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웃음
한 남녀가 행복한 웃음을 띤 채로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여자가 사랑스럽게 그의 품속으로 뛰어들며 영상은 끝이 났다.
몇 초간 멍하니 깜깜해진 모니터를 바라보다 나를 재촉하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ㅡ봤어봤어? 어때? 나 좀 멋있게 나왔지
"……어? 아, 응 그러네."
ㅡ뭐야 반응이 왜 그래!
"응? 어,음…"
ㅡ아, 설마 이 오빠한테 반해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었던 거야? 그럼 뭐, 이해해줄게
나는 그냥 푸스스하고 웃어버렸다. 무언가 언짢아진 기분을, 질투하고 있는 내 못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수화기 너머로 헛기침을 큼큼! 하곤 뱉어진 백현이의 말에 내 몸은 자동적으로 문밖으로 향했다.
ㅡ자기야, 나 보고 싶다는 소원 빌었었지?
"……?"
ㅡ지금 들어줄게. 나와 집 앞이야
***
"어쩐 일이야? 와도 되는 거야?"
"당연하지! 우리 ㅇㅇ이 소원인데 안 되는 것도 되게 해야지"
"나 소원 같은 거 말한 적 없는데…"
"우린 통하잖아. 텔레파시로"
내맘=니맘! 을 외치는 백현이는 영상에서처럼 활짝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를 따라 샐쭉 웃다 갑자기 영상 속 백현이에게 사랑스럽게 안기던 여자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입술을 비죽 거렸다.
나쁜 변백현. 딴 여자한테도 그렇게 예쁘게 웃어줬단 말이지?
괘씸한 마음에 백현이의 배를 툭툭 치며 이제 그만 집에 가. 라고 말하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아 나레기 결국 일을 치는 구나.
힘들 텐데도 일부러 찾아와준 백현이에게 너무 유치하게 반응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푹 숙였다.
쪽팔려
이미 엎질러진 물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는데 차라리 그냥 백현이가 이대로 가줬으면 좋겠다.
괜히 바닥만 쳐다보며 신발코를 괴롭히는데 앞에서 백현이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그 웃음에 슬쩍 앞을 보려던 찰나
성큼 다가온 백현이의 향이 내 온몸을 휘감았다.
안겨진 품이 어째 예전보다 더 따스하다.
속삭이는 백현이에 귓가가 간지럽다.
"아 귀여워. 널 어쩌면 좋지?"
"……"
"촬영하는 내내 너 생각만 났어. 지금 이렇게 함께 할 거 생각하면서 꾹 참고 일했어"
"……"
"많이 보고 싶었어, ㅇㅇ아."
"…나도"
너무 보고 싶었어 백현아
힘껏 백현이의 허리에 손을 둘러본다.
+
"나 잘했지? 칭찬해줘"
"뭘"
"촬영 잘 하고 왔잖아. 빨리 뽀뽀해줘"
뽀뽀는 무슨. 입술을 쭉 내민 백현이를 집이나 가. 하고 손으로 밀어냈다.
축 처진 강아지처럼 울상을 짓는 백현이에 맘이 약해졌지만 촬영하는 내내 여자한테 실실 웃어줬을 걸 생각하니 그럴 맘이 안 났다.
아 또 이런 생각을 하다니. 괜히 찔리는 마음에 백현이를 쳐다봤다. 되게 얇게 입고 나왔네
내가 하고 있던 목도리를 풀러 백현이의 허전한 목에 둘러주었다. 추우니까 언넝 가.
"추워 자기야?"
"아니 나 말고 너. 더 늦어지면 엄청 추울 텐데 감기 걸리면 안 되잖아. 이러다 매니저 오빠한테 혼 날라"
"그렇지. 더 늦어지면 엄청 춥지."
"그러니까"
"근데 여기 지나가는 택시도 없는 것 같은데"
"빨리 집ㅇ…"
"자기네 집에서 자고 갈까? 오랜만에 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