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굣길이면 항상 네 뒤를 쫓아 가. 딱히 의도한 건 아닌데, 내가 교문을 나설 때면 항상 네가 나보다 몇 발짝 앞에 있어. 약 올라. 넌 요즘 진한 노랑색 니트, 짙은 초록색 후드티, 아니면 흰 맨투맨을 돌려 입더라. 가끔 등 뒤에 흰 글씨가 빼곡히 적힌 검은 후드티. 그리고 그거 알아? 우리 미술부 여자애들이 너 엄청 좋아해. 너랑 나랑 조금 친한 거 가지고 자기들이 되레 설레어 하고, 엄청 좋아 한다니까. 네가 잘생겼대. 난 너무 아쉬운 거 있지. 너랑 나랑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되게 친했는데. 같이 나간 행사 때문에 서울에서 5일간 먹고 자고 함께 했던 적도 있잖아. 근데 참 이상한 게, 그땐 널 안 좋아했어. 그냥저냥 편한 친구 사이였는데 자연스레 멀어지고 나서 좋아하게 되니까... 아쉬워. 그리고 짜증나. 그땐 다른 친구도 있었지만 같이 앉아서 별 얘기 다 하던 사이였는데, 이젠 용건만 하는 사이가 됐잖아. 그리고 왜 나만 보면 아는 체 할 듯 말 듯 내 얼굴만 쳐다보면서 지나가? 나는 너 의식 안 하는 척 해도 다 알아. 지나칠 때마다 고개를 돌려서라도 날 끝까지 쳐다보는 거. 내가 먼저 인사해주길 바라는 거야? 아니야, 싫어. 네가 먼저 인사해줘. 나도 매일 먼저 안녕, 한 마디 건네는 거 은근 자존심 상해. 너도 한 번만 해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면 넌 꼭 왼쪽 끄트머리, 난 오른쪽 끄트머리에 앉아. 탈 때는 매일 네가 나보다 먼저, 버스 앞 쪽에 타지. 나보다 한 정거장 먼저 내리더라. 나 내리는 데에서 내려도 금방 걸어가는데. 너희 집. 가까워지고 싶고, 네 옆 자리에 꼭 붙어 있고 싶은데 왜 이렇게 용기가 안 나나 몰라. 난 아마 네가 나한테 그닥 관심이 없다는 걸 확인받기 싫은 것 같아. 하긴 너처럼 동급생이니, 후배니 다들 관심 가져주는 애를 내가 굳이 탐낼 수도 없지. 욕심이야.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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