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뚜르르-
뚜르르-
멈출 생각을 않는 전화 연결음 만이 내 귀를 괴롭히고 있었고, 머리 위로는 거센 빗방울들이 쏟아져 내렸다.
4년의 긴 유학생활을 마치고 들어온 한국이였다.
4년 전 고등학교를 다니던 내 옛 동네에 자취를 하기로 결정한 후,
오랜만에 고등학교 시절 굉장히 친하게 지내 유학생활동안에도 꾸준히 연락을 이어 왔었던 주연이와 시내에서 놀기로 하고, 버스정류장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던게 불과 어제.
그리고, 바로 지금, 내 절친 황주연은 대체 머리카락 한끝도 비치질 않는다.
약속 시간이였던 세시, 그리고 지금은 세시 사십분.
그래. 옛날 내 성격 같아서는 삼십분 기다리는 것도 참 있을 수가 없는 일인데... 그래, 처음 20분정도는 뭐 머리정리하느라 늦나보지,
하며 옛 동네가 이렇게 바뀐게 신기해서 휘휘 둘러보는데에 시간을 보냈는데, 20분 넘어가니까 이제 볼 것도 없고, 내 인내심도 한계에 달한거다.
코앞에 우리집과 황주연 집이 있지만, 여기서 20분을 기다린 오기가 생겨서 난 지금 수십통째 황주연에게 전화만 걸고 있는거다. 물론 수십통째 황주연은 내 전화를 씹고 있고.
내 화는 머리끝까지 나서 얼굴이 화끈화끈 거릴 정도인데,
하늘은 날 아는지 모르는지 대낮에 점점 어둑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차디 찬 빗방울들을 부어대기 시작했다.
한껏 열이 오른 머리를 식히고자 버스정류장에서 나와 버스정류장 바깥쪽 벽에 등을 기대고 서 핸드폰이 젖을 각오를 하고 비의 무게를 못이기고 쓰러져내려오는 머리들을 계속 뒤로 넘기며 전화를 걸었다.
아 머리 완전 공들여서 하고 나왔는데, 황주연이 망친게 한두개가 아니야. 머리가 지끈거려온다.
점점 숨이 가빠지는 느낌에 그대로 주저 앉아 거친숨을 뱉어냈다.
어릴때부터 지독히도 달고 살았던 스트레스성 천식,
한국 오고나서 좀 없어졌나 싶었더니 이런 일로 다시 도지게 될 줄 이야.
계속 거친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얼굴로 거칠게 발을 내딛는 물방울들을 닦아낼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속으로 황주연을 어떻게 삶아 먹어야 할까,
오늘은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을 거라 김칫국 마시고 항상 필수로 챙기던 약통에 손을 뻗으려다가 다시 걷어낸 아침의 내가 그저 원망스러울 뿐이였다.
그때, 갑자기 내 머리카락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빗방울들이 제 발놀림들을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고, 내가 앉아있는 곳 위로 둥근 그림자가 졌다.
여전히 진정되지 않는 호흡에 가슴을 부여잡고 계속 호흡을 고르며 옆을 올려다 봤는데.
"......"
"넌..."
".....우지호?...."
"똑같네..."
한 손으론 내 쪽으로 검은 우산을 들고, 제 밝은 금발은 빗방울들에 한없이 어두운색으로 젖어가는,
제 눈도 아프게 젖어들어가는 우지호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