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경호원
ㄱ 핏치핏치
다섯
2009년, 열 여덟.
"이름은 정재현이고, 부산에서 왔어. 잘 부탁해."
경상도에서 왔다는 넌, 사투리를 거의 쓰지 않았어. 뽀얀 얼굴에, 고생이라곤 한 번도 안한 사람 같았지. 친화력도 좋았고, 운동을 좋아했던 너는 친구들과 잘 어울렸어. 사실 그 때는 너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어. 같은 반이 아니였다면 전학생이라는 것도 몰랐을 뻔 했으니까.
2학년이 거의 끝나갈 쯤에 전학을 왔던 너는, 나와 별다른 일 없이 학기를 마쳤어.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2010년 1월 초, 겨울방학, 열 아홉
고삼이 된다는 마음과 방학에도 매일 하는 등교에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칠 때였어.
미래에 대한 고민도 정말 많이 했었지.
내가 살던 집 근처의 공원에 자주 나가서 혼자 생각을 할 때가 많았는데, 그날은 신기하게도 너를 만났어.
"성이름?"
"..어.."
"뭐해?"
너는 여전히 새하얀 얼굴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어.
언제나 그랬다는 듯이.
정작 대화는 처음 하는 사이었는데도.
"여기 살아?"
"아니. 운동하다보니까 여기까지 왔네. 사실 발 가는 데로 온거라 길을 몰라."
"어? 집에 어떻게 가게?"
"나도 걱정이었는데, 너 만났잖아."
하얀 입김이 뭉게뭉게 나오는 추운 날씨였는데, 니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 너무 따뜻해서 나도 마주보고 웃어버렸어.
지금 생각해보면 참 뜬금없고 독특한 애라고 생각했을텐데.
정말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 날 이후로 우리는 신기할 정도로 친해졌어.
"워!!"
"악!!"
"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매일 놀라냐 매일!"
"매일 놀라는 친구 그만 놀릴 때도 되지 않았냐?"
"에이, 이렇게 재밌는데?"
능글거리기가 특기인 너는 항상 날 놀려대기 일쑤였어.
하지만 너와 투닥대는 소소한 하루하루가 즐거웠어.
방학에 매일 학교를 나가는데도 싫지 않을 정도로.
"이름아. 나랑 내기하자."
"무슨 내기?"
"저기 먼저 찍는사람 떡볶이 쏘기!!"
"야 정재현!!"
그때쯤이었을거야,
내가 너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생각한 때가.
2010년 2월, 열 아홉
2월이 되자마자 니 생각부터 났어.
너에게 발렌타인데이가 생일이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으니까.
어떻게 챙겨줘야 하지, 너무 과하면 내가 너를 좋아하는게 티날까봐 고민이 많았어.
게다가 발렌타인데이라니, 여자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초코렛 주는 날이라니.
"야 설마 내일 무슨 날인지 모르는건 아니겠지?"
"이미 귀에 딱지 앉았어.."
"설마 까먹었을까봐~"
내가 이렇게 고민하는건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도 날 놀려먹기 바쁘다.
초코렛도 사탕도,
물론 선물도.
니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잔뜩 쌓여버렸어.
그런데,
"설마 내꺼 없는거 아니지??"
"하하ㅏ하하..갑자기 왜 머리가 아프지..?"
"어쭈. 어디서 발연기야. 내 선물!!"
결국 하나도 가져가지 못했어.
이것저것 다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너를 좋아하는 애들이 한둘이어야 말이지.
"아싸 이름이가 초콜릿 사줬다!"
"뭐가 그렇게 좋냐? 오백원짜리가."
"가격이 뭐가 중요해, 니가 준건데. 진짜 고마워."
내가 민망해질 정도로 넌 정말 기뻐했어.
나에게 활짝 웃어보이던 너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해.
근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
정말 넌, 나를 좋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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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었죠ㅠㅠ
작가가 현생에 치입니다..
수업 하나를 들어갈 때마다 과제가 생기는 마법이...^^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용!!
가끔씩 불쑥불쑥 찾아옵니다!
초록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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