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마주친 고딩시절 짝남 01
Ⓒ 꾹스꾹스
"뭐야... 휴강이면 먼저 얘기 못해주나?! 짜증나.. 진짜.."
"야 김탄소 니 얼굴을 봐라 휴강인거에 감사해"
"뒤지실?? 온 김에 도서관 갔다가 집 가야 겠다, 넌 과제 안하냐"
"탄소야 인생은 한방이야.. 난 한번뿐인 인생 도서실에서 안썩을란다"
"부러운 년..."
"ㅋㅋㅋㅋㅋㅋ나 간다~~ 이따 집가서 톡ㄱㄱ"
"오키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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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까지 계속된 과제에 내일 있을 강의 생각은 못하고 새벽달이 차게 식어서야 잠이든 탄소야.
예상했듯이 늦잠자는 건 당연한거고, 덕분에 머리도 못감아서 높게 치솟은 똥머리로 자신의 우울함을 한껏 뽐내며
없는 살림에 택시까지 타고 온 탄소인데.. 안타깝게도 휴강이여라
누굴 탓하겠어 을인 자신이 항상 지는거지 뭐
"아 내가 이러려고 그렇게 힘들게 공부해서 대학온건가.."
공부만이 살 길이라고 남들 다 있어본 남자친구 한번 없이 그저 책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탄소는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끼는거야
공허한 이유를 알고있으면서 외면했다는게 더 정확할수도
그에 비해 부족함 없이 자란 주현이는 대학도 편하게 다닌다고 하자 탄소는 장학금의 노예인 차석.
수석이랑 별 차이없이 들어와서 더 화난 탄소 몸과 정신 그덕에 죽을 맛인거지 해지는 것도 못보고
그렇다고 해뜨는 걸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탄소가 보는거라곤 그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전공 과목 책과 복학생과 함께하는 아주 주옥같은 조별과제
"진짜...내 팔자야 이럴줄 알았으면 고등학생 때 연애도 좀 하고 그럴껄"
누구나 한번쯤 그렇듯이 갑자기 학창시절이 떠오를 때가 있잖냐 그때가 탄소한테는 머리는 똥머리로 틀어묶고 어깨와 같이 축 쳐진 다크서클 매달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지금 인거지 '전정국은 잘 살고 있나 모르겠네, 졸업식때라도 고백해볼껄'
"아 뭐래는거냐 김탄소, 공부하기 싫으니까 아주 별 생각을 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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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만 한 탄소도 남자친구는 없었어도 짝남은 있어봤지 상대는 전정국.
정국은 외모면 외모 운동이면 운동, 목소리면 목소리 뭐하나 빠지지 않는 만인의 연인이었지 체육시간만 되면 정국에게 음료수 하나 건네주려는 여학생들이 운동장을 에워쌌으니까. 증거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자
그렇게 잘난 정국을 탄소또한 마음 한켠에 고이 앉혀놨던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였지, 정국은 성격도 좋았으니까
그게 더 탄소를 괴롭게 했다는 생각은 아마 꿈에도 모를 거다 전정국.
어느날은 탄소가 대자연(대재앙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의 섭리를 온 몸과 마음을 다해 받아들이던 날이지, 그 날이 아마 사람이였다면 제 몸이 성치않았을거다. 세상 모든 여자들에게 맞아죽었을 수도. 이렇게 부질없는 생각하며 얼마남지 않은 수능에 자신은 더이상 가르쳐줄 것이 없다며 한문선생님께서 던져주고 가신 자습시간에 슬금슬금 나온 탄소는 차가운 복도를 혼자 걸어 나오며 또 한번 괜한 생각을 한다고하자. '수능보면 학교도 잘 안나오고.. 전정국이랑 이렇게 말 한마디 못해보고 졸업하는건가...' 주머니에 넣은 손은 다시한번 움켜쥐고 화장실로 향하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복도 맞은면에서 걸어오는 정국을 보고 속으로 벌써 91번째 고백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나간다고 하자. '정국이는 오늘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잘생겼잖아..'
그런 탄소를 잡아세운건 다름아닌 정국.
탁-
"어.. 저기 너 이거.. 떨어뜨렸는데..."
자신을 잡아세운게 만인의 연인 정국이란 사실에 놀란것도 잠시 내가 뭘 떨어뜨렸다는 정국의 말과 함께 정국 손에 들린건 예상했겠지만 생리대.
만인의 연인 정국과 처음 나눠보는 대화 주제가 고작 이런 생리대라니... 정국 손에 잡힌 자신이 손목에 다른 한 손으로 친히 올려주는 생ㄹ..ㅣㄷ...ㅐ... 정국의 다정함이 유명한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다정할 필요는..
"아...! 어.. 고마워...! 잘가...!!!"
급하게 인사하고 뛰어들어간 화장실에서 가장 구석진 마지막 칸에 들어간 탄소는 이번엔 머리를 부여잡는거지. '난 진짜 왜..아니 거기서 그걸 왜 떨어뜨려가지고 진짜... 처음 나눠보는 대화가 생리대가 뭐야 생리대가...진짜 전정국 얼굴을 어떻게 봐아ㅏㅏ아가강가ㅏ아'
같은 시각 정국은
''헣.. 탄소랑 처음 얘기 해보는데..ㅎㅎ"
"아 나 괜히 주워줬나.. 많이 부끄러웠겠지?ㅠㅠㅠㅠㅠㅠ아 전정국 생각 좀 하고 잡지ㅠㅠㅠㅠ"
"아 근데ㅎㅎㅎ 첫 대화에 손목잡기는 뭐 괜찮은 시작인거 같네, 아 귀여워..."
'다음에 만나면 꼭 인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