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야. 내가 살면서 제일 후회하는 게, 뭔지 알아?"
"…."
"너를 만난 거야."
"…."
"우리, 이제 그만 놓아줄 때 된거, 알잖아."
"…."
누군가 그랬다.
성공하려면, 성공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행복하려면, 행복으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그렇다면, 너와 내가 사랑하려면 사랑으로 가는 길을 찾아야 했다.
나는 너와 사랑하기를 바랐으면서도, 사랑할 수 없는 조건과 상황 속으로 스스로를 몰아갔다.
모순된 말이지만,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나는 더 많이 불행해져도 괜찮다고 믿었다.
"백현아."
"…."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없어."
"…."
"우리가 악연이어도, 우리 만남이라는 것이 네 인생에 꼭 필요했기에 너와 내가 만난 거야."
"그런 건 없어."
"없긴."
우리는 평행으로 달려왔다.
너와 나는 무섭게 닮아있었다.
인기가 별로 없어 겨우 2개의 앨범 밖에 발매하지 않은 인디밴드를 가장 좋아하는 너와 나,
소설책이나 영화를 보는 것 보다 시를 읽는 것을 무척이나 즐기는 너와 나,
봄이 되면 꽃을 보며 행복해 하고, 여름이 되면 파란 숲을 보며 웃고, 가을이 되면 단풍을 보며 쓸쓸해하며, 겨울이 되면 외로워서 우는 너와 나,
커피나 녹차보다는 유자차를 좋아하는 너와 나,
우연히 새벽에 눈을 떴을 때, 문득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면 아무렇지 않게 받곤 하는 너와 나.
타인의 시각에서는 우리를 닮았다고 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닮았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걸어가고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
다른 곳에서 시작해서 서로를 향해서의 걸음이 아닌, 우리는 같은 지점에서 서로 평행인 채 걸어왔다.
우리는 같이 걸어온 듯하나, 사실 우리 사이의 관계는 좁혀지지 않았다.
우리는 아둔하게도, 그것을 이제야 알았다.
백현의 집 앞에는 조화 한 가지가 놓여있었다.
벚꽃 조화였다.
벚꽃과 엽서 한 장.
밤새 눈이 온 탓인지, 벚꽃 위로 눈이 내려앉아 있었다.
백현은 조심스레 눈이 소복히 쌓인, 잉크가 번진 엽서를 손으로 슥, 슥 하고 닦아내었다.
내가 드디어 꽃을 피웠어.
네가 늘 그랬지. 꽃이 피는 시기는 참 중요한 거야.
미안해, 현아.
오래 전부터 흰 네 마음에 내 꽃을 피웠는데, 네가 너무 희었던 탓에 내 꽃을 보지 못했어.
꽃을 피운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흰 눈이 내린 겨울이야.
내 꽃은, 곧 시들거야.
백현은 말없이 벚꽃나무 가지 하나를 바라보았다.
밤새 내린 눈과, 흰 벚꽃들이 엉켜있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경수야."
흰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에의 벚꽃은,
참 이질적이다.
너와 나인 것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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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ori입니다. 크리스마스 오백 조각이에요:) 연재하던 '아저씨, 사랑해!' 와는 관련 無한 조각입니다! 오늘 합콘은 잘 다녀오셨나요? 날씨가 많이 춥네요.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조심~ 독자님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