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으로 연락을 무시하고 만남을 피하던 백현이와의 보이지않는 추격적은 오늘에서야 끝났다. 해외에서 열리는 시상식을 위해 준비된 전세기를 타기 위해 많은 가수들이 모였고, 그 중에는 우리 팀과 백현이가 속한 팀도 있었다. 팬들이 많이 몰리던 탓에 가수를 비롯한 스텝들은 공항의 비하인드 통로를 이용해야 했고, 그 좁고 사람이 많던 복잡한 곳에서 겨우 백현이를 만날 수 있었다. 백현이와 연락이 안되던 3주일 동안 나는 백현이에게 보이기 창피할 정도로 볼품 없어지고 초췌해진 모습이였는데, 그에 반해 백현이는 한층 더 괜찮은 남자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다들 손에 여권을 들고, 잠에 취해있거나 멤버들과 삼삼오오 모여 떠들고 있는 공항 한켠에 있는 대기석의 모습은, 이곳에서 나와 백현이가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하더라도 신경쓸 사람이 없어보였다.
"영진 오빠. 저...."
내가 부르는 목소리에 매니저 오빠는 피곤한 얼굴로 애써 웃어보이며 나를 바라봤다. 그런 오빠에게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캔커피를 내밀며 말했다.
"저 잠깐만 백현이 좀 만났다 올게요."
"백현이? 백현이도 여기있어?"
"네.... 저 쪽에."
"어휴. 그렇게 매일 밤마다 연락해대더니 또 보고싶어? 그래, 갔다와라. 견우와 직녀도 아니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팀의 막내인 나를 귀엽게 봐주는 매니저 영진오빠는 내가 준 캔커피로 내 볼을 툭툭 건드리며 허락을 내려줬다. 이렇게 매니저 오빠와 다른 가수들한테도 백현이와의 기류를 숨기지않는 것은 몇달 전 일이였다. 난 17살 때 데뷔해서 지금은 20살, 4년을 향해 달리고 있는 꽤 주가가 높은 걸그룹의 막내다. 같은 느낌의 노래를 내도 우리 노래는 흥하였고, 우리 멤버가 연기를 못해도 출연했다하면 가히 '대박'이라고 칭할만큼의 관중들이 오피스로 몰려왔다. 그렇게 어린나이로 빡빡한 스케줄과 험한 바닥을 날고 기던 나는 몇달전부터 슬슬 지쳐왔다. 그러던 도중 갓 20살 때 만나게 된게 변백현, 그다.
'안녕하세요! 엑소케이, 백현입니다!'
다른 소속사에서 대형신인이 기획된다는 말은 들었어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었는데, 음악방송 대기실에서 처음 만났던 백현이의 모습은 나를 온통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 많은 연예인들을 봐왔지만, 연예인이라기보다는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오던 백현이는 나를 결국 사랑이라는 함정 안에 빠트렸다. 그치만 직업 특성상 고백도 못하고 끙끙 앓기를 2달째, 얼토당토않은 기사가 퍼졌다.
'[단독] 신인그룹 E의 B군, S그룹 A양과 핑크빛 기운?!'
그 기사는 우리 소속사가 막을 새도 없이 퍼져나갔고, 그게 나와 백현이에 대한 기사라는 것 또한 네티즌들의 온갖 추측이 난무하면서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에대해 우리 소속사는 불이나게 걸려오는 전화에 전부 아니라며, 부인하기에 급급했던 반면. 백현의 소속사는 침묵이 돌 뿐이였다. 결국 실장실과 사장실에 불려다니며 혼나는 것은 나였고, 그날밤도 역시 엄청난 꾸짖음과 비난에 대해서 상처받고 멤버 언니들에게 위로를 받던 중이였다. 그때 주머니에 있던 전화 벨소리가 울렸고, 모르는 번호에 대답도 않고 그저 통화키만 눌렀다. 그리고 그것이 백현이와 나의 시작이였다.
"......"
[여보세요?]
"......"
[00 폰 아니에요?]
"......"
[아, 왜 말이 없어. 나 백현인데.]
"...백현이?"
[아, 맞구나! 잠깐 통화 할 수 있어?]
***
백현이가 제안한 것은 이러했다. 내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며, 지금 나와 스캔들이 나고부터 그게 엄청난 홍보효과가 되고있다고. 그러니, 진짜인 척 3개월 동안사람들을 속여보자고. 처음엔 물론, 거절했다. 이건 너무 위험한 연극이였으며, 나를 봐주지도 않는 백현이를 지켜볼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내 불안함도 잠식시키게 한 것은 다른 사람도 아닌 백현이었다. 스케줄이 있는 날이면 대기실로 찾아와 다정함으로 나를 잠식시켰고, 밤이되면 다정한 목소리와 문자로 나를 잠식시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 생일 날 찾아온 백현이와, 그의 입맞춤은 나락으로 떨어트릴 만큼 깊이있는 그것으로 나를 잠식시켰다.
***
"백현아!"
"...?"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들은건지 이어폰을 끼고있던 백현이가 이어폰을 슬며시빼낸다.
"뭐야?"
"으응...?"
"뭐냐고. 사람들 많잖아. 누가 보면 어쩌려고 이런데서 말을 걸어."
분명, 몇달 전까지만 해도. 보란듯이 대기실과 같은 공간에서 내게 구애해오던 그 백현이가 맞는데.
"아, 그게 백현아. 니가 연락이 안되길래... 폰 걷었어?"
"아니, 안 걷었어."
"근데 왜 연락이 안,"
"연락하지마."
주위에서 흘깃흘깃 보는 시선들이 신경쓰이는 듯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털어내는 백현이는 말했다.
"씨발. 못 알아들어? 우리 약속했던 3개월 끝났으니까 이제 귀찮게 굴지 좀 말라고. 너 이제 쓸 가치 없을만큼 나도 많이 컸어. 좀 가라, 씨발."
망손이가 왔어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읽어주세용'-') |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드디어 시험이 끝났습니다~ 벼루고 벼루던 제가 원하던 백현이의 모습을 드디어 빙의글로 썼네요ㅠㅠㅠㅠ 그치만 이번에는 설렘 따위는 업고 독자님들 쿠크다스만 깨지셨을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다음에 돌아올 것은 백현이 시점에서의 글이에요!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첫편부터 같이 달려주시고, 신알신이나 암호닉을 신청해주신 독자님들을 위해서 앞으로 암호닉을 제 공간인 이 부분에 작게나마 넣어드리려 해요! 싫으신 분들은 코멘트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ㅠ 그리고 항상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하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