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안녕 모던이에요. 에휴. 열두시전에 올리려고 했는데 들어오니 점검 중이였다는..! 그래서 늦었다는..!
뭐기디라신 분들은 없었겠지만요.. 흑흑. 재밌게 읽어주세요. 댓글도 ..ㅎㅎ..하.. 이럼뭐해! 읽고 댓글안다는데!!!.
ㅇ이번편은 별거 없네요.. 헛소리만 잔뜩이구. 죄송합니다. 그리고 열이랑 명수 대화 장면에 맞춤법 개이상한거 있을텐데..
그거 일부러 한거니까 오해하지마세요ㅠㅠ.,. 재밌게읽으세영~
아래 글은 518광주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BGM 꼭 재생하고 읽어주세요!
5월, 그리고 우리들의 봄 |
휴학계를 냈다. 어떻게는 최대한 미뤄보려고 했지만, 자꾸만 걸려오는 어머니의 전화는 피할 수 없었다. 두 번째로 걸려왔던 전화는 제법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 받지 않았다. 세 번째도, 네 번째도, 다섯 번째도… 그렇게 어머니의 전화를 피하면서 알게 되었다. 간헐적으로 걸려오는 어머니의 전화가, 나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광주로 내려가는 기차 안은 조용하다 못해 고요했다. 성규는 자리에 앉자마자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성규는 불안하면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다. 성규는 자신이 손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긴 하지만 그것이 ‘불안’이라는 감정변화 탓에 생기는 버릇이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오직 우현만 그것을 알고 있었다. 우현은 성규를 말리려 입을 열었다가 입맛만 다시고는 다시 입을 닫았다. 가만히 성규의 손만 보고 있던 우현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빠르게 지나가는 바깥풍경을 망연히 바라보던 우현의 눈이, 유리창에 비친 성규의 불안한 눈빛과 마주쳤다. 성규가 우현의 눈을 피해 바깥풍경을 바라보았다. 기차는 만개한 벚나무 길을 지나고 있었다. 가만히 그것을 보고만 있던 성규가 문득 우현과의 약속을 생각했다. 벚꽃이 피면 벚꽃놀이를 가기로 했었는데. 괜히 이제야 개화한 꽃이 밉다. 벚나무 길을 지나고서 얼마 못 가서 매화나무 길이 보였다. 길에 쭉 늘어진 철도와 그 옆의 만개한 매화나무 길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매화나무 길은 벚나무 길보다 조금 더 길었다. 힐끗 본 우현은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성규가 입고 있던 체크 남방을 벗어 우현에게 덮어 주고서는 우현의 옆자리에 앉았다. 무심코 바라본 창밖에는 하얀 매화나무 사이에 홍매화 나무가 보였는데 하얀색 꽃잎 들 중에 보이는 만개한 홍매화 나무 한 그루는 유난히 화려해 보였다. 희미한 미소를 띄운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성규의 눈에 < 광주 > 라고 적혀 있는 표지판이 들어왔다. 맑았던 성규의 눈이 순간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성규야.” 언제 깨어났는지 모를 우현이 성규를 불렀다. 성규가 어깨를 흠칫 떨며 우현을 돌아보았다. 마주한 우현의 눈은 언젠가 성규가 우현은 처음 보았을 때의 그 눈빛과 지독하게도 똑같았다.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성규는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저를 바라보던 그 눈빛. 우현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그때의 너의 눈빛, 너의 숨소리, 너의 입술, 너의 머리칼…. 여전히 똑같았다. 남우현은. 마주한 성규의 눈을 가만히 보고만 있던 우현이 성규가 덮어주었던 옷을 다시 성규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그리고는 우현이 자신의 무릎 위에 어색하게 올려져 있는 성규의 손을 대뜸 제 앞으로 끌어다 놓고는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얼마나 손을 물어뜯었는지 손끝마다 조그마한 생채기가 나 있었다. 우현이 그것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성규는 우현이 하는 양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우현이 자신의 발밑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던 가방을 들고서 가방 속을 거칠게 뒤적거리더니 밴드를 찾아들었다. 그러고는 제법 정성스럽게 성규의 손에 밴드를 붙여주었다. 하나하나 정성스레 붙어주던 우현이 가장 크게나 있는 상처에 마지막 밴드를 붙어주며 말했다. 다음엔… “꼭, 벚꽃놀이 가자.” 우현의 목소리가 밝았다. 자신의 손만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던 성규가 고개를 들어 우현을 보았다. 우현의 입술 끝에 걸린 미소가 보기 좋았다. 싫어? 우현이 대답 없는 성규의 손을 흔들며 물었다. 성규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사실 우현이 했던 말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성규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현의 말을 들으면 들을 수록 자꾸만 조바심이 일었다. 성규가 우현에게 뭐라고 입을 떼려는 그 순간 기차가 멈췄고,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광주역에 발을 내딛자마자 보이는 것은 머리에 띠를 두르고 결의에 찬 눈빛으로 시위를 하는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하얗다기보다는 오히려 누런 현수막을 들고서 목에 핏줄을 세웠다. 성규와 우현은 그들을 지나쳐 빠르게 역을 빠져나왔다. 곧 무너질 것 같은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에도 희미하게 그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계엄철폐…! 유신 철폐…!
뜨겁던 햇발이 어느새 약해지고 제법 청량한 바람이 불어왔다. 성규는 짐을 자신의 발 옆에 내려다 두었다. 집으로 가려면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데 그 흔하던 택시가 잘 보이지 않았다. 성규가 쪼그리고 앉아 무릎 사이에 머리를 박은 채 졸았다. 평소에도 말 수가 적은 성규지만 오늘은 유난히 말이 없었다. 무심코 도로 아스팔트를 내려다보고 있던 우현의 눈에 택시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우현이 성규를 깨워 택시에 밀어 넣으며 말했다. 먼저 집에 가 있어. “너는?” 우현이 성규 대신 택시기사에게 도착지를 말했다. 그러더니 지갑에서 3만 원을 꺼내 만원은 기사에게, 2만 원은 성규에게 주었다. “명수가 너 다음에 내려올 때 선물 사오랬잖아. 까먹고 있었지?” 가ㅡ 우현이 창밖에서 손을 흔들었다. 곧이어 택시가 출발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고향이 낯설었다. 내가 알고 있던 광주가 아니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평화로웠다. 이곳은. 힐끗 백미러로 택시기사의 얼굴은 본 성규는 그 후로 집요하게 그 얼굴을 보고 있었다. 성규는 생각했다. 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고. 성규는 아버지가 없었다. 성규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성규가 10살 되던 해에 도장을 찍었다. 이혼사유는 성규조차도 몰랐다. 이혼 후 성규와 명수는 당연하다는 듯이 외가에서 살게 되었다. 그 이유는 외가 쪽이 친가보다 더 잘 살았기 때문이다. 친가는 대대로 못사는 집안이었다고 들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결혼할 때도 외가에서 반대가 심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아버지를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결혼은 성사되었고, 아버지는 항상 외가의 기에 눌려 살았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명절이나 집안 행사가 있는 날에는 더더욱 그랬다. 외가에서 들은 것은 아버지가 명수와 성규를 버렸다는 이야기뿐이었다. 성규와 명수는 그 말을 그대로 믿었었다. 같이 살 때 아버지는 성규보다 명수를 조금 더 아꼈다. 그것은 성규의 눈에도 보였다. 명수도 그랬다. 명수도 아버지가 가장 먼저였고, 우선이었다. 아니, 그래 보였다. 명수는 아버지가 자신과 성규를 버렸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 명수는 처음 외가에 들어왔던 일주일 내내 울기만 했다. 하지만 딱 일주일이 지나고, 명수는 울지 않았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도 명수는 울지 않았다. 아버지는 자살 하셨다. 장례식에서 만난 고모는 명수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명수가 제 바짓가랑이를 잡고 있는 고모를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고모는 말했다. 아버지가 하루도 빠짐없이 ‘명수가 보고 싶다’라고 말씀하셨다고. 명수는 고모의 말에 주먹을 쥐었다. 아버지가 자살한 이유는 명수가 보고 싶어서였다. 김명수는 아버지의 사망소식에 울지 않았다.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아버지는 명수를 사랑했었고, 명수도 아버지를 사랑했었다. 둘의 사이엔 어머니가 있었고. 둘은 금단의 사랑을 했었다. 지금은, 모르겠다. 명수의 마음을. 갑자기 명수가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택시가 멈췄다. 집이 보였다.
반년 만에 내려온 집은 그대로였다. 바뀐 것이라곤 가지런히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가족사진이 벽에 걸려 있는 것 뿐이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성규가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어머니와 명수가 같이 장을 보러 가는 시간이었다. 예전에는 성규도 그곳에 끼어 있었다. 셋이서 나란히 손을 잡고, 왼쪽에는 명수. 중간에는 어머니. 그리고 끝에는 성규. 별 시덥잖은 내용에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하하 호호. 생선가게 앞을 지나가면 등 푸른 생선을 사서 구워달라고 어머니를 조르고. 신발가게 앞을 지나가면 신발을 사달라고 조르는 대신 명수와 어머니의 신발을 골라주고. 장을 다 보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명수가 힘들어하면 성규가 대신 들어주고. 성규가 힘들어하면 명수가 뺏어 들고… 괜찮다, 괜찮다 웃으며 말하다가 결국엔 서로 한 손씩 나눠 들고. 그렇게 걸어가면서도 킥킥. 그때는 뭐가 그리 좋았는지. 셋이 함께 인 것 뿐인데.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에 부엌으로 가 냉수를 마셨다. 그리웠다. 서로의 눈만 봐도 웃음이 터졌던 그때가. 성규가 유리잔을 내려놓고 느리게 숨을 쉬었다. 갑갑했던 것이 서서히 나아지고 있었다. 제 방으로 가 짐을 풀고 거실로 나와 TV 앞에 가지런히 앉아 명수와 어머니가 오기를 기다렸다. 창으로 햇볕이 들어왔다. 이제는 뜨겁기보다는 따뜻했다. 해 질 녘의 햇볕과 짹짹 울어대는 이름 모를 새의 소리. 그리고 고요한 집안. 하품이 절로 나왔다. 성규가 쏟아지는 나른함에 눈을 비볐다. 그냥 잘까. 연신 하품만 해대던 성규가 기다리다 지쳐 몸을 피고 누웠다. 약을 먹은 듯 잠이 쏟아졌다. 눈을 감았다. 완전한 잠에 빠져들려는 순간 마당에서 소리가 들렸다. 몽롱한 정신에도 그것이 명수임을 알 수 있었다. 몸을 일으켜 마당으로 나갔다.
이제서야, 내 세상을 찾은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