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줘 호석아."
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불 소리가 바스슥 소리를 내며 길게 뻗은 오른쪽 팔 위에 평소에 강아지 쓰다듬듯 헝클이던 너의 머리를 왼쪽 손으로 조심히
들어 올려놓고 다시 한번 왼쪽손을 들어 너의 날개죽지쪽에 살짝 힘을 줘 간격을 가까이 만든다. 그리고 살표시 너의 이마에 입술을 맞댄다.
"입맞춤 하란 적은 없었는데?"
"안아줬는데 이것도 못해줘?"
부끄러운듯 투덜거리는 너의 목소리에 호석은 깨물근인지 보조개인지 모를 매력적인 파임을 보여주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장난스레 말을 한다. 쭉 밑만 보고 있던 너는 장난스레 욱하는 마음이 튀어나와 고개를 위로 올리자 호석과 눈이 마주친다. 잠들기 전 무드등으로 온 방은 주황빛으로 은은하게 만들었고, 요즘 흔히 말하는 '열일'을 하고 온 호석은 방금 막 씻고 누운 탓에 보송한 피부와 푸른 숲을 나타내는 듯한 향으로 너를 시각적으로나 후각적으로 더욱 부끄럽게 만든다.
너는 호석의 품에 숨으려하다가 그의 눈을 콕콕 찌르는 앞머리에 손을 뻗어 앞머리를 옆으로 넘겨준다. 금방 제자리를 찾는 머리에 넌 괜히 입술이 나온다. 그런 호석은 따뜻한 눈빛으로 널 바라보고 있다. 넌 다시한번 더 손을 뻗어 옆으로 넘긴다. 역시나 금방 제자리를 찾아오는 머리에 몇번을 더 반복한다. 호석은 그 사이 몇번 눈을 찡그리기도
하고 귀엽게 불퉁나온 너의 입술을 바라본다. 항상 네가 예쁘다고 생각한 입술의 끝은 호선을 그리고 있었지만 너는 머리에 집중해 발견하지 못한다. 그런 호석은
잠깐 섭섭한 감정이 들어 한마디 꺼내려던 찰나 네가 침대에서 먼저 일어난다.
"기다려봐!"
이 한마디를 내뱉곤 넌 작지도 크지도 않은 집을 오도도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발을 옮긴다. 그런 모습에 호석은 네가 어디에 부딪힐까 걱정이 되어 그도 일어나 목을 쭉 빼놓고 어두움에 익숙해진 시야로 너의 모습을 좇으려고 노력한다. 2분 채 지나지 않았을까 무엇을 그리 찾는지 궁금해진 호석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몸을 일으킨 순간 네가 다시
오도도거리며 침대에 거의 철푸덕 거리듯 몸을 던진다. 역시나 호석을 다칠까 두 팔을 먼저 뻗는다. 너는 그런 호석의 손길을 자연스럽게 받아내곤 대뜸 호석에게
"빵야!"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총 모양을 만들어내곤 총 쏘는 흉내를 낸다. 그런 호석은 어리둥절해져선 뭐하는 거냐고 묻지만 넌 계속 웃으며 총쏘는 흉내를 낸다. 호석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 웃음만을 짓다가 곧 너의 상황극을 받아준다. 윽. 하고 누운 호석의 옆에 너는 다가간다. 넌 총 맞은거니까 못일어나- 하며 그의 움직임을 제한한다. 호석은 여전히 물음표만 띄어진 얼굴로 너를 바라본다. 그런 호석에 너는 한번 웃어주고 거실에서 찾아온 집게핀을 그의 앞머리를 옆으로 넘긴 채로 고정시킨다.
"정호석 더 잘보인다."
너는 이불 위 아빠다리르 한 채로 뿌듯하다는 듯 쳐다보며 말한다. 호석은 이제야 상황파악이 다 되어 웃음소리를 내며 미소 짓는다. 앙증맞은 너의 말에 항상 잘생겨보이고 멋져보이고 싶은 호석이 일부러 눈을 찌르는 앞머리에도 내린 것을 너는 평생 알 일이 없을 것 같다. 호석은 너에게 손을 뻗고 너는 그 손을 잡는다. 손에 힘을 줘 다시 팔에 너의 머리를 올려놓는다. 그리고 그 위에 바로 이불을 덮어주곤 너의 다리 위에 호석의 다리를 감는 동시에 왼 팔을 들어 너를 힘주어 껴안는다. 너는 답답한 마음에 오른속으로 탁탁 호석의 갈비뼈 근처를 아프지 않게 친다.
"좋다, 김탄소."
평소에 듣던 호석의 목소리가 아닌 피곤에 찌들었고 낮은 목소리지만 정말 그 감정이 들어난 목소리에 너는 탁탁 치던 손을 멈춘다. 그리고 그의 품에 너의 얼굴을 묻자 그제야 그는 힘을 푼다. 그럼 너는 손을 뻗어 호석의 허리를 꼭 껴안는다.
서로의 숨소리를 자장가로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잠이 스르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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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인 中, 下 에서는 다른 멤버들로 글을 씁니다. 호석의 이야기는 끝입니다. 항상 비루한 글에 한 두분씩 꼭 댓글을 남겨주시더라구요. 항상 감사하고 신기하고 그럽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