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진지하게 존나 시끄럽다.
'입 닥쳐 새끼들아!!!!' 지민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애써 삼켰다. "내가 한마디 해?" 태형이 후드 집업 모자를 뒤집어쓰며 멋있는 척을 해댔고 "야 여기까지 와서 무슨, 학주한테 맞을 일 있냐" 호석은 소란스러운 바깥 분위기 때문에 급격히 어두워진 방 분위기를 띄우려는 중이었다. 지민은 침착하게 네이버 지식인에 글을 써볼까? 수학여행을 왔는데 다른 학교 애들이 너무 시끄럽네요. 써볼까? 존나 진지하게 고민해본다. "야 우리 학교 모양 빠지게 왜 다른 학교가 신나 보이냐" 그래 명색이 수학여행인데. 왜 우린 술도 안 까냐고. 몇몇 말들이 오갔다. 남고생들의 수학여행 치고는 그래. 존나게 정직하게도 뜨끈한 유스호스텔 바닥 위엔 아무렇게나 펼쳐진 과자봉지 몇 개와 김태형이 매점에서 맛있다며 사 온 칸초 몇 개뿐이었다. "그래, 술을 까자 술을! 오늘은 처마시고 죽는 거야!" 뭐래 병신이, 호석이 경식의 뒤통수를 아프지 않을 정도로 때리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야 , 이건 어떰? 스피커 가져왔잖아" 태형이 짓궂은 표정으로 캐리어에서 작은 스피커를 꺼내며 말했다.
저 얼굴로 라면 살인을 저질러도 귀여울 판이다. 장하다 김태형 역시 내 새끼 머리 존나 좋아. 일단 계획은 이렇다. 스피커와 핸드폰을 연결시킨 후 김태형이 아무렇게나 만들어 놓은 재생목록. 그것도 졸라게 시끄럽고 강한 헤비메탈 음악들만이 꽉 찬 재생목록을 틀어 놓은 뒤 화장실 환풍구에 갖다 댔다. 갖다 댔다. 갖다 댔다. 헤비메탈의 강력한 사운드가 울리고 스피커에 울리는 진동이 김태형 손 마디마디를 괴롭혀 김태형이 결국 스피커를 내려놓았다. "아 미친 못해"
〈!--이미지끝--
분명 할 때는 재밌었다. 이거 왠지 승산이 있겠어. 모양 빠지게 우리 학교만 조용할 수는 없지. 우리도 존나 시끄럽게 놀 수 있다고 이 찐따들아!!!!! 호석, 지민, 태형 외 두 명이 묵고 있는 유스호스텔 방안 학생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외쳤다. 물론, 마음속으로. 이 얼마나 피 끓는 청춘이란 말인가. 고등학생들은 누구보다 철이 없었으며 우리가 이렇게 또라이같고 누구보다 시끄럽고 그 어느 누구보다 재밌게 놀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널리 알리고 싶었다. 생전 공부라고는 고1, 입학한 후 일주일 동안 미친듯이 파고 역시 이 길은 내 길이 아니야를 연신 외치며 공부를 때려치웠던 김태형도 맘 잡고 문제집을 피게 된다는 고삼이 되기 전 기말고사를 끝낸 고등학생들이 한 껏 청소년 티를 벗어내기 위해 새 옷도 사 입고 내 인생의 향수란 페브리즈다! 만 외치던 고딩들이 써 본 적도 없던 향수도 뿌려가며 수학여행을 오는 길 버스 안에선 향수 양조절 실패의 현장으로 온갖 남자 추천 향수 베스트 10 안에 드는 향수 향들이 섞여 향수가 나를 삼킨 건지 내가 향수를 삼킨 건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잡향들이 어우러져 버스 안은 이미 사색이 된 아이들로 가득했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 다른 학교와 같은 유스호스텔에 머물게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태형은 그 다른 학교가 여고가 아니라는 점에서 실망을 했고 호석은 심지어 남고라는 점에서 대실망을 했고 지민은 "야 박지민 뭐해 얼렁 안 오고" "?? 나 지금 학굔데 너네 어디냐?" 수학여행 날짜를 착각했다. 00.누구나 그렇듯이 상황은 이렇다. 박지민은 수학여행 날짜를 정확히 일주일 후로 착각을 해둔 것이고 김태형이 오글거리게 뭐하냐며 핀잔을 줘도 무시하고 달력에는 수학여행(정확히 말하면 수학여행일+7) 날짜에다가 형광펜으로 하트까지 그려 넣었던 지민이었다. 지민은 금요일 배가 아프다며 학교를 나오지 않았고 피시방으로 등교를 했고 지민이 결석을 한 금요일에는 다음 주 월요일에 있을 수학여행을 위해 2학년을 소집시켜 간단한 안전수칙 및 행동 규칙을 알려주었다. 하트까지 쳐가며 수학여행을 기다리던 지민과 달리 태형과 호석을 포함한 시혁남고 학생들은 수학여행에 큰 관심이 없었고 지민은 저만 첫 수학여행을 떠나는 초등학생처럼 굴어대는 게 창피해서 수학여행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2학년 3반 박지민] 선생님 ㅠㅠ저 지민인데용 오늘 조금 늦어요! 지민의 담임이 반 인원수를 반장에게 물으며 문자를 봤다. "선생님, 한 명 안 왔는데요" "누구" "박지민이여" "얘 늦는단다." "네?" 호석은 당황했다. 뭐 약속시간에 늦으면 늦는다고 문자도 꼬박꼬박 했고 솔직히 평소에 늦는 편과는 거리가 멀었던 지민이 티는 안 냈지만 그렇게 기대하던 수학여행에 늦는다고? "그럼, 어떻게 온대요?" "알아서 오겠지 뭐, 일단 애들 버스에 탑승시키고 와." 와씨, 호석이 어이없는 웃음을 품으며 포켓 스톱도 없으면서 괜히 포켓몬 잡겠다고 설치는 김태형한테 달려갔다. 담임 존나 낙천적이네 "야 박지민 늦게 온대" "??" 태형에게도 꽤나 충격이었다. 박지민이 수학여행날 늦는다고? 그럼 언제 오는데? 어떻게 오는데? 걔가 우리 방 방장이잖아. 분리수거 누가함? 내가 해? 아 개싫은데 야 경석아 니가 할래? 다른 의미로 충격이었나 보다. 지민은 울리지 않은 알람 탓을 하며 재빨리 씻고 교복을 입었다. "아 어떻게 ㅠㅠㅠ늦어써 ㅠㅜㅜ" 울상이 된 표정으로 보이는 책 아무렇게나 쑤셔서 가방을 챙기고 학교로 부리나케 뛰어갔다. 갔다. 없다. 사람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일학년과 삼 학년을 제외하고는 이학년 즉, 박지민과 나이를 나란히 하고 있는 이학년들이 없다. 시발, 수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뭐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지금 농땡이 피우다가 점심시간 십 분 전에 온 나한테 벌주는 건가. 단체로 나한테 하는 몰카인가. 역시 내가 귀여워서? 근데 나를 이학년 전체가 알리는 없는데. 왜 눈을 씻고 비비고 다시 봐도 이학년은 머리카락도 안 보이는 걸까. 박지민은 체념했다. 체념한 채 서있길 삼분째 호석에게 전화가 왔다. "야 박지민 뭐해 얼렁 안 오고" 안 와? 어딜 안와 너네 어디 갔니? "?? 나 지금 학굔데 너네 어디냐?" 어쩔 수 없다. 오늘이 수학여행이랜다. 지금 여기서 내 청춘을 썩힐 수는 없다. 지민은 가방에 있는 필기구랑 책을 모조리 빼고 사물함에 들어있던 체육복이고 치약 칫솔 심지어 체육시간 후 샤워실에 배치되어있던 긴급용 속옷까지 몇 개 챙겼다. 나름 철저했다. 돈은 얼마 전 두둑이 충전해두었던 버스카드면 충분했고, 길은 네이버 지도 없이는 못 갈 곳이 없었다. 그만큼 가고 싶었던 수학여행이었으니깐. 상황이 어찌 됐든 간에 가야 하니깐 지민은 애써 침착해보며 혼자 모두가 유스호스텔에 도착해 입소식을 할 때 혼자서 수학여행길에 올랐다.
캬~~~!저질러 버렸네요!!!하하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너무나도 쉬운일이 아니여라......저는 진지한 글과는 거리가 먼가봅니다. 몇 분이 이 글을 보실지는 모르지만 아직 너무나도 부족하고 모르는 저이니 ㅠㅠ피드백을 주세요 ㅠㅠ 뭔가 지금 똥싸지르고 튄 기분이네요 하하!! 여주인공은 보다시피 없어요! 여주! 없어! 없다! 여주!
헤헤! 인물관계도는 다 짜두었고 나머지 멤버들도 이제 나옵니다! 안나오면 안되거등요 (☝︎ ՞ਊ ՞)☝︎ 그럼 전 이만 가겠습니다 총총!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해요!❤️
모두가 목적지를 향해 갈때 이불 속에서 여유를 만끽하던 지민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