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너를 죽이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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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땀으로 흥건했다. 이대로 가다간 곧 죽을 것 같았다. 이 좁은 공간에 갇혀서야 나는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있었다. 아, 나란 존재는 참 무능력하구나. 내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구나. 입은 뻐끔뻐끔 움직이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깨달았던 것일까, 내가 지금 소리를 내면 죽어버린단 것을. 눈가는 촉촉해졌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그저 떨리는 손을 어떻게 주체할 수 없을 뿐. 울면 정신을 놓아버려 저 녀석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이 순간을 하나하나 눈에 담고 마음에 새긴다. 나는 나설 수 없었다. 무능력하니까. 그 어떤 움직임도, 소리도 내겐 용납되지 않았다. 그저, 그저 그렇게, 숨죽이며 바라볼 뿐이었다. 몇 초의 격차도 두지 않은 세 번의 총소리. 그래,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복수를 다짐할 뿐이었다.
낡은 벽장 안, 지민 오빠는 나를 벽장 안으로 숨겼다. 그리고 키가 나와 비슷했던 오빠는 가발을 쓰고 원피스를 입었다. 이제는 아주 흐릿해진 열 살 때의 기억, 오빠는 이미 이런 일이 있을 걸 알기라도 하듯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말했다.
“너는 이제 박여주가 아니라 박 지민이 되는거야.”
“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이제부터 박 지민으로 사는거야. 남자로 사는거라고.”
“내가 왜? 오빠 갑자기 왜 그래...”
“그리고 하나만 더 명심해 엄마와 아빠는, 우리 부모님은 한치의 부끄러움 없이 살아오신 분들이야. 오빠 믿지?”
“응, 믿어.”
“그럼 이제부터 우리는 술래잡기를 하는거야. 조용히 하고 벽장 안에 들어가 있어. 오빠가 잡으러 갈 때까지 절대 나오면 안돼. 알겠지?”
“응.”
“착하네. 그럼 시작이야.”
내가 벽장 속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계속되는 부모님과 검은 양복 무리들의 언쟁. 이윽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잊고 싶은 그 장면이었다. 구석에서 목소리도 내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있는 지민 오빠. 그리고 이미 총에 맞아 피로 물든 엄마와 아빠. 검은 양복 아저씨는 오빠에게 물었다.
“꼬마야, 이름이 뭐니?”
오빠는 울먹이는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내 목소리를 흉내내듯이.
“박여주예요.”
“네 오빠는 어딨니?”
“오빠는 오늘 친구집에서 자고 온다고 했어요.”
“그 친구집이 어딘지 알고 있니?”
“저어기 뒷산 넘으면 있는 아파트. 자세한 주소는 잘 모르는데 거기 맞아요.”
오빠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저씨는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그 아파트로 향했다. 벽장 속에서 아무 것도 못하던 나는 눈을 마주쳤다. 검은 양복 무리에 섞인 한 아이와. 아이는
흠칫, 놀라는 듯 했다. 검은 양복 아저씨가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아이는 덤덤히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선 너는 나에게 미소를 던지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어른이 되서 보자'
나는 17년이 지난 지금도, 너의 그 살기 어린 눈동자를 잊지 못한다. 너를 잡기 위해 나는 검사가 되었어. 나는 매일도 너를 죽이는 악몽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