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왔어요, 이 위생사님."
" 예? "
"방금 저 언제 오냐고 질문한거 아닙니까?"
깜짝이야!
어깨를 들썩이며 놀란 눈으로 뒤를 보니 어느새 바짝 다가온 정원장이 보였다.
바람냄새, 급하게 뛰어온건지 옷깃에 묻은 바람냄새가 코끝을 건드렸다.
저기, 너무 가까운데..
"이은솔씨, 방금 제가 잘못들은거 아닌거면 이은솔씨가 말한 무례가 뭔지 깊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저, 그게 뭐냐면,"
"환복하고 제 방으로 오세요. 정말 심도있게 이야기 할거니까 수첩있음 챙기고."
제대로, 정말 제대로 잘못 걸렸다.
치과, 맑음 ! - 01
아, 어떡해.. 나 진짜 이러다 맞아 죽는거 아니야?
나는 지금 원장실 앞이다.
오늘 안에는 들어가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거다.
몇분을 원장실 문에 머리를 밖고 고민을 했을까, 저 멀리 복도에서 떠드는 소리에
애써 당황스러운 얼굴을 감췄다.
"어! 그분이다! 여기서 뭐해요?"
"제발 조용히 좀.."
제발 조용히좀 하라고요! 제발!
손이 점점 저릿해지고 등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제발 꺼지라구요, 정원장이 이게 무슨 소란인가 하고 나오기 전에!
"병원내에서는 정숙하라고 내가 말했을텐데,"
"으악!"
진짜 죽을까..?
원장실 방 문에 기대어 있다 문이 열리는 바람에 얼떨결에 정원장 앞에 무릎을 꿇어버렸다.
이대로 사과하고 끝내자. 그러자.
당황한 정원장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순간 이놈의 입이 본드로 붙여놓은듯 옴짝달싹하지 않는게 꼭 방석 밑에 비상금을 숨겨두고 일어나지 않는 아빠와도 같았다.
"이은솔씨는 언제봐도 신기한 사람이네요. 사과할거 있음 하고, 아님 들어와요. 이닥터는 진료준비 하고."
"네. 화이팅하세요, 은솔씨!"
***
"앉으세요."
정원장의 안내에 냉큼 앉긴 앉았지만,
봐도봐도 정원장의 성격과 너무나도 닮아있는 원장실에 애써 돌아가는 눈을 붙잡았다.
"커피?"
"아, 커피는 안돼요, 잠을 못자서.."
"정말 별게 다 있네요."
죄송합니다.. 커피마시면 잠을 못자는 사람이라서 정말 죄송해요..
정원장의 말도안되는 핀잔에 입꼬리를 폭 내렸다.
이내 내 앞에 놓인 코코아에 그만 픽- 웃음이 터졌다.
"그럼 이야기 나눠봐요. 은솔씨가 생각한 무례는 뭔가요?"
"솔직히, 면접날 제가 너무 무례하지 않았나 생각해서요."
"아는거 같아서 다행이긴 한데, 그렇게 큰 무례는 아니었어요. 꽤 재밌었고,
매력있었으니까."
"감사합니다."
정원장의 입에서 예상치도 못한 말이 나와 순간 들었던 잔을 떨어트릴 뻔 했다.
조심스레 잔을 놓는데,
아니, 왜이렇게 쳐다보는거야 !
"저, 제 얼굴이 맘에 안드시는지.."
"역시, 예상치 못한 저런 질문."
"네? 그게아니라, 뚫어져라 쳐다보셔서.."
"불편해요? 사실 불편하라고 쳐다본거, 맞아요. 정답."
"좀 부담스럽기도.."
"은솔씨는 직구가 남다르게 묵직하네요. 속으로 해야할 말도 잘 내뱉는거 보면."
"죄송합니다. 정정할게요, 그렇게 부담스럽진 않아요."
"좋아요, 그런 태도. 앞으로도 이런태도 유지해 줬으면 좋겠어요, 면접때의 그 당찬 모습도."
***
달칵- 원장실의 문이 완전히 닫혔나 손잡이를 놓고 문을 손으로 살짝 밀었다.
음, 잘 닫혔네. 윽, 한시간은 이야기 한 것 같았는데
시계를 바라보니 십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정원장이랑 있는 시간이 이렇게나 느리게 가다니, 정말 끔찍하다.
앞으로는 어떤 긴 시간을(체감상) 보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지만
둘만의 대화에서 오간 월급 이야기에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 병원에 뼈를 묻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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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시간이 안나네요ㅠ_ㅠ
한자라도 더 쓰고싶지만 넘나 졸려서 힝..ㅎㅎ
내일이나 금요일날 다시 오도록 노력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