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화. 깜짝할 새 지나간 하루가 허무해 《드르륵》 담임 : 인사 생략하고, 나는 종례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라 조례를 길게 한다. 벌써 10초나 조례했네. 조례 끝! 와우. 우리 담임 완전 걸크러쉬인데? 태민 : 야. 우리 담임쌤 완전 내 스타일. 여주 : 나도. 여자한테 반할 뻔. 태민 : 너 근데 그러고 보니까 혹시 여자 좋아하냐? 어떻게 나한테 안 반할 수가 있지? 여주 : 갑자기 또 무슨 소리래? 어렸을 때부터 못 볼꼴 다 본 친구한테 어떻게 반할 수가 있냐? 태민 : 왜 이제 나 너보다 키도 크고 춤도 잘 추고. 갑자기 막 남자로 느껴질 때는 없냐? 퍽- 갑자기 아침부터 뭘 잘못 먹었는지 헛소리를 한다. 남자로 느껴진다고? 이태민이? 사실 나는 모태솔로에다 남자인 친구들이 훨씬 많다. 오빠의 영향인지, 남자인 친구들이 더 편하다. 그동안 남자로 느껴졌던 남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아, 사실 어제 진기선배, 아니 진기오빠를 거의 10년 만에 다시 만난 것이었는데 성인이 된 오빠는 남성스러웠고 멋있었다. 그런데 어쩌나, 이미 진기오빠는 만인의 오빠라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게 팬심인 걸까? 태민 : 야 너 볼 빨개졌어. 무슨 생각하냐? 내가 막 남자로 보여? 여주 : 덜 맞았니? 태민 : 1교시 수학이래. 여주 : 말 돌리는 것 좀 봐. 태민 : 수학 교과서가 어디 있더라~6v6 아니, 그건 그렇고. 내가 볼이 빨개졌다고? 진기오빠를 생각하면서? 나 정말 입덕했나보다. 태민 : 아 맞다, 야. 어제 형이 나한테 너 잘해주라더라. 여주 : 형? 누구? 태민 : 진기형! 막 그런 오래된 친구가 진짜 친구라면서 있을 때 잘하라던데? 진기오빠가? 아니야, 이것이야말로 흔히들 하는 망상이겠지. 그냥 지나가는 말로 잘해주라고 했겠지. 태민 : 너 왜 또 얼굴 빨개져? 너 혹시, 우리 형 좋아해?! 여주 : 뭐래? 내가? 내가 왜? 아니거든?! 태민 : 근데 너 우리 형 좋아해봤자 너만 힘들어. 돈 잘 벌면 뭐하냐? 여자한테 써줄 시간이 없는데. 여주 : 내가 진기오빠 좋아하는 게 사실이라는 것처럼 말한다? 태민 : 내가 너를 몇 년 봤는데. 뭐 니가 정 원한다면 전화번호는 줄 수 있어~ 여주 : 필요 없거든요~ 전화번호라는 말에 약간 솔깃했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굳이 혼자서 망상하고 싶지는 않아서 거절했다. 거절하고 나서 바로 후회했지만. 수학선생님 : 첫 수업에 공부하면 어차피 집중 안할 거니까 무슨 이야기 할까? 태민 : 선생님 첫사랑 이야기 해주세요!! 수학선생님 : 내 첫사랑 들으려면 한 시간 가지고는 안되는데~ 대신에 선생님의 사랑에 대한 가치관을 이야기해줄게. 너희들 지금 한창 연애하고 싶을 때잖아. 선생님은 딱 한 마디 해주고 싶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보고, 신중해야 할 때는 딱 한 번뿐이다. 결혼할 때. 로맨틱한 선생님의 말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태민 : 선생님 결혼하셨어요? 수학선생님 : 아니. 내가 너무 신중해서. 태민 : 에이~ 수학선생님 : 많이 신중해서도 안 되더라. 그냥 눈 딱 감고 할 걸. 선생님 눈물 나오기 전에 지금부터 자습! 뭐야. 평소 같았으면 재미로 듣고 넘길 이야기였지만 이상하게 자꾸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혼은 아직 내 나이에 생각해보기 이르고, 그렇다면 지금은 신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이실까? 그럼 진기오빠.. 아니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진기오빠는 그냥 오랜만에 본 동생이라고 챙겨준다고 한 말일텐데. -저녁- 여주 : 종현이오빠, 바빠? 종현 : 아니? 여주랑 이야기할 시간은 언제나 있지. 여주 : ㅇㅅㅇ아니, 나 사랑에 빠진 것 같아. 종현 : 이야, 모태솔로 여주가 드디어? 여주 : 목소리 좀 낮춰!! 오빠가 들으면 평생 놀릴거란 말이야. 기범 : 여주 니가 연애를 한다고?? 여주 : 하.. 아니거든! 기범 : 왜, 어제 민호가 니 번호 달라카더라. 이건 또 무슨 말..? 민호오빠가? 여주 : 그래서 줬어? 기범 : 당연하지~ 연락 안 왔더나? 민호 괜찮은데. 난 찬성! 여주 : 찬성은 무슨 찬성이야?! 기범 : 은근히 좋으면서. 연락 오면 답장 바로 해주지 말고, 밀당 좀 하다가 답장해라. 뭐야, 진짜로 번호를 물어본거야? 민호오빠가?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방에 들어와서 정리를 해 보았다. 그러니까 나는 진기오빠가 좋은데, 민호오빠가 나를 좋아한다고? 진기오빠는 그럼 누굴 좋아하지..? 민호오빠는 그냥... 그냥 친한 오빠로 지내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진기오빠가 나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그날 꿈에는 진기오빠와 민호오빠가 나 때문에 싸우고 있었다. 나 정말 망상증이 시작되었나보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