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 늑대인간 (조각글)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c/c/6/cc65d02a7d22d6508ee50692a803ce5d.gif)
"멈춰, 내 곁으로 돌아오면 다 해줄게. 제발."
그것은 짐승의 울부짖음이었다. 나는 자꾸만 뒤로 눈이 돌아갔다. 넝마가 된 그가 자꾸만 절뚝이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잔뜩 산발이 된 머리와 여기저기에 긁힌 얼굴에는 빨갛게 생채기가 나있었다. 그는 피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발목이 욱씬거리는지 자꾸만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가끔 넘어지면 분한 표정을 짓고 땅을 주먹으로 내리친 뒤 다시 일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불안감과 분노가 교차하고 있었다.
"김성규. 멈춰. 안 멈춰? 멈추지 않으면 죽일 거야."
날 내버려둬. 난 돌아갈 거야. 네가 없던 곳으로.
"멈추라고! 제발, 성규야. 무릎꿇고 빌게. 안 죽일게. 안때릴게."
그는 다시 한 번 울부짖었다. 하늘이 울리는 듯한 처절한 울음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왠만한 3m가 넘는 나무들도 흔들만큼 컸다. 그래서 하마터먼 나 또한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 했다. 이래선 안됐다. 어떻게 해서 잡은 기회인데. 나는 이를 악물고 뛰었다. 숨이 목까지 턱하고 차올랐지만 다리를 멈출 수는 없었다. 내 다리가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의 목소리가 다시 크게 들려왔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많이 떨리는 것 같았다. 그것은 나의 착각이길 바란다.
"잘해줄게. 멈춰. 미안해. 전부 다. 미안해. 성규야."
"미안하면 날 쫒아오지 마! 가라고!"
"성규야, 제발. 제발 좀 멈추고 날 봐주면 안되겠니."
조금만 지나면 마을로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뻔히 아는데 멈추는 것은 말도 안됐다. 그래서 그는 더욱 애절하게 나를 부르고 있는 것 뿐이다. 내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지면 그는 눈을 번뜩이며 달려왔고 나는 평소에는 가지고 있지 않던 운동신경을 젖을 짜듯 끌어올려 다시 벌떡 일어나 달렸다.
"넌 어째서 도망을 가는 거야. 나랑 같이 살기로 했잖아."
"거짓말이야. 거짓말!"
"성규야 넌 나의 것이잖아. 그러지 말아. 나랑 같이 살자."
"싫어. 싫다고!"
"동굴에 있는 너의 핏덩이는 안 볼 생각이더냐. 성규야."
나는 그의 마지막 말에 돌연 멈춰섰다. 나의 핏덩이. 남자의 몸으로 잉태한 그것은 아기였다. 숨을 쉬고 아직 뜨지 못해서 눈을 감고 있는 그것은.
"너의 아기를 정녕 버리고 갈 거야?"
그가 나의 뒤로 바짝 다가온 것을 알면서도 나는 도망치지 못했다. 그 핏덩이가 도대체 무엇이라고. 나는 내 그림자가 더욱 커지는 것을 보고 두 눈을 감았다. 그 동시에 그의 팔이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인간보다 뜨거운 체온이 느껴졌다.
"자, 가자. 우리 집으로."
그의 발목은 여전히 시큰거릴텐데 나를 어깨에 둘러맨 그는 아무렇지 않게 숲 속 사이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의 발끝에서 나오는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점점 시야에서 멀어지는 마을의 모습에 나는 다시는 도망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 짐승과 그 핏덩이를 끌어안고 살아야 할 것이다. 나를 마을에서 축제가 열릴 때 사람들 틈 사이에서 나를 보고 반해서 억지로 데려와 겁탈을 해 임신을 시킨 이 짐승을. 나는 평생 바라봐야 할 것이다.
"성규야. 다신 도망치지 말아다오. 네가 영영 없어질 까봐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아느냐."
그의 고백을 듣지 않고자 나는 귀를 틀어막았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나의 허리에 키스를 하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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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에 썼던 것을 가져왔어요! 잘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