠 …
정말 보뎬모델 전정국오빠 맞아요 … ? ”
“ 네, 맞아요. ”
“ 헐 ㅡ 엄마.
그 내가 그때 엄마한테 사진보여주고 잘생겼다고
막 내가 결혼ㅎ… 아니.
잘생겼다고 그랬던 쇼핑몰 모델오빠가
지금 내 앞에 있.. ”
“ 이정현 조용히해. ”
“ 왜. 귀여운데. ”
동생까지 다 얘들한테 넘어간 와중에 아빠는 엄마랑 귓속말로 무슨 말을 속삭였다. 그리고 나서 아빠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하는말이. ‘ 사위는 누가 좋으려나 … ’ 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동생은 고개를 절래절래저으며 ‘ 언니랑 결혼하려고 살았으면 저 오빠들이 저런 미모로는 안살지. 오빠들도 얼마나 피곤하겠어. 잘생긴얼굴로 관심받는 거. 그렇게 힘들게 살았는 데, 결국 인생의 끝이 언니라니 (절레) ’ 이 년을 한 대 칠수도 없고. 이 와중에 김태형과 전정국은 뭐가 웃긴지 배를 부등켜쥐고는 깔깔 거리는 것이다.
“ 시간이 늦었으니 빨리가 너네.
내일 학교도 가야하면서, ”
“ 왜 ㅡ 조금 더 있다가 가지. ”
“ 안돼. 얘네 전학온지 얼마 안되서
학교늦으면 찍혀. 빨리가. ”
V “ 그럼 가보겠습니다. 과일 잘먹었어요.
다음에 또 놀러올께요. 엄마. ”
“ 왜 우리엄마가 니 엄마야.
빨리가 ! ”
K “ 안녕히 계세요. ”
얘들이 가고 난 후 씻고 거실로 나오니 가족들이 다 낭랑한 눈으로 쳐다봤다. 동생이 내 팔을 잡고는 홱 ㅡ 자신의 방으로 끌고와서는 언제 어떻게 왜 어쩌다가 만나게 된건지 심문을 하기 시작했다. 말하면 뒷목잡고 쓰러질 녀석이.
“ 아. 그런데 전정국이 그렇게 유명한 얘야 ? ”
“ 에휴. 맨날 아이돌한테 빠져서야.
저 오빠 엄청 유명해.
나도 쇼핑몰모델이나 그런 사람들 잘 모르는데.
페이스북에도 엄청 올라왔어.
내 친구가 말해준게
저 오빠 소속사 계약전이라던데 … ”
“ 아 … 에이젼시에서 스카웃하려고 하는 건 들어봤어.
내 친구들도 난리던데 … ”
“ 근데, 아까 그 옆에 있던 오빠는 누구야 ?
정국오빠 친군가 ? ”
“ 응. 김태형이라고, 개 싸가ㅈ… 가 아니라.
성격 좀 이상한 애야. ”
“ 왜 … ? 잘생겼던데 ..
정국오빠도 잘 생겼는 데, 내 스타일은
태형오빠야. ”
“ 잘생기기는 개뿔 . ”
“ 언니는 만약에, 정국오빠랑 태형오빠가 동시에 고백을 했어.
그럼 누구 선택할꺼야 ? ”
얘가 지금 나한테 무엇을 물어보는 가 했다. 정국이는 되게 이성적이고 말도 고분고분하고 어쩌면 연애를 했을 때 다투는 것도 덜하지 않을 까 했다. 하지만 쇼핑몰 모델이라는 건 별로. 오늘 학교에서 봤듯이, 난 애들한테 관심받는 것도 매우 싫어하고. 정국이와 연애를 한다면 그 관심은 … (절레). 그렇다고 김태형이랑 연애를 한다면 매일 치고 박고 싸우고, 설레임이라고는 1도 없을 것 같은 기분이랄까 ? 그런데 나 지금 이 고민 왜하고 있니 ?
동생이 방에 들어가고 나서 공부를 하려고 책을 폈는 데, 내일 또 그 녀석들의 얼굴을 볼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한게 공부를 도통 못할 것 같아 책을 덮었다. ( 절때 하기 싫어서가 아님 ) 방탄 팬픽이나 보자며 텍파를 열심히 다운받고 있는 데, 진동이 지잉 ㅡ 울렸다.
[ 집에는 잘 도착했어요.
내일 등교할때 같이가요.
집앞에서 기다려도 되죠 ? ]
[ 안돼. ]
[ 내일봐요. 잘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