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야 우리 만약 데뷔하면 꼭 같은 소속사에서 했으면 좋겠다, 그치?"
"응, 형! 난 그럼 진짜 소원이 없겠다 정말루.."
"으이구 귀여운 놈. 너 형 없으면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구..? 너 형밖에 없지?"
"치, 형이 나 키우면 되지! 헤헤 나같이 귀여운 동생이 어딨다 그래, 안그래?"
"아이고 예 예 알겠거든요? 귀여운 우리 동생님. 가서 얼른 손 씻구와. 형이 해놓은 볶음밥 다 식겠다!"
이런 소소한 대화들이 가끔 너무나도 그립다. 같이 보컬학원을 다니며 늘 붙어다녔던 우리.
상경해서 돈이 없는 우리는 서로 돈을 모아 조그만 방을 얻고 같이 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게 3년.
그 행복하고 걱정거리없던 3년이 가끔은 너무 생각나고,그립고,다시 되돌아가고 싶기도 했다.
형은 나보다 다른 소속사에서 한참 먼저 데뷔를 했고 지금은 이름도 함부로 불러볼 수 없는 탑스타가 되어버렸다.
반면에 나는..얼마전에 데뷔해서 아직 별로 인지도가 없는 처음 시작하는 단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니 순간 울컥해졌다.
하지만 지용이 형을 한번도 원망하지 않았다. 이건 순전히 형과 나의 능력 차이일 뿐, 내가 누굴 원망하고 그럴 게 아니기 때문에.
물론 자연스레 우리는 연락 한번 하지 않았다. 이미 형과 나 사이의 벽이란 벽은 어마어마한 장벽으로 쌓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당연한거다. 탑스타인 형과 지금 시작하는 단계에 머무른 내가 예전처럼 지낼 수는 없는 노릇.
그러다가, 우린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00음악방송에서 같은 대기실을 쓰게 된 것이다. 하늘이 우리의 사이를 알았던 걸까. 아니면 내가 형을 보고싶어하는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걸까.
우리 멤버들은 헤어 스타일링을 한참 받고 있었고, 먼저 끝난 나는 형과 같은 대기실을 쓴다는 마음에 형이 언제 들어올까라는 기대감에 부푼 채 계속 멍하니 기다렸다.
대기실 문앞에 에이포용지에 쓰인 '지드래곤-EXOK 대기실'이라는 문구가 써져있는 것만으로 너무나 설레었다.
형을 만나면 어떻게 인사를 건넬까, 안녕? 아니지. 지금은 톱스타니까 예의를 갖춰야지. 안녕하세요,형..? 아냐 형도 안돼 이제는..그럼 선배님?
이렇게 혼자만의 생각에 한참 빠져있을 때, 엄청난 포스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야말로 천상 연예인 포스가 느껴지는 사람이 들어왔다.
검은 선글라스와 독특한 신발. 블링블링한 반짝이가 박혀있는 자켓에 검은 나시티. 딱 달라붙는 전혀 촌스럽지 않은 스키니 진.
모든 것이 그 사람의 몸에 잘 어울렸고, 자신의 스타일을 자신이 제일 잘 아는 듯 그 사람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당당하게 대기실에 들어왔다.
혀...형이다..지용이형...
하지만 난 마음속으로 애타게 불러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내가 형과 눈이 마주친 순간,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 바람에 시도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형도 나를 봤을까? 선글라스를 써서 나인지 잘 못알아본걸까..? 아님 너무 오래봐서 내 얼굴을 까먹어서, 날 몰라..봤나..
경수는 상실감이 매우 컸다. 그리고 자신이 매우 초라해졌다.
이제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게, 친형제보다 더 친했던 우리는 이미 저 추억에 묻혀버렸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펐다.
"자 자! 리허설 시작하겠습니다! 엑소케이 분들은 준비해주세요!"
상실감에 젖은 경수는 금방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지만 피디가 준비하라는 말에 다시 울음을 삼키고 대기실을 나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아직, 아직 지용이 형과 인사 한번 제대로 못해봤는데..이렇게..한순간에..가는건가..형..나 기억못하는거 아니지?
...보고싶었어..형
경수는 멤버들이 먼저 나가고 난다음 그제서야 발을 떼고 대기실을 나갈려고 문고리를 잡았다.
"동생, 보고싶었다."
경수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소파에 다리꼬고 앉은 저..남자..아니 지용이 형이 나..나한테 말한건가..
"보.고.싶.었.다.고. 더 잘생겨졌네, 자식. 귀엽던 우리 동생 어디갔어?풉.."
친근한 형의 목소리. 그래, 바로 이 목소리.
항상 아침잠이 많은 나를 깨워주던 이 목소리. 4년만에 형 목소리를 들으니 저절로 울음이 터져나왔다.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눈물이 계속 나오는 바람에 메이크업이 번졌다. 오늘 첫 무대여서 한껏 진하게 그린 아이라인은 벌써 번진지 오래다.
"으이구, 울긴 왜울어. 남자놈이! 멋진 메이크업 다 망쳤잖아."
소리내어서 울고 있는 경수에게 지용은 맨손으로 경수의 번진 아이라인을 조심스레 닦아주며 경수를 달래주었다.
형에게 안기고 싶었다. 룸메시절이었던 과거 형보다 몸이 더 남자다워진 지용이 형이지만 그래도 경수에겐 그대로 그 때의 지용이 형이다.
몸이 저절로 형의 가슴팍으로 옮겨졌고, 경수 자신도 모르게 지용을 두 팔로 감싸며 힘껏 안았다.
"형..나 잊은 거 아니었어?"
"내가?풉..내가 널 어떻게 잊어. 우리보다 각별한 사이가 어딨어 바보야"
"그럼..그럼 왜 연락 안했어 이제까지..?"
"그럼 넌 왜 안했냐? 형 안 보고싶었지? 너 이 새끼 다 컸네? 언제는 형없이 못살겠던 놈이.."
"아니..난..흑..난..형이..이제..톱스타니까.."
"톱스타랑 무슨 상관이야. 너 웃긴다? 언제부터 우리가 그런거 따졌어. 서운하다 동생"
"나..나도 보고싶었어 형..무지.."
이렇게 한참 두 남자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경수는 계속 지용의 품을 떠날 생각을 안했다.
"얼굴 좀 보여줘 동생. 계속 안기고만 있을거야?"
"응? 아...응."
경수는 소매로 자신의 눈물을 북북 닦고 형을 올려다보았다.
새삼스럽지만, 형은 어쩜 이렇게 잘생긴걸까. 이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선글라스에 살짝 비친 형의 눈빛에서 오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야, 내 얼굴 뚫어지겠다 임마. 반했냐?"
"아..아냐! 무..무슨 또 반해...말을 해도 참.."
"왜? 난 반했는데."
"응..?"
"반했다고"
말이 끝나자마자 지용은 한발짝 더 앞으로 걸어오더니 경수와 눈높이를 맞추고는 그의 코와 경수의 코가 닿을 듯 말듯할 정도인 거리까지 얼굴을 가까이하고는,
경수의 입술을 선글라스를 쓴 눈으로 한번 쓱 스캔하고 새빨갛고 도톰한 경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대었다.
경수는 처음에 그런 형의 돌발 행동에 너무나도 당황스러운 나머지 한걸음 뒤로 주춤했지만, 곧 그런 형의 행동을 받아들였다.
형의 입술 감촉은 너무나도 부드러웠고 따뜻했다.
한 5초간 가벼운 입맞춤을 한 후, 어떤 리액션을 취해야할지 몰라 볼만 애꿎게 붉어진 경수는 어쩔 줄 몰라했다.
그 반면에 지용은 그런 당황한 경수를 귀엽다는 듯이 지긋이 바라보고는,
경수의 귀에 다가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늘 스케쥴 끝나고 밤 10시까지 00호텔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