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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피 난다."
경수가 화장실의 거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추워진 겨울, 건조한 날씨 때문에 입술이 터서 하얗게 일어난 것이 일주일 전이었다. 그 전까지는 쓰라리게 갈라져 있긴 했지만 피가 나지는 않았는데, 드디어 오늘 피를 봤다. 잔뜩 일어난 입술 표피가 빨갛게 물들어 갔다. 잠을 깨려고 기지개와 함께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한 것이 문제였다. 방울져서 흘러내릴 정도로 많이 나지는 않았지만 혀 끝에서 느껴지는 피 맛은 경수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그냥 종인이 말 들을걸. 며칠 전에 종인이 저의 입술을 보더니 입술에 뭐라도 좀 바르라고 싫은 소리를 했던 것을 기억해 낸 경수는 계속 피가 나는 입술을 혀로 훑었다. 윽, 비려. 경수의 미간이 더욱 구겨졌다. 피 맛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벽면에 걸려 있는 두루마리 휴지를 뜯어 입술에 대었다. 붉은 점이 점점 커지자 경수는 휴지를 조금 더 뜯었다.
"뭐 하냐?"
화장실에서 나와 교실에서 휴지를 입에 대고 있었더니 종인이 다가와 경수의 어깨를 툭 쳤다. 하지만 경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반응이 없는 경수의 태도에 종인이 이상함을 느껴 경수의 앞 자리의 의자에 앉아 경수의 책상에 턱을 괴고는 경수를 또다시 불렀다. 야, 도경수, 뭐 하냐고. 그럼에도 경수가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자 경수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들어올렸다. 입술에 휴지를 대고 있는 경수를 본 종인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부터 시작한 종인은 제가 마치 경수의 어머니라도 되는 듯 다다다다 잔소리를 쏟아 부었다. 내가 그래서 너 뭐라도 바르라고 했지, 남자는 약 따위 바르지 않는다, 뭐 이런 것도 아니고, 진짜 키도 작은 게 얼굴도 하얘서는 피까지 나면 너무 불쌍해 보인다고, 듣고 있냐? 내 말이 개소리냐, 도경수, 말 좀 들으라고, 눈 뜨고 자냐?
"아, 시끄러. 이미 피 난 걸 어떻게 해."
"아오 진짜, 도경수, 개짜증나네. 걱정되서 잔소리했더만. 뭐? 시끄러?"
은혜를 원수로 갚는 새끼. 종인이 의자를 시끄럽게 끌고 일어났다. 화난 것이 분명한데도 경수는 종인을 쳐다보지 않았다. 묵묵히 휴지로 입술을 닦을 뿐이었다. 뒤에서 종인이 불이 날 것 같은 시선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도 무시했다. 닦아도 닦아도 멈추지 않는 피에 경수가 한숨을 쉬었다. 아, 이 상태면 오늘 급식도 못 먹겠네. 오늘의 점심 급식은 경수가 좋아하는 고추장 불고기 볶음이었다. 하지만 입술이 갈라지고 피까지 나는 상태라면 먹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음식에서 피 맛이 나는 건 둘째 치고, 갈라진 틈으로 매운 국물이 스며들어가면…. 아윽. 그건 아는 사람만 아는 말로 하지 못 할 아픔이었다. 그 순간 만큼은 그 곳을 맞은 고통과 맞먹을 수준이니 말 다 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경수는 결심했다. 그래, 남자답게! 그까짓 아픔, 참아내면 되지!
이상한 곳에서 결심하는 경수였다.
───
"야, 도경수."
"왜."
이거 받아, 하고 종인이 던진 것을 경수가 받아냈다. 셋째 손가락 길이만한 것이 경수의 손 안에 쏙 들어왔다. 정체 불명의 물체를 꼼꼼히 뜯어보는 경수에게 종인이 지나가듯이 말했다. 립글로즈야. 잊지 말고 꼬박꼬박 발라. 귀찮아도 발라. 어제 경수의 입술이 텄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 듯 했다. 난데없이 받은 선물에 기분이 좋아진 경수가 보호 캡을 열고 향을 맡았다. 맡으면 긴장이 풀리는 부드러움과 달콤함이 섞인 바닐라 향이었다. 하지만 경수는 바닐라 보다는 체리나 딸기가 좋았고, 종인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다. 경수가 종인에게 물었다. 체리 향이나 딸기 향 없었어? 그러자 종인이 대답했다. 있었어. 일부러 이거 사 온 거야. 경수가 또다시 질문했다. 왜 일부러 이거 사 온 건데?
"내가 맡을 향이니까. 내가 바닐라 향을 제일 좋아하잖아."
"네가 그 향을 왜 맡…."
말을 잇던 경수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김종인 변태새끼! 에라이, 나가 죽어라! 종인은 경수의 주먹을 그냥 맞고 있었다. 어차피 힘도 실리지 않은 물주먹에다가 악의를 가지고 때리는 주먹이 아니라 별로 아프지도 않았다. 종인이 경수를 갑자기 끌어당기자 경수가 종인의 품 안에 안겼다. 품 안에 쏙 들어오는 경수를 안고는 종인이 작게 웃었다. 바로 보이는 정수리에 고개를 묻고 숨을 들이마시기를 반복하자, 바둥대던 경수도 어느 순간 조용해져 종인의 허리를 두 팔로 감싸 안았다. 아, 도경수. 내가 이래서 널 좋아한다니까. 웃음소리와 함께 들려온 그 말에 경수가 종인의 품에 더욱 고개를 묻었다. 종인은 경수의 정수리에만 시선이 고정되어 있어서, 경수의 얼굴이 새빨개진 것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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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바닐라향은 제가 좋아하는 향입니다ㅋㅋ 그리고 제 친구의 립밤 향이기도 하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가 제 뒷자리인데 친구가 쓰는 립밤 향이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 딱 제스타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썰도 친구랑 같이 이야기하다가 나온 썰ㅋㅋㅋㅋㅋㅋㅋㅋ 그대는 알고 있겠죠. 지금 보고 있는 그대. 내 실친인 그대.
카디는 오랫만이네요... 원래 찬백 쓰다가 쓰기 너무 힘들어서 잠시 이거 썼는데 어느새 다씀ㅋㅋㅋㅋㅋㅋ
다시 말하지만 엑소의 룸메라인은 사랑입니다♡
공감하면 추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