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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방탄소년단/단편/김태형] Memories, 당신의 기억을 지워 드립니다 | 인스티즈






Memories, 당신의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밝은 햇살이 내 눈을 간질였다. 열려 있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의해 방 한구석에 걸려있는 종들이 소리를 냈다.




'아'




왜 인지 모를두통에 머리를 짚었다. 누군가가 관자놀이를 쎄게 누른 듯 지끈지끈했다.어제 악몽이라도 꾼 걸까? 눈가에 눈물이 있었다. 쓱쓱 눈가를 비비며 쉴새 없이 깜빡 거리는 핸드폰을 켰다. .. 오늘이월요일이었구나. 월요일 10. 이미 회사는 늦었다. 그냥 아프다고 하고 월차내야겠다. 오늘은 도저히.. 회사 갈 기분이 아니다. 허기진 배에 자리에서 부스스 일어나 냉장고로 향했다. 식탁으로 가서우유를 따르는데 보이는 명함. 멋있는 글씨체로 써져 있는 M. 뭐지? 이 명함은? 처음 보는 건데? 고개를갸웃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




2년 동안 다니던 회사에 처음으로 월차를 냈다. 기분이 엄청 좋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왜인지 그냥 집에서 하루를 보내기 싫어서 무작정 집 밖을 나왔다. 그냥그렇게 발 길이 닿는 대로 이리저리 걸어보니 보이는 것은 기차역이었다. 평소 계획을 가지고 움직이는편이었지만 지금 나는 즉흥적으로 기차표를 끊고 있다. 충동적이었다. 끊고나서도 어이가 없다. 난데 없이 왠 자유 여행?




올라탄 기차에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당연했다. 출근시간도 아니고 주말도 아니고.. 월요일 점심 즈음이니까. 사람이 없어서 한산하다. 좌석에 앉아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바깥풍경을구경했다. 몇 정거장을 지났을까? 한참을 정차해 있던 기차가막 문을 닫으려고 할 때, 허겁지겁 달려온 남자가 기차로 들어왔다. 약간쌀쌀했는지 코가 살짝 빨개진 그는 내가 있는 열차 칸에 들어와서 자리를 찾는 듯 했다.




"..가방 좀 치워 주시겠어요?"




바로 옆에서 들려온 낮은 목소리에 깜짝 놀란 나는 얼른 가방을 내 무릎 위에 올려 두었다. 가방을 치우면서 힐끗 본 남자는 연예인이 아닌 가 싶을 정도로 매우 잘생긴 사람이었다. 하지만 연예인 일리가 없다. 어떤 연예인이 저런 요상한 모자를 쓰고다닐까? 검은색 패딩 안에 살짝 보이는 티셔츠의 패턴이 범상치 않은 듯 했다. 그런데도 태가 사는 것을 보니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 아니, 근데 왜 많고 많은 자리 중에 하필 내 옆자리래.. 창가 쪽에 앉은남자 때문에 바깥 풍경을 구경하기 애매했던 나는 핸드폰을 꺼냈지만 10%도 남지 않았다는 창을 보고는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옆에 앉은 남자는 한참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 저 책은…. 이터널선샤인. 이터널 선샤인은 영화 아닌가? 원작이 책이었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옆에 앉아 있던 남자의 책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 책 알아요?"



"예?"



"아니, 한참을 쳐다보고 있길래."




이런.. 영화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책 표지를 뚫어져라봤나 보다. 이게 무슨 망신이래? 남자는 나에게 책을 흔들어보인다. 이제 보니 머리 색도 범상치가 않다. 모든 것이무채색인 나와는 다르다. 양아친 거 아니야?




"아, 아니.. 저거 원래 영화 아닌가 해서.. 원작이 책이었나 하고..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쳐다보고 있었나 봐요."



"아, 괜찮아요. 그런데 이 영화 아세요? 이거 꽤 오래된 영환데?"



"오래 됬지만 명작이잖아요. 당연히 알죠."




날라리 같아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붙임성이 참 좋은 사람이었다. 이내통성명까지 한 나와 남자는 영화 얘기를 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그 일을 계기로 몇 번의만남을 더 가졌다. 그리고.. 남자의 고백으로,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




우리의 연예는 불 같았다면, 정말 불 같았다고 말 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수 없이 싸웠다. 우리는 서로를 정말 사랑했지만,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많았고 서로의 장점을 봐주기 보다는 단점을 먼저 봤다.무엇보다 그 사람은 자유분방하고 활달한 것에 비해 나는 얌전하고 소극적이었다. 이러한 성격차이는우리를 힘들게 했고,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헤어진 바로 그 날. 나는 정말 펑펑 울었다. 화를 내며 뛰쳐나가는 그의 뒷 모습을 보며 우리는 정말 끝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일주일을 내리 아팠다. 집안의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는 그의 흔적에아팠고, 힘들었다. 정말 어쩌면 죽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그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사귀는 동안 그의존재는 내가 컨트롤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나는 그가 없으면 살 수 없다.




그가 일하는 곳으로 뛰어 갔다. 아직 퇴근시간이 되지 않았다. 가서 돌아와달라고 말 하자. 그러면 전에 그랬던 것처럼 분명히 날향해 예쁘게 웃으며 보고 싶었다고 다시 나에게 와주어서 고맙다고 해줄 꺼야. 가게의 문을 벌컥 열고들어갔다. 프론트가 비어있다. 어딨지? 어딨어? 미친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저 멀리 물품을 정리하고 있는 그가 보인다.




"김태형!"




이 목소리는.. 내 목소리가 아니다그럼.. 누구지고개를 돌려보니 내 뒤에 서 있는 앙칼져 보이는 여자가 있었다누구지모르는 앤데.. 그 여자는 나를 지나쳐 김태형에게로 두 팔을 벌리며 뛰어갔다김태형도 두 팔 벌려 그 여자를 안았다뭐야.. 뭐 하는 거야지금?




"뭐야? 왜 이렇게 빨리 왔어? 나 아직 퇴근 시간 아니야."



"알아, 보고 싶어서 빨리 왔지."




누가 들어도 이건.. 갓 커플이 된 사람들의 대화.. 뭐야, 김태형.. 너지금 나랑 헤어진 지가 일주일 조금 넘었는데




"아, 죄송해요.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내가 그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그는 여자를 내려놓으며 나에게 웃으며 묻는다. 그의 말은 가관이었다. ? 찾으시는거 있으세요? 그게 지금 나한테 할 말이야? 내 표정이 굳은것을 눈치 챈 그의 표정도 안 좋아졌다.




"어.. 혹시 제가 뭐 실수 했나요?"




굳은 내 표정을 보곤 눈치를 살피며 묻는 김태형. 미친 거지? 너 진짜 미친 거지? 어이가 없다.나랑 몇 년을 사귀었는데, 헤어진 지 몇 일이나 되었다고 새 여자친구를 사귀어? 그리고 어떻게 나를 싹 다 잊은 것처럼 행동하니? 잠깐.. 그런데 김태형의 표정이 이상하다. 저건 김태형이 연기 하는 표정이아니다.




"잠깐.. 혹시.. 저 몰라요?"



"예? ..우리 어디서 봤어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그래, 저표정은.. 자신이 무언가를 잊어버렸을 때, 혹은 자신이 실수했을까두려워할 때 나오는 그의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김태형은.. 진짜 나를 잊어버린 거다. 정말로 날 처음 보는 거였다.




결국 나는 가게를뛰쳐나왔다. 더 이상 그 가게에 있을 수 없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침대에 뛰어 들어 엉엉 울었다. 정말 복잡한 감정들이 내 안에서 솓구쳤다. 원망, 분노, 슬픔, 허무함. 하지만 이렇게 또 며칠 동안을 그냥 날려보낼 수 없었다. 나는 일을 해야 하는 직장인이니까. 나는 일상생활로 돌아가야 했다. 그래야만 했다. 한참을 쏟아져 나오는 감정을 추수리던 나는 곧 마음을다 잡고 그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니. 여기이렇게 네 흔적들이 잔뜩 있는데? 어떻게 그러니.. 어떻게너는 나를 감쪽같이 잊었니? 그의 물건들을 정리하면 할수록 나오는 것은 울음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또 주저앉아 몇 시간을 울었다.




한참이 지나고 그의 물건들도 이제 어느덧 다 정리가 되었다. 그가나에게 준 선물들.. 편지들.. 그의 옷가지들.. 그와 내가 함께 찍은 사진들. 그렇게 상자에 하나씩 하나씩 그와나의 추억이 담겼다. ? 지갑도 있네? 멍청이. 지갑을 놓고 가냐? 지갑을열어 그 안에 있는 그와 나의 사진들을 살피던 중이었다. ? 이거는?




Memories, 당신의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이게 뭐지? 명함 뒷면에는 멋있는 필기체로 대문자 M이 크게 적혀져 있었다. 밑에 조그맣게 적혀있는 전화번호와 메일 주소. 설마.. 설마..




그가 이 곳에전화를 했을까? 내가 너무 싫어서? 날 잊고 싶어서? 나에 대한 기억을 전부 잊고 싶어서? 그나저나 기억을 지워? 이게 가능하긴 한거야? 나는 천천히 핸드폰을 들었다. 통화 버튼을 누르고 숨을 돌리고 있자. 딸깍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가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Memories 입니다. 기억 삭제 일로 전화 드리셨나요?"



받았다. 받았어. 내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진짜로 이 말도 안 되는 것이 가능하단 말야? 판타지 영화도아니고, 기억을 지우는 게 가능하다고?



"저기.. 혹시.. 김태형이라는 사람이 이 곳에 전화했었나요?"



"예? 아.. 죄송하지만 고객의 신변보호를 위해 전화 여부를 말씁드릴 수 없습니다."




했네. 했어. 여기에 전화 했었네.




"아, 잠깐.. 그러면.. 혹시, 진짜로 기억을 지우는 게 가능한가요?"



"예? 아, 그럼요! 기억을 지우고 싶으신가요?"



"예. 정말로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하루더 생각해 보시고, 진짜로 당신이 그 기억을 지우고 싶다면, 내일다시 이 번호로 전화주세요. 그러면…"



아니요! 아니요! 지금당장.. 지금 당장, 저는 그 기억들을 지우고 싶어요.”



"진짭니까? 후회하지 않으시죠?"



"네"




Memories는 회사 이름이었다.자신과 함께 일하는 천재 과학자가 만들었다는 기억 삭제 장치는 현재 상업화 될 시 나타나게 될 문제들을 검토하느라 특허가 늦어지고있다고 했다. 메일로 이런저런 사진들을 보내주고 설명을 하면서 자산들을 절대 사이비가 아니라고 강조헸고, 날이 늦었으니 내일 방문하겠다는 말과 기억과 관련 된 모든 것들을 정리해 바리라는 말을 하고는전화를 끊었다.




이미 정리 해 놓은 짐들을 바라보고는 식탁에 털썩 앉았다. M이라는글자가 반짝인다. 정말.. 그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지울수 있는 것일까?




다음날, Memories에서 사람들이 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거대한 박스들을 안고 왔는데, 그 박스 안에는 기억삭제 장치가 들어 있다고 어제 통화했었던 것 같은 사람이 자랑스레 말했다. 그들은 내게 지우고 싶은기억과 그 기억이 있는 시기들을 물었고, 사인을 하라며 종이를 줬다.종이에는 당신이 기억을 잃기 전, 그 기억들의 단편 된 기억들을 제일 최근의 순서부터 제일나중 순서까지 보여주겠다고, 깨어났을 때 당신은 자신이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 할 것이라고그리고 아무리 당신이 중간에 멈추고 싶다고 해도 장치가 켜지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이야기들이 써있었다. 내가지우고 싶은 기억은 김태형에 대한 모든 것 그리고 시기는 2. 대충읽고는 동의한다에 사인을 했다. 곧 그 사람들은 내 머리 위로 이상한 장치들을 씌웠다.




, 아파요."




머리에 씌워 진 장치들 중 하나는 내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아프다고소리지르니 원래 이런 것이라며 참으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배에 이상한 전극들을 붙이고 손가락에 이상한것을 감았다. 막상 닥치니까 무서워졌다. 하지만.. 이 짓을 김태형도 했다는 말이지? 나는 호기심 약 4분의 1, 그가 없는 나를 상상할 수 없어서 4분의 1, 나를 멋대로 삭제시켜버린 김태형에 대한 원망과 분노 2분의 1로 기억을 삭제하기로 했다.장치가 작동 되고, 나는 곧 무의식 속으로 빠졌다.




이제부터 기억 삭제가 시작 됩니다. 당신이 지우고 싶어하는 기억의제일 최근 기억부터 제일 나중 기억까지. 중간에 멈추고 싶다고 해도 그럴 수 없다는 점. 꼭 알아두세요.




*

우리가 싸우고 있다. 너와 내가 헤어진 날이다. 너는 이 날 클럽에 갔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너에게 몹시 화냈다.




김태형, 내가 너한테클럽 가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하지 않았어?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내가하지 말라고 했잖아!"



, 그냥, 노는 거야. 요즘 삶이 너무 단조로워서 음악이 들리길래 들어갔고, 음악이 나와서 춤을 췄을 뿐이라고, 여자랑은 말도 안 했어. 내가 널 두고 그럴 애야? 넌 그렇게 날 못 믿어?"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너저번에도.."



됬어, 너 또 걔 얘기하려고그러지? 걔는 그냥 친구라고. 여사친몰라? 여사친? 걔도 남자친구 있어."



그래? 남자친구도 있는애가 너한테 왜 그래? 왜 계속 너한테 안길려고 그러냐고?"



그거 걔 술버릇이라고 했잖아. 벌써이 얘기 때문에 우리가 몇 번을 싸우는 줄 알아? 몇 번을 말해, 걔가그날 지 남친이랑 싸웠다고 나보고 남자의 심리를 대변해달라고 하길래 연애 상담해 준거야. 거기서 내가같이 술 마셨냐? 아니라고 했잖아, 아니라고!"



나도 누누이 얘기 했었잖아. 그여자들이랑 연락하든 말든 신경 안 쓰겠다고 그런데, 만나러 갈 때는 적어도 나한테 얘기해주고 가면 안되냐고?"



그 때, 너 회식 갔었잖아. 네가 회식할 때 연락하는 거 엄청 싫어하는 걸 내가 아는데,"



걔만 가지고 얘기하는 거 아닌 거 알잖아. ,.."



아 또 다른 애들? , 생각을 해봐. 너는 뭐 너희 직장 상사랑 연락 안 해? 네 직장 상사들은 다 여자야? 너는 그 사람들에게 인사할 거 다하고메신저 보낼 것도 다 보내고 그러면서 왜 나만 안되냐고 왜?"



이건 사회생활이잖아. 내가언제 그냥 아는 남자애랑 연락하는 거 봤어?"



~ 그래? 그럼 저번에 걔는 누군데? 저번에 네가 옷 가게에서 인사한 애는?"



걔는 그냥 아는 동생이라고."



, 그 아는 동생은남자 아니냐?"



나는 걔를 남자로 안 봐. 그리고그래 봤자 나는 걔 하나잖아. 네 핸드폰에 여자 번호 엄청 많은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나도 걔네 여자로 안 봐. 그냥친구라고, Just Friends! 몰라? 그냥 친구!"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싸웠다. 김태형의 클럽사건 이후로 불거진 싸움은어느덧 나와 너의 인간관계를 넘어서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렇게 것 잡을 수 없이 커졌다. 우리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이내 곧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까지 하기 시작했다.




됬어, 너랑은 답답해. 너처럼 이렇게 앞 뒤 꽉꽉 막힌 사람은 처음이야. 그거 알아? 너랑 있으면 여기가 막 얹힌 것 같다고! 이제 끝이야. 우리 헤어져. 너랑은 나 답답해서 못 살아. 다시는 안 만나"




김태형.. 그는 울먹이려는 나를 뒤로 하고 겉옷과 휴대폰을 챙겨 내집 밖을 뛰쳐나갔다. 그의 표정은 역대 본 것 중에서 최고로 화가 난 듯 했고, 나는 그의 표정에서 여러 감정들을 읽었다. 그가 나가고 나는 그날밤에 잠을 자지 않고 그를 기다렸다. 혹시 네가 올까 봐. 너와나의 집에 다시 돌아올까 봐. 잘 곳도 없으면서 괜히 자존심부리지 말고, 빨리 돌아왔으면.. 하지만 그는 그 날밤. 우리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나는 깨달았다. , 이제그는 나와 정말로 헤어졌구나. 참았던 눈물이 뚝 뚝 떨어졌다.




**

이번에도 우리 집이다. 나는 밥상을 차리는 듯 했고, 너는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밥 먹어."



."




그게 대화의 끝이었다. 나는 텔레비전 예능 프로를 보면서 웃고 있었고그는 핸드폰을 하며 웃고 있었다. 우리가 원래.. 이렇게대화가 없었나? 흐르는 시간 속에 오가는 대화는 한 마디도 없다. 그저밥그릇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숟가락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우리는 같이 있지만 같이 있지 않았다. 한 공간에 있었지만 한 공간에있지 않았다. 서로를 생각하는 척하며 다른 것을 생각했다. 우리는이 때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나 보다.




***

내가 왔다~~!!"




거하게 취한 듯한 김태형. 그는 제대로 걷지 못 한 채 비틀거리면서문을 열고 들어왔다. 밤이 늦도록 들어오지 않는 그를 기다리던 나는 그런 김태형의 모습을 보고 눈살을찌푸린다. 또 취했어? 그는 술에 취해 꼬이는 발 스텝을 이끌고 나에게로 와 뒤에서 나를 안았다. 백허그. 맨 정신이었다면 정말 달콤했겠지만 술에 쩔은 김태형이 해주는 백허그는 진상 그 자체였다. 나는 네 전봇대가 아니란다. 적어도 나한테 토하지는 마렴. 점점 처지는 김태형의 몸. 그런 그가 너무 무거워서 나는 그를 떨쳐냈다.




빨리 자."



헤헤, 나 너무 힘들어."



뭐가 힘들어. 너 하는것도 없잖아."




나는 술에 취한 그의 치댐을 받아주지 않았고 그를 향해 차가운 말을 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는 따라 들어오지 않았다. 김태형이 술을 마시는 날에는술 냄새 때문에 절대 내 옆에서 자지 못하게 했다. 그 말을 잘 듣었던 건지 뭐였던 건지.. 어느 순간부터 술 마신 날에는 거실에서 자기 시작했던 김태형. 그는저 날도 거실에서 잠이 들었나 보다. 김태형이 이불도 없이 소파에 몸을 뉘인다. 이불이라도 가져가서 덮지이렇게 보니.. 그가 꽤 안쓰럽다.




그러니까 힘들다는 거야이멍청아. 하는 게 없으니까.




그의 미소가 씁쓸했다. 우린 서로에게 열등감이 있었다. 나는 그의 활발하고 원만한 인간관계가 부러웠고, 그렇지 못한 나를비교하며 끊임없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태초부터 주목 받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즐겼고, 나는 그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피했다. 그래서그는 나를 종종, 아니 어쩌면 꽤 많이 답답해 했다. 반면에그는 내 안정된 직장을 부러워했다. 그는 알바를 전전하고 있었고, 우리는동거를 하면서 주거비를 반반씩 냈었다. 상대적으로 월급이 많았던 내가 데이트 비용 등을 다 지불했었고, 김태형이 그것에 자존심이 상해 있었음을 알고 있었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

우리의 연예방식은 참 달랐다. 나는 누군가와 사귀면 적어도 다른 남자와사적인 이유로 연락을 이으면 안 되는 것이 남자친구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태형은 달랐다. 여자친구는 여자친구고 여사친은 여사친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늘 따지려고 하면..




.. 내 인간관계까지간섭해? 왜 멀쩡한 내 인간관계를 좁히려고 해? 짜증나, 그러지 마."




라고 하기 일쑤였다. 늘 돌아오는 대답은 걔네들도 사귀는 애들이 있다. 정말 자신은 여자로 보지 않는다. 등등의 말을 늘어 놓기 일 수였다. 하루는 이렇게 말도 했었다. 나는 정말.. 누군가와 사귀면서 그냥 얼굴만 아는 남자던 이름만 아는 남자던 사적인 이유로 연락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생각한다고, 그런데 그의 얼굴은 심드렁 했다. 넌 그렇게해. 그럼. 그러고는 다시 핸드폰으로 고개를 돌렸다.




*****

나는 영화를 좋아했다. 하지만 김태형은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영화 장르도 가렸다. 그는 공포, 스릴러, 액션이 아니면 영화를 보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딱히 영화 장르를 가리지 않아서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가끔 집에서 영화를 다운받아서 볼 때는 내가 졸라대서가끔 로맨스 영화를 보기도 했다. 물론 대부분 김태형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날도 내가 거의 매달리다시피 해서 보게 된 영화다. 그는 도대체개봉한지 10년도 넘은 영화를 왜 보냐고 투덜댔지만 그래도 영화를 받아 왔다. 텔레비전에 연결해 영화를 틀자..




“…"



“…"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옷을 훌렁 훌렁 벗어 제끼는 남녀 주인공 때문에 그가 살짝 굳으며 나를 힐끗 쳐다봤다. 나는 그 모습에 웃음이 나는 걸 참느라 꽤 애를 먹었다.




이거.. 보자고 한 거맞아?"



."



“…"



이거 사실 15세 버전이있고 19세 버전이 있는데, 15세 버전 받아 왔으면 아마너 때렸을 꺼야."



“..이거 명작이라며?"



엄청난 명작이지."




그가 딱딱하게 굳은 것도 그럴 만 했다. 저런 류의 영화를 단 둘이보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게다가 집에서. 여자인 나도 긴장안 하는데 왜 저렇게 딱딱하게 구는지.. 이럴 때 보면 우리의 성격이 바뀐 듯 싶다. 어울리지 않게 부끄럼이라도 타는 걸까? 영화 제목은 LOVE ACTUALLY. 19명의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옴니버스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전혀 없는 이야기다. 작가와 외국인 여자 커플, 원로가수와 그의 매니저, 꼬맹이 커플, 갓 결혼 한 신혼, 오래된 부부,수상 커플, 친구의 아내를 좋아하는 남자등등. 그리고 15세 버전에는 없고 19세버전에만 있는 포르노 배우 커플까지. 주인공들의 사랑은 아련하고 열정적이고 풋풋하고 수줍었으며 때로는배신감에 휩싸이기도 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거부감 없이 따뜻한 영화다.




“..명작이네."



그치?"




영화가 끝나고 그가 내게 기대며 말했다. 한참을 우리는 영화이야기로시간을 보냈다. 너라면 저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느냐? 난아니다. 절대 이해 못 한다. 저걸 왜 이해 못 하냐. 저 장면은 좀 막장이 아닌가? 등등..




그나저나 이 여자가 응큼하네?"



뭐가?"



“19세 버전 안 받아왔으면 때렸을 꺼 라고?"



놀랐어?"



당연하지. 너랑 야한영화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그는 나에게 꿀밤을 먹이며 말했다. 폼만 요란하지 전혀 아프지 않은꿀밤이었다. 그러다 다시 한참을 영화 이야기. 한참을 이야기하다나는 문뜩 궁금해졌다.




태형아, 우리는 어떤사랑일까?"



?"



영화 속 사람들 보면은 어떤 사람들은 같은 사랑을 해도 열정적으로하기도 하고 서로 조심해서 안달이기도 하고 서로가 되게 조심스럽기도 하고.. 막 그러잖아? 그래서 갑자기 궁금해졌어. 우리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 걸까?"



“..글쎄, 다른 건 잘모르겠고."



“…?"



나는 지금 정말 야한 사랑이 하고 싶어."




그가 말을 마치고 내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얹었다. 부드럽게 내얼굴을 감싸 쥔 손과 부드럽게 움직이는 그의 입술. 그에게서는 방금 우리가 먹은 달달한 카라멜 팝콘냄새가났다. 카라멜 맛인지 그와의 키스 때문인지 입 사이로 전해져 오는 냄새가 참으로 달았다. 계속 되는 입맞춤. 그는 입술을 떼지 않고 손을 아래로 움직였다. 내 티셔츠 안을 파고 드는 그의 손. 그는 내 속옷을 만지작거리며점점 자세를 낮췄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의 목에 만지며 등에 바닥을 대고 누웠고, 그는 내 입술에서 절대 입을 떼지 않으며 천천히 옷을 벗겼다.




우리.. 저 영화에서나온 거 다 해볼래?"



미쳤어. 진짜힘들어서 못해."




그의 입술이 이제 내 입술을 떠나 점점 아래로 향했다. 차가운 공기에몸에는 소름이 돋았지만 그의 입술이 지나간 자리는 마치 불에 대인 듯이 뜨거웠다. 천천히.. 우리의 몸이 겹쳐졌다. 잠깐..그런데 우리가 왜 헤어졌었지?




******

나는 가끔 야근을 했다. 정말 아주 가끔. 하기 싫다고 김태형한테 투정을 부리면 그는 그럴 때마다 나를 데리러 왔었다.그날도 그랬었다. 야근을 마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오자 보이는 김태형.




왔어?"



."




자연스럽게 우리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의 뒷모습이 달빛을 받아참 예뻤다.




*******

늘 바깥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던 김태형. 그와 나는 이주일 전부터약속했던 바다로 갔다. 나는 이 겨울에 바다에 들어갈 것도 아니면서 바다에 왜 가냐고 타박했지만 김태형은바다는 겨울바다가 묘미라며 가기 싫어하는 날 이끌었다. 그는 바다를 보자마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바닷가를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오기 싫다며 투정을 부리던 나도 뛰어다니는 그를 보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어느덧 날이 저물고 저녁이 되었다. 김태형에게 이제 슬슬 가자. 라고 하니 그가 묘하게 질질 끈다. 왜 이러는 거지?




집에 안가?"



“…"



왜 이래. 오늘? 할 꺼 다 했잖아. 바다도 보고 조개도 줍고, 해산물도 먹고또 뭐가 남았어?"



내가 어디서 봤는데.. 연인은다정하고 야한 사람이어야 한데. 저 중에서 하나라도 만족 못 하면 그건 연인이 아니래."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오늘.. 집에 가지 말자."



?"



나 오늘 야한 연인이 될래."



“... 나 좀 많이 당황스러워…."



그래도 처음인데, 모텔보다는호텔이 낫겠지? 내가 오늘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지."




김태형은 당황한 나를 보고는 씩 웃으며 카드를 흔들었다. 어쩐지 요며칠 바쁘더라니.. 호텔 가려고 알바 한 거였어? 기특하다고해야 할지.. 고맙다고 해야 할지.. 근데 살짝 어이 없다. 자기만 만반의 준비를 하면 뭐해, 내가 준비를 안 했는데. 당연히 당일치기인줄 알고 옷도 안 들고 왔단 말이야.. 미친다 내가진짜. 김태형은 내 손을 질질 끌면서 호텔로 향했다.


이것이 우리의 첫 관계였다. 저 때..참 우리는 귀여웠었지. 그런데.. 내가 왜 기억을지우려고 했지? 이상하게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

나는 영화 장르를 딱히 가리는 편이 아니었지만 김태형은 달랐다. 오로지액션, 스릴러, 공포. 3가지 장르가 아니면 영화관가는 의미가 없다던 김태형. 덕분에오늘은 영화관에서 공포영화를 봤다. 이상하게도 막상 공포영화를 볼 때에는 별 생각이 없는데, 잠에 들려고만 하면 그 귀신들이 내 눈 앞을 왔다 갔다 했다. 오늘본 귀신들은 분장을 어찌나 잘 했던지 너무 무섭게 생겼었다. 이대로 집에 가면 귀신 때문에 잠에 들지못 할 것이 뻔했다.




같이 집에 들어가면 안돼?"



“..뭐라고?"



나 너무 무서워. 나잘 때 귀신이 내 발목 잡을 것 같아. 막 어디 숨어서 지켜 볼 것 같고.."



뭐야, . 공포영화 볼 때는 찍소리도 안 내고 잘 봤잖아."



볼 때는 별 생각 없는데.. 잘때는 괜히 등이 서늘하고 그렇단 말이야. 진짜 오늘 본 영화는 너무 무서웠어."



그래서 같이 있자고? 이밤에?"



.. 그러면 안돼?"



, 우리 아직 키스도안 했어." 



무서운 걸 어떻게.."



이 여자가.. 보기보다도발적이야. 평소에 좀 이래 봐라. 남자한테 그런 말 하면안돼. 아버님께 못 들었어? 남자는 다 늑대라고.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알지.. 아는데."



난 네 손만 잡고 잘 자신 없어.얼른 들어가. 이야.. 세상에 나 같은 남자없다. 여자친구가 집에 들어오라는데 거절하는 남자친구라니…"



그래도.."



! 안돼. 불 켜고 자."




김태형은 꽤 단호했다. 자기 말로는 여자랑 사귈 때의 신조 같은 거라고했다. 절대로 한 달이 넘지 않은 여자랑은 하지 않는다. 이거는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그 여자랑은 일 년이 넘게 간다고 했다. 나랑 일년이 넘게 가고 싶다는데 뭐어떻게 하리. 어쩔 수 없이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돌아서는데..




알겠어. 잘 때 귀신생각만 안 들게 해주면 되는 거지?"




그가 갑자기 내 얼굴을 자신의 크고 따뜻한 두 손으로 감쌌다. 그러곤고개를 숙이며 내게 입을 맞췄다. 그와의 첫 키스. 그가내 얼굴을 감싼 것처럼 그의 입술은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는 내 입술 위에서 느린 춤을 췄다. 그 춤은 정말이지 너무 아름다웠다. 그나저나 나 오늘 나쵸 먹었는데.. 입 냄새 꽤 날 텐데.. 한참을 입을 맞대던 우리는 마침내 떨어졌고, 김태형은 한참을 내 눈을 쳐다봤다. 나는 그런 그의 행동이 너무부끄러워서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이제 귀신 생각 안 나지?"




그가 말하는 게 바로 내 위에서 들린다. 집에 들어온 나는 다른 의미로잠을 자지 못했다.

.. 이 기억도 잊어야 하나? 이기억은 정말 지우고 싶지 않다.




*********

우리가 처음 만난 기차 안. 나는 이 날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계획적이고 즉흥적인 행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나였는데.. 이 날은달랐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데로 움직였다. 충동적으로기차표를 끊었고 충동적으로 기차에 탔다. 거기서 만난 사람이 바로 김태형이었다. 그는 그 때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 책의 이름은 바로 이터널 선샤인. 나는그 동명의 영화를 알고 있었기에 그 책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우리는 한참을 영화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김태형이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줄 알았지만 후에 물어보니 이 영화를 누구랑 봤는지가기억이 나지 않아 책을 샀다고 말 했다. 그렇게 우리는 어느덧 영화 이야기를 넘어 통성명을 했고 우연히목적지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같이 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자유여행이 처음이었던 나를 위해 그가 이리저리이끌며 돌아다녀 주었다. 그 날 저녁. 나는 이제 집으로돌아가야 했고, 그는 다른 도시로 여행을 떠나야 했다. 같이저녁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두던 참이었다. 새삼 느끼지만 그는 참 사람을 쉽게 사귀었다. 낯가림이 어마어마한 나를 저렇게 편하게 만드는 것을 보면 말 다했지 뭐.




저기.. 우리 또 만날래요?"




?"




오늘 계속 같이 있었는데 그냥 이렇게 헤어지기는 좀 아쉽잖아요?"




그는 핸드폰을 내밀면서 내게 웃었다. 나도 웃으며 그의 핸드폰을 잡으려고했다. 그 때, 갑자기 주변의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마치 유리 파편이 부서져 내리듯 흘러내리고 있다. 그렇구나 이게너와 나의 마지막 기억. 이 파편들이 다 없어지면 내 기억이 완전히 없어지는 걸까?

갑자기 모든 것이 무서워 졌다. 무너지는 공간 속에서 그는 여전히나에게 핸드폰을 내밀며 웃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그만.. 그만 두면 안 되요? 듣고있어요? 이거 그만 두게 해줘요.. 내 눈가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나 이제 진짜 네가 기억이 안나. 네가 날 잊어도 상관없으니까 이거그만하면 안될까? 나 무서워. 진짜 너무 무서워. 우리는 차이점도 많았지만 공통점도 있었는데, 서로의 단점을 먼저봤지만 서로의 장점도 잘 알았는데.. 우린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내가 정말 소중한 사람이었어. 이대로 널 영원히 잊어야 해? 싫어. 그러기 싫어. 흘러내리는 풍경에 우리 둘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무표정인 너의 앞에서 나는 한 없이 울고 있었다. 이제는 기억나지도않지만 우리에게 좋은 기억이 더 많았다는 걸 알겠어. 나 너무 무서워요. 기억 안 지울래요.. 제발.. 제발.. 너 어디가? 왜 계속 사라져? 나이제 네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아. 나한테서 그렇게 뒷모습 보이지 마.그러지 마. 제발.. 내 기억에서 사라지지 마.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정말 정말사랑해잊기 싫어. 사랑하는 너를 잊기 싫어...




// (시점이 바뀝니다.)




또 우네…"



그러게요."



그러게 잘 생각하라니까.."




Memories 고객의 원하는 기억이 삭제되었습니다. 삐..




기계음이 들리자 Memories 회사 직원들은 기계들을 주섬주섬 챙겨서집 밖을 나갔다. 그들이 나간 여자의 방은 그들이 들어오기 전이나 후나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햇살이 밝았다. 열려 있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의해 방한구석에 걸려있는 종들이 소리를 냈다.




..'




여자는 왜 인지 모를 두통에 머리를 짚었다. 누군가가 관자놀이를 쎄게누른 듯 지끈지끈했다.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그녀는눈을 비비며 쉴새 없이 깜빡 거리는 핸드폰을 킨다. .. 오늘이월요일이었구나. 월요일 10. 이미 회사는 늦었다. 허기진 배에 자리에서 부스스 일어나 냉장고로향했다. 식탁으로 가서 우유를 따르는데 보이는 명함. 멋있는글씨체로 써져 있는 M. 여자는 명함을 뚫어져라 보고는 고개를 갸웃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여자는 4년 동안 다니던 회사에 처음으로 월차를 냈다. 무작정 집 밖을 나와서 그냥 그렇게 발 길이 닿는 대로 이리저리 걸었다. 보이는것은 기차역이었다. 그녀는 지금 즉흥적으로 기차표를 끊고 있다.




올라탄 기차에는 사람이 없었다. 월요일 점심 즈음. 사람이 없어서 한산하다. 여자는 좌석에 앉아 주머니에 손을 넣고바깥풍경을 구경했다. 몇 정거장을 지났을까? 한참을 정차해있던 기차가 막 문을 닫으려고 할 때, 허겁지겁 달려온 남자가 기차로 들어왔다. 약간 쌀쌀했는지 코가 살짝 빨개진 그는 그녀가 있는 열차 칸에 들어와서 자리를 찾는 듯 했다.




“..가방 좀 치워 주시겠어요?"




바로 옆에서 들려온 낮은 목소리에 깜짝 놀란 여자는 얼른 가방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 두었다. 자리도 많은데 왜 하필 내 옆자리래..라는 듯한 표정을 지은 여자는창가 쪽에 앉은 남자 때문에 바깥 풍경을 구경하기 애매해 핸드폰을 꺼냈다. 하지만 10%도 남지 않았다는 창을 보고는 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옆에앉은 남자는 한참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Love Actually. 여자는 남자가읽고 있던 책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 저 책은…. Love actually.. 영화 아닌가? 원작이 책이었나?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옆에 앉아 있던 남자의 책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 책 알아요?"



?"



아니, 한참을 쳐다보고있길래."




남자는 여자에게 책을 흔들어 보이며 웃었다.












<필독>

단편작입니다!! 원래는 상 중 하로 나누려고 했으나 귀찮아서 그냥올려요.〈o:p>〈/o:p>

궁에 한가운데 핀 모란에서 태형이가 등장하려면 한참 남았기 때문에 올리는 글입니다!!〈o:p>〈/o:p>

이해가 안 가실까 봐 다시 이야기 하지만 메모리즈에 의해 두 남녀의 서로에 대한 기억은 완전히 없어진 상태고요. 눈치 채셨을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장면과 첫 장면이 같습니다. 시점만빼고요. 〈o:p>〈/o:p>

태형과 여주는 저렇게 평생을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거죠. 질문 잇으면댓글 고고~~〈o:p>〈/o:p>

갠적으로 두 번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복선이 이리저리 있어요〈o:p>〈/o:p>


***2시간 이후에는 펌 금지로 해놓을 겁니다. 암호닉을 해 주신 분들은 메일링 해드릴께요~!!〈o:p>〈/o:p>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196.74
[땅위]로 암호닉 신청가능한가요?? 와... 영화를 안 봐소 그런지 마지막부분에 소름돋고 내용도 완전 좋은거같아요...ㅠㅠ 진짜 인연이면 또 다시 만나나봐요! 그리고 단편이라 아쉽네요ㅠㅠ
7년 전
비회원188.96
헐 진짜 찌통,, 너무 슬퍼요ㅠㅠㅠㅠㅠ 기억이 잊혀질수록 왜이렇게 슬퍼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이번에 태형이랑은 진짜 예쁜 사랑했으면ㅠㅜㅜㅜㅜㅜ
7년 전
독자1
와....장난 아니다...처음보는 명함이 괜히 집에 있을리 없지ㅠㅠㅠㅠ
저번에는 그럼 이터널션샤인을 본건가ㅠㅠㅠ 이렇게 영원히 끝나지 않을 사랑이 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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