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며 매일 추억에 잠기는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 한. 성. 수
그를 지우지 못하고 매일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남자. 이. 중. 엽. 그들의 아름답고도 눈물겨운 로맨스. 〈내꺼하자, 내가 널 사랑해. 어?> W. (무한)앓이 정말 많이, 사랑했었다. 그 누구보다 사랑했었다. 라고 나는 단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세상 그 누구와도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고, 찬란했고, 또 아름다웠다. 너와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성수야.... 보고싶다... 중엽이 희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우연하게 들어온 카페에서 들려오는 세븐틴 노래라니... 그의 생각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기어코 니가, 이렇게 또 내맘을 헤집어 놓는 구나. 나는 그때와 변한 것이 없다. 그때처럼 너 하나에 내마음은 또 엉망이 되어버린다. 또 내 가슴이, 이 머리가 너만을 담아버리고 만다. 그렇게 잊으리라고 마음 먹었는데 허무하게 무너지는 다짐에 중엽이 힘빠지게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나쁜 자식. 나쁜 놈.... 그럼에도 보고싶은 놈... 그리운 놈.... 내 성수야..... 언젠가 마주치게 되리라고 생각했었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고 또, 성수의 개인적인 바램이기도 했다. 그렇게 매일밤 그리고 그렸던 그 상대가 바로 건너편 길가의 카페에 있다. 그렇게 눈물로 지새우던 나의 뮤즈가, 나의 사랑이 바로 눈 앞에 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중엽아? 나 진짜 어떡하지? 분명 너를 밀쳐낸건 나인데, 나를 울음으로 붙잡던 너를 쳐낸 것은 나인데 이렇게 염치도 없이 가슴이 뛰어댄다. 중엽아, 나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신호등에 초록불이 켜졌음에도 멍하니 건너편 카페만 바라보고 가만히 서있는 성수를 본 연수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어왔다. "사장님. 무슨 생각 하세요?" "연수야." "...네?" "내가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도 나를 너무 사랑해. 그런데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면 그 사람이 너무 힘들어져... 힘들어하는 그사람 때문에 헤어진 건데 오히려 그사람이 나때문에 더 힘들어 해. 아니, 내가 너무 힘들어. 무슨 노래를 들어도 그 사람이 생각나고, 무슨 음식을 먹어도 그 사람이 생각나고 , 어디를 가든 그 사람 생각이 나를 괴롭혀. 이러면 안된다는 걸 아는데도.... 그 사람이 너무 생각나. 어떻게 하지...?" "잡으세요." "뭐...?" "잡으세요. 그사람. 사장님도 사실 그러기를 바라시는 거잖아요. 사장님 마음 가는대로 하세요. 그게 그분, 그리고 사장님을 위한 길이에요. 괜한 자존심 때문에 망설이지 말고 지금이라도 잡으세요. 늦지 않았으니까...." 연수의 말에 성수의 머리가 한대 얻어맞은 듯 아득해져 온다. 온통 너의 모습만이 가득하던 내 머릿속이 또 이렇게 아득해져 온다. 빨리 너를 안고 싶다. 너를 담고 싶다. 너를 입 맞추고 싶다. 너를 나로 가득 채우고 싶다. 결국 성수가 카페를 향해 뛰어간다. 다리가 저절로 움직이니 힘든 것도 모르는 성수였다. 그저 중엽에 대한 갈망으로 카페로 돌진하는 성수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너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벅차올라서, 누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다. 오랜만에 보는 너한테 눈물을 보이면 안되는데, 마음과 달리 코끝이 시큰해지고 눈가가 촉촉해진다. 딸랑- 카페안을 울리는 종소리에 무의식적으로 중엽이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마주친 눈빛. 결국 얽히고 마는 시선. 그렇게 희미하게 머금고 있던 중엽의 미소가 일그러진다. 어떻게.... 어떻게 니가... 어떻게 니가 이곳에.... 굳어지는 중엽을 본 성수가 성큼성큼 중엽을 향해 걸어온다. "한... 성수..." "....." "성수야.... 한성수...." "....." "성수야... 흐으... 성..흐...으...윽...으으...흐... 성수, 흑....흐으으...윽.. 성수야..." 결국 중엽이 울음을 터트렸다.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선, 긴장하고 놀라서 뻣뻣하게 굳은 몸을 하고선 중엽이 아이처럼 엉엉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보내는 중엽을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보던 성수가 결국 중엽을 안아버렸다. 중엽이 계속 엉엉 울음을 터트리면서 성수의 품에 안겼다. 너무 오랜만에 안아보는 그의 듬직한 등에, 따스한 온기에 더 울컥하는 듯 하였다. 성수가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그대로 토해내는 중엽의 등을 토닥이며 울음을 받아냈다. 미안해 중엽아. 너무 늦어서 미안해. 내가 너무 미안해. 이제와서 미안해. 매일밤 혼자 둬서 미안해. 나의 덥아.... 나의 엽덥아...... 나의 중엽아...... 나의 사랑아, 나의 baby야 내가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