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
"지금 우리 가는데, 물 진짜 안 좋다던데."
"...그래."
"꼭, 가야, 되나."
밖에서는 요란하게 제 바퀴를 굴리고 있을 차의 내부는 끊길 듯 말듯한 정적으로 겨우 빈 공간을 채워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재효는 시건방스레 제 다리를 계속 떨며 운전석의 아버지를 주시했다.
그러면서도 오른손은 계속하여 성의 없이 놓인 마시멜로우 봉지를 쑤신다.
"... 마시멜로우, 이제 다 떨어졌는데..."
"..."
"아버지, 나 한 봉지만 더-"
"멀쩡한 것들 허우대 다 부셔놓고, 좆같은 곳 겨우 찾아서 가는데, 마시멜로우는,"
"저기 편의점 있.."
"손찌검하기전에 알아서 주둥이는 닫아줘야지."
씨발. 편의점 지나갔잖아.
무의식적으로 계속 입에 넣고 씹었던 마시멜로우의 남은 향내가 입 속에서 역겹게 진동했다.
그러다가 지나친 달짝지근함에 흠칫하여 또 다시 육두문자를 내뱉는다.
전날 밤 말 그대로 개쳐맞듯 맞은 몸이 온통 뻐근했다.
사이 사이가 시린 근육들을 애써 무시하며, 재효는 눈을 살짝 감고 점점 올라오는 토기를 사그라들게 하려 애썼다.
저도 모르게 몇 시간을 잤을까. 어느새 남색으로 깊게 어둑해진 하늘에 새삼 놀랐다.
말 없이 내리라는 제스처를 취해보이는 아버지에 뒷좌석에 대충 던져 놓은 담요를 몸에 두른다.
잠시 계집애같다고 생각은 했으나 어차피 곧 다시 올라갈건데 이미지관리는 또 뭐란 말인가.
물론 그 전에 서늘하게 낀 안개로 앞을 분간하기도 어려웠으니까.
"아버지는,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한다."
"..네."
"알아서 찾아가. 대동빌라, A동."
"몇 호."
"통째로 다 써라. 널 위한 내 마지막 편의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도 쫓겨난다면,"
"안 쫓겨나요."
"무슨 근거로 지껄이냐. 인간말종인 니 새끼가 뭘 안다고."
"여기 개또라이새끼밖에 안 오잖아요."
얼음마냥 차가운 초겨울 바람이 뒷목을 훑고 지나갔다.
살짝 비소를 지어보인 아버지가 차에 싣겨있는 짐들을 내던지듯 땅에 내려놓았다.
잔뜩 축축했던 적갈색 토양이 무거운 짐들에 짙게 구겨졌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라. 성적 안 재는 거, 너도 잘 알고 있을테고. 졸업만 해라."
"나 졸업하면 여자끼고 살고 아버지처럼 조폭질해도 뭐라 안하겠네."
"그저 졸업만 해."
"씨발 어차피 조폭할 거잖아!!!! 졸업은 씨발, 내가 졸업안하면 가문이 거덜나기라도 해, 씨발."
"주둥이, 닥치라고, 했지."
"..아버지, 나 진짜 싫어. 공부고 성적이고 뭐고 나 이런거 싫어하는 거 알잖,"
"여기 학교생활 되게 재밌을게다. 정신병자 싸이코 또라이 집합소거든."
몰아쉰 숨이 하얗게 서리를 낀다.
부산은 따뜻할 줄 알았는데, 따뜻하긴 무슨.
그저 눈만 오지 않을 뿐 살을 에는 칼 바람은 참 비슷했다.
"잘 지내라."
자동차 매연이 닿은 하늘이 새까맣게 퇴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