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에 올린 키스타입 글을 장문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읽고 오시면 몰입 두배~ http://www.instiz.net/name_enter/43311259 +) 밍구도 나뭇잎 붙었어요?!?!?! 세상에 여러분 우리 밍구가 이렇게 잘났습니다 독자님들 재밌게 봐주셔서 진짜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 - 수능이 끝나서 시간이 남길래. 볕이 좋고 잠이 슬슬 오길래. 심심하길래. 내가 민규의 집에 간 건 딱 그 이유였다. 별다를 것도 없었던게, 그렇게 서로의 집을 오간지가 햇수로만 양손을 접었으니까. 나는 만화방을 털어 코난 10권을 들고 갔다. 앉은 자리에서 해치우고 올 속셈이었다. 사탕을 물고 방문을 열자 민규는 침대 위에 앉아 기타를 끌어안고 있었다. "뭐함?" "보면 모름?" 나에게 엿을 날렸다. 그게 아주 일상적인 우리의 인사였다. 시비를 걸면 더 큰 시비로 돌려주는 것. 나는 사탕을 반대편 뺨으로 넘겼다. 다짜고짜 방바닥에 드러누워 코난을 펼쳤다. "먹을거 없냐." "좀 사오고서 말해라." "무슨 집구석이," "나가라." 이번엔 내가 엿을 날렸다. 어머니 계시다, 하는 잔소리도 곁들였다. 욕을 하려고 이만큼 부풀었던 주둥이가 얌전해졌다. 나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 기댔다. 다시 사탕을 넘겼다. 포장을 깠을때 왕눈깔만하던 사탕은 어느새 반만해져 있었다. "베개 좀." 등이 그나마 덜 아팠다. 한국 이름을 생각하며 읽으니 집중이 안돼서 골치가 아팠다. 그래서 신이치가 코난인건 맞는거지? 민규가 크로매틱을 시작했다.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아 영 어설픈 느낌. 도디레리미파피솔실라리시 쭉쭉 이어지지 않고 소리가 탁하다. 사탕을 마저 씹어 깨트리며 핀잔을 준다. "어휴, 접자." "시끄러." 그렇게 해도 누구 하나 삐치지 않는다. 그것은 암묵적인 룰. 10년을 지지고 볶고 할퀴고 뜯어 싸우며 터득한 평화 유지 협정. 말은 안해도 모두 동의한다. 누가 보면 신기하다고들 감탄한다. 다들 그런다. 크로매틱이 짜증났는지 목이 아팠는지 침대에 가로로 누워 코드 연습으로 옮겨간다. 기타 초짜라면 무조건 친다는 Knocking On Heaven's Door. 코드 4개만 외면 미취학 아동도 칠 수 있다. 거기에 노래까지 얹는다. 어절씨구? "Knock, Knock, Knocking on heaven's door-" "닥쳐, 좀." 민규가 나즈막히 욕을 뱉는다. 기껏 한다는게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는 정도다. 아주 배려에 눈물이 흐른다. 그렇다면 내가 또 장난을 걸어줘야지. "야, 솔직히 너 기타 안 배우지." "아 왜 이래?" "2달 배우고 노킹온을 못 치냐?" "꺼져. 집 가." "손 보자. 굳은살도 없겠다." "진짜 죽는다." "진도 좀 빼라. 그 코드 내가 다 외우겠다." 시선 한번 돌리지 않고 말을 다다다 쏟아내니 아까보다 좀 더 쫀득하게 욕을 뱉는다. 김민규 없으면 나는 놀릴 사람 없어 지루해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이거 봐라. 내가 또 놀렸다고 곡을 바꾼다.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근데 얘도 끽해야 코드 8개. 어느 카드사 광고 말마따나, 생각생각생각생각 김민규. 머리가 디지털이냐? 0 아님 1뿐인가? "아, 4개나 8개나!" "좀 닥쳐! 니가 제일 시끄러워!" "오픈 코드는 다 외웠냐. 혹시 아는게 CDEFGABC 밖에 없는거 아냐?!" "으아아, 진짜!" 진짜 짜증났는지 고함을 지른다. 나는 엔돌핀 수치가 극에 달한다. 끽끽거리며 웃는 중에 김민규는 연습을 한다. "됐어. 누구한테 잘 보일라고 열심히 쳐. 살살해. 내일 손 아프다." "진짜 내 인생에서 너만 없음 완벽해." 그래도 정말 나를 내치진 않는다. 녀석. 코난은 3권까지 읽었다. 사탕은 흔적도 없이 녹았다. 들어올때는 오후 2시였던 볕이 오후 3시로 한 칸 물러난다. 그림자가 속눈썹을 키우고 물에 어리는 빛이 좀 더 단단해지는 시간. 나는 만화책만 읽기 지루해 민규 녀석의 CD장을 열었다. 누가 락덕후 아니랄까봐 그린데이부터 걸스까지 내가 아는 밴드, 모르는 밴드들이 빼곡하다. 자기 말로는 120장이라는데, 징한 것. "이거 듣기는 다 듣냐?" "니가 모으는 맛을 아직 몰라서 그렇지." 내가 사랑과 존경과 찬탄을 보내 마지않는 그린데이의 [American Idiot]을 들고 구경을 좀 하다가, 색다른걸 들어보고 싶어 콜드플레이로 손을 뻗는다. [Adventure Of A Lifetime] 이었지, 이번게? 막상 재생하는건 5집 [Mylo Xyloto]다. "캬, 죽인다." "Paradise?" 음악 얘기로 죽고 못사니만큼 민규는 폰을 들여다보면서 첫 음만 듣고도 곡을 맞춘다. "얘네 올해 내한한다던데." "4월 중순." "공부 안하고 또 이런 것만 들고팠지, 김민규." "응. 티켓 구했걸랑- 스탠딩이지롱-" 헐. 잔여석 단 하나를 안 남기고 매진 신화를 새로 썼다는 그 콜드플레이 첫 내한 공연의 스탠딩 티켓을 이 마이너스의 손이 구했다고? 추가 공연을 결정할만큼 난리였다는 그 공연의 그 티켓을? 경쟁률이 900:1인가 9000:1인가 했다는 그 자리 하나를? "구라 친다." "예매 확인 창 보여줘?" "어. 보여줘보여줘-" 개버릇 남 못준다고. 나는 또 이기죽거리고, 민규는 약이 올라 예매 페이지를 찾아 접속하고. 그리고 거기서 일시정지. 고개를 좌측으로 80도 가량 돌린다. 나는 침대 밑 바닥에 기대어 앉아 옆을 보는 자세. 민규는 핸드폰을 보다가 페이지를 찾아 나에게 보란듯이 자랑하려고 얼굴을 돌리는 그 순간. 코 끝이 말캉- 스친다. 어? 계산이 잘못되었다. 생각 외로 가까운 거리에 머리가 당황한다. 얼굴의 디테일들이 보이는 그 정도. 거리 단위가 mm가 되는 시간. 속눈썹이라던가, 쌍커풀이라던가, 좁아드는 홍채, 여드름 자국들, 솜털, 입술 등등을 포착하는 눈. 그게 그, 마지막으로 얼굴 맞대본게 그, 몇 년 전이더라. 그러니까 내가 맡고 있는 이 냄새가 낯선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저 애는 일단 나와 성별이 다르고, 생활 패턴이 다르고, 타고 난 체취도 다르다. 그 '몇 년 전' 과 비교해서 바르는 스킨이라던가, 뿌리는 향수 같은 것들도 당연히 바뀌었겠지. 그러니까 이 향에 내 감각이 홀리는건 당연하다. 맡아보지 않은 냄새니까. 익숙하지 않은 순간이니까. 그래도 이건 좀. 뇌는 일순간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작동을 멈춘다. 이게 스트레스인가? 아닌데. 왜 아무 생각이 안 들까. 그래도 이건 뭔가 좀. 뭐라도 좀 떠올려보자. 이를테면, 코난? "아니 그래서 코난이 신이치냐고?" 라고 물어보려고 했다. 나는 정말로 그랬다. 나는 진심으로 신이치라는 이름마다 코난을 대입해서 읽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 상태였고, 긴장한 탓에 감각이 예민해져 있었다. 그건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이 스트레스의 원인을 빨리 해소하고 싶었다. 낯선 향 말고, 코난과 신이치. 나는 정보를 원했지만, 너는 감각을 주었다. 0.5초 남짓한 시간이 분열을 시작했다. 두 갈래, 네 갈래, 여덟 갈래, 열여섯 갈래를 거쳐 천 갈래, 만 갈래로. 그 만 갈래의 384번째쯤 하는 시간에 나는 내 목덜미에 무엇인가 닿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100갈래쯤을 지나, 그것이 민규 너의 손이라는 것을 알았고, 아니, 잠시잠시. 이건 뭔가 이상하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순식간에, 아주 빠른 찰나에, 내가 입을 떼고 말을 하기 위해 공기를 들이마시기 시작하던 그 순간에, 민규는 내 목덜미에 손을 얹어 자신의 얼굴로 나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이윽고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너의 눈동자가 떨어질듯 하강하더니 눈꺼풀을 덮어 숨고, 고개를 5도 정도 뒤틀더니 그에 이어 입 속으로 포도알 같은 것이 쏙 들어와 혀를 감고 '흘렀다'. 그건 분명히 흐르는 느낌이었다. 물처럼, 갑자기, 그러나 자연스럽게. 촉각인가, 미각인가? 를 생각하는 뇌에 연기가 오르더니 곧 퓨즈가 나갔다. 눈꺼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상하다. 나 힘들지 않은데. 부옇게 나가앉는 시야 바깥으로 야자잎이 보이고 열기구가 날았다. 나의 엘도라도. 금광을 발견한 인부처럼 민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어느 먼 나라의 새같은 숨소리가 이어지고, 감각을 박탈당한 사유만이 의미도 없이 흐르는 곳. 아, 나의 사원. 나의 신전. 나의 젖과 꿀. 나의 민규. 이 이름이구나. 민규. 민에서 길어지는 입술과 규에서 빠져나오는 달콤하고 감미로운 나의 넥타르. 너는 다시 고개를 뒤틀어 내 안의 이름을 길어올린다. 마치 이름을 부르는, 그 입짓. 벌새가 꽃의 꿀을 마시듯, 너도 내 안에서 흘러나오는 이름을 빨아마시고 있는게 틀림없다. 나도 가르쳐줘. 부르고 싶어, 너의 또 다른 이름. 목덜미를 단단히 잡힌 나는 생각의 스위치라도 눌린듯,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감는다. 머리카락을 헤집은 너의 손가락들이 어느 열대지방을 훑는 바람처럼 뜨겁고 습하다. 바람을 맞은 나의 생각들이, 감각들이, 또다른 목소리로 아우성 친다. 새로운 눈을 뜬다. 나는 너의 지구. 너는 나의 금맥의 땅. 아아, 민규. 나의 라퓨타. 나의 나니아. 내려앉는 눈꺼풀 사이, 저 먼 어느 곳에서 희부연 열기구가 꺼질듯 꺼질듯 자꾸만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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