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열수열]선생님 下
by.도토리
“명수야….”
집으로 돌아온 성열은 문을 열고 들어오기 무섭게 명수를 찾았다. 소파에 앉아 시계를 힐끔거리던 명수가 재빨리 성열에게 다가갔다. 성열이 명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성열을 꼭 끌어안은 명수는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는 어깨부근에 성열을 좀 더 꼭 끌어안았다. 열아, 일단 들어가자. 신발은 대충 벗어던진 성열은 명수의 옷자락을 꼭 쥔 채 명수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성열을 소파에 앉힌 명수는 조심스럽게 성열의 뺨을 적신 눈물들을 닦아냈다. 성열을 끌어안은 명수는 성열의 등을 토닥였다.
“명수야, 나 선생님한테 좋아한다고 말하고 왔어”
“뭐?”
“속이 후련해졌어.”
“괜찮아?”
성열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재빨리 명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명수야, 나 너무 무서워. 성열이 울음을 터트렸다. 명수는 아무 말 없이 성열의 등을 쓸어내렸다. 성열은 명수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명수의 옷이 젖어 들어갔다. 하지만 명수는 아무 생각 없이 성열을 꼭 끌어안았다. 명수야, 나 무서워. 제 옷자락을 쥔 손에 힘을 주는 성열의 모습에 명수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기처럼 자꾸 제 품으로 파고드는 성열의 행동에 명수가 성열을 더 꼭 끌어안았다. 괜찮아, 열아, 괜찮아. 명수가 성열의 등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성열은 연신 명수의 이름을 불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숨이 차오르는 듯 성열이 가쁘게 숨을 쉬었다.
“성열아, 열아, 괜찮아?”
성열이 고개를 끄덕이며 명수의 옷자락을 더 꽉 쥐었다. 하얗게 질린 성열의 손에 명수는 제 입술을 깨물었다. 명수가 성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성열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다 괜찮아, 열아, 괜찮아. 성열은 명수의 옷자락을 쥔 손 중 한 손을 놓더니 명수의 손을 꽉 잡았다. 성열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쳐다보다가 명수가 한숨을 쉬었다. 성열아. 명수의 말에 성열이 슬쩍 눈을 뜨더니 잔뜩 젖은 눈으로 명수를 쳐다봤다.
많이는 아니지만 여전히 흘러나오는 성열의 눈물을 닦아낸 명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왔다. 명수야, 왜, 왜 울어. 제 눈물을 닦아내는 성열을 보며 명수가 슬쩍 웃었다. 그렇게 힘들어 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야. 명수가 작게 중얼거렸다.
“성열아, 지금 내가 널 버리면 안 되는 거지…?”
성열의 눈이 커졌다. 미소를 지은 명수가 성열을 끌어안았다. 성열의 등을 쓸어내리던 명수가 제 어깨를 꽉 쥐는 성열의 손길에 작게 인상을 썼다. 가지 마, 명수야, 가지 마. 고개를 끄덕인 명수가 다시 성열의 등을 쓸어내렸다. 안 갈게, 옆에 있을게. 명수의 말에 성열이 명수의 품으로 더 파고들었다. 아기 같아. 명수의 말에 성열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와 동시에 성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성열의 눈물을 닦아낸 명수가 다시 성열의 등을 쓸어내렸다.
“다 괜찮을 거야, 열아, 그러니까, 울지 마”
니가 울면 내가 무너진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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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열은 예전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우현에게 음료수를 가져다주고, 수업시간에 우현을 쳐다보기도 하고, 수업도 꼬박꼬박 들었다. 그런 성열의 행동에 명수는 성열을 슬프게 쳐다봤다. 우현은 어색해 하는 것 같았지만 성열도, 명수도 모른 척 했다. 성열아, 오늘은 음료수 가져다 드릴거야? 명수의 말에 성열이 턱을 괴고는 반대쪽 손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모르겠어, 그냥 오늘은 가지말까 생각 중이야. 성열의 대답에 명수가 성열의 볼을 쿡 찔렀다.
“명수야,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성열이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 빤히 성열을 쳐다보던 명수가 흘러내리는 성열의 눈물을 닦아냈다. 여기 학교야. 명수의 말에 성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집에 가고 싶어. 성열이 말하기 무섭게 우현이 종례를 하러 들어왔다. 분주하게 자리로 돌아가는 아이들을 쳐다보던 우현이 명수와 성열을 힐끔 쳐다보다가 성열과 눈이 마주쳤다. 재빨리 고개를 숙이는 성열의 행동에 우현이 입술을 깨물었다 놨다.
“오늘은 딱히 할 말도 없고, 반장 인사”
드르륵, 하며 의자 끌리는 소리와 함께 앞문 근처에 앉아있던 아이가 일어섰다. 다른 아이들처럼 인사를 한 명수가 아이들이 하나 둘 일어서자 저도 일어나더니 옆에 앉은 성열을 일으켜 세웠다. 성열을 데리고 나가려던 명수는 성열을 부르는 우현의 목소리에 인상을 썼다. 멈춰선 성열이 인상을 쓴 명수를 힐끔 쳐다보더니 우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성열아, 선생님이랑 이야기 좀 하자. 우현의 말에 성열이 우현을 빤히 쳐다보다가 대뜸 죄송하다는 말을 뱉었다. 저 오늘 어디 가봐야 할 곳이 있거든요. 성열의 말에 우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음에 이야기 하자고 했다. 고개를 끄덕인 성열이 명수를 따라 교실을 빠져나갔다.
“나 잘했지?”
“응… 잘했어”
명수가 성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성열이 명수의 손을 잡았다. 집에 갈 거지? 명수의 물음에 성열이 생각에 잠겼다. 잡은 손을 붕붕 흔들던 명수는 성열을 힐끔 쳐다봤다. 저녁 때울 만한 거 먹고 들어갈래? 명수의 말에 성열이 살짝 웃으며 응, 하고 대답했다. 그럼, 어디를 가지. 명수가 잡은 손에 힘을 조금 더 주며 생각에 잠겼다. 분식집 갈까? 명수의 말에 성열이 빨리 가자며 명수를 재촉했다. 픽, 웃은 명수가 자주 가던 분식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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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은 자습 할 거고, 성열이는 선생님 좀 따라올래?”
성열이 눈을 깜박이다가 명수를 쳐다봤다. 명수가 인상을 팍 쓴 채로 우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빨리 와. 명수가 작게 말했다. 성열이 고개를 끄덕이고 우현을 따라 반에서 나왔다. 우현을 따라 운동장 벤치에 앉은 성열은 하늘을 쳐다보며 인상을 썼다. 성열의 눈 위로 쏟아지는 햇빛을 손을 들어 가려준 우현은 저를 쳐다보는 성열의 눈을 쳐다봤다.
“성열아, 선생님 결혼 하지 말까?”
성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금세 인상을 찌푸린 성열이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 미쳤어요? 성열이 흙을 발로 툭툭 차면서 말했다. 선생님한테 미쳤어요, 가 뭐야. 우현이 성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현의 손을 밀어낸 성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게 할 말이었으면 이제 가 볼게요. 교복바지를 툭툭 턴 성열이 발걸음을 옮겼다. 우현이 인상을 살짝 찌푸린 채 성열을 쳐다봤다.
“성열아, 선생님 진심이야”
“그러시면 안 되죠, 이제 결혼 하셔야 하는데”
“…성열아”
“결혼 하세요”
성열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
성열이 제 옷자락을 매만졌다. 성열아, 꼭 가야겠어? 명수의 물음에 성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열이 거울을 한 번 보고 제 머리를 다듬더니 청첩장을 집어 들었다. 가자, 명수야. 성열이 신발을 신으며 명수를 불렀다. 뭔가 못마땅한 얼굴로 신발을 신던 명수가 손을 잡아오는 성열의 행동에 웃었다. 성열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명수를 재촉했다. 택시를 잡아 탄 둘은 예식장으로 향했다.
“선생님”
“…어, 성열아”
성열이 우현의 앞에 섰다. 우현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명수가 우현을 힐끔 쳐다보더니 성열의 손을 살짝 잡아당겼다. 성열이 명수를 쳐다봤다. 빨리 들어가자. 성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결혼 축하드려요. 성열이 웃으며 말했다. 우현이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열이 명수를 따라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앉아 성열이 훅, 하고 숨을 내쉬었다.
“명수야, 힘들다”
“그러게 오지 말자고 했잖아”
명수가 성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명수가 스크린에 띄워진 우현과 우현의 신부의 사진을 보더니 픽, 웃었다. 명수가 성열을 일으켜 세웠다. 집에 가자. 성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명수가 성열을 이끌고 식장에서 빠져나왔다. 우현이 명수와 성열을 불렀다. 명수가 우현을 힐끔 쳐다보더니 발걸음을 옮겼다. 성열이 우현을 쳐다보다가 명수를 붙잡았다. 성열이 명수를 이끌고 화장실로 뽀르르 달려갔다.
식 다 끝날 때까지 있다 가자. 성열이 명수의 손을 잡고 말했다. 명수가 화장실 벽에 기대어 성열을 쳐다봤다. 싫어. 명수가 성열을 끌어안았다. 성열의 등을 토닥이던 명수가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성열에게서 떨어졌다. 우현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명수가 우현을 힐끔 보더니 성열의 손을 잡아 당겨 성열을 제 옆에 세웠다.
“이제 곧 시작할 거야”
“……”
성열이 우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현이 화장실에서 나가고 명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짜 집에 안 갈 거지? 성열이 고개를 끄덕이자 명수가 또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명수가 발걸음을 옮기자 성열이 그런 명수를 따라갔다. 식장 안으로 들어 간 명수가 남은 자리를 확인하고 맨 뒤에 남은 자리에 성열을 앉혔다. 성열 뒤에 선 명수가 우현을 쳐다봤다. 우현과 신부의 어머니가 입장을 했다. 촛불을 키고 인사를 한 두 어머니가 자리에 앉았다.
신랑 입장. 사회자의 목소리와 함께 우현이 걷기 시작했다. 선생님 오늘 되게 멋있으시다. 성열이 작게 말했다. 명수가 성열을 힐끔 쳐다보더니 작게 응, 하고 대답했다. 뒤 이어 신부가 입장을 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오던 신부는 우현의 손을 잡았다. 성열이 피식, 웃었다. 명수가 성열의 머리 위에 제 손을 내려놨다.
신랑과 신부가 맞절을 하고 사회자가 주례를 소개했다. 혼인서약이 시작됐다. 성열이 제 머리 위에 놓여진 명수의 손을 내려 잡았다. 성열의 손이 파들파들 떨리기 시작했다. 명수가 성열을 힐끔 쳐다보더니 주변을 둘러봤다. 지금 나가도 상관없으려나. 혼인서약이 끝을 보고 있었다. 혼인선언문 낭독이 시작됐다. 명수가 입술을 깨물더니 성열을 일으켜 세웠다. 식장 밖으로 성열을 데리고 나온 명수는 성열의 얼굴을 쳐다봤다.
“열아, 괜찮아?”
“…응, 아마도”
명수가 성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집에 가자. 성열이 명수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후, 하고 숨을 내뱉은 성열이 식장 안을 쳐다봤다. 주례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성열이 피식, 웃었다.
“명수야, 드디어 끝이 나고 있어…”
“…무슨 소리야”
성열이 명수의 손을 이끌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성열이 명수의 품에 안겼다. 명수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성열이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명수는 말없이 성열의 등을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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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을 보시고 무지하게 실망하셨을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도 같이 드립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