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신같은 새끼. 정진영을 볼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었다. 정진영은 걸음걸이마저도 불량스러웠다. 건들건들한 걸음으로 교실을 들어오던 정진영은 교실 뒷쪽에 걸려있는 거울을 보며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고 있는 여학생을 보고 비꼬는듯 장난스러운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병신, 볼것도 없는게 무슨 거울을 본다고. 잘못도 없이 정진영에게 욕을 얻어먹은 그 여자애의 표정은 화나 보였지만 차마 정진영에게 뭐라 따질 용기는 없는지 옆에 있는 친구의 손을 잡아끌며 교실을 나섰다. 그 모습을 본 정진영은 만족스러워 보이는 얼굴로 피실피실 웃음을 흘렸다. 병신은 그 애가 아니라 너야. 기회만 된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
“우와. 시험공부 하는거야? 공부 잘하나봐?”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고삼이 시험기간에 공부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해맑게 웃는 정진영의 얼굴을 보니 짜증이 밀려왔다. 정진영은 철이 없고 배려도 없다. 할 줄 아는 건 쥐뿔도 없으면서 허세만 부릴줄알고 친하지않은 사람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친한 척을 할 만큼 얼굴도 두껍다. 정진영은 애처럼 말랑해 보이는 표정을 하고 내 대답을 기다렸다. 이렇게 웃는 얼굴은 꽤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그뿐이였다. 귀엽지만 정진영은 여전히 밉상이다. 그리고 그 정진영은 내게 자꾸 웃는 얼굴로 친한 척을 한다.
“너. 나랑 친해?”
“어?”
“친하냐고. 너랑, 나랑.”
공격적인 말투에 당황한듯한 정진영은 내 말에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며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왜 그래, 공찬식.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약간 떨고있는 것 같기도 했다.
“솔직히 너 하는 짓 보고 있으면.”
“…….”
“존나 한심하다. 좀 웃기기도 하고.”
정진영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멍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멍한 얼굴이 보기싫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실 안은 답답했다. 잠깐 바람이라도 쐬고 와야겠다 생각하며 교실 밖으로 걸어갔다. 정진영은, 항상 내 앞에서만 답지 않게 행동하곤 했다. 물론 나한테만 한정되는 것이었지만 답지 않게 순하게 행동하고 어울리지도 않는 착한 얼굴을 했으며 과장되게 밝은 말투로 말을 걸곤 했었다. 교실 뒷문쯤에 다다랐을 때 뒤를 돌아봤다. 멍한 얼굴을 하고 있던 정진영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 두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긴장된 듯 굳은 얼굴이 토끼 같다고 생각했다. 토끼엔 어울리지 않는 여우같은 얼굴인데도.
“전부터 말해주고 싶었어. 너 그렇게 사는 거 되게 한심하다고. 보는 내가 거슬리니까 똑바로 살라고.”
“…그래서 나 싫어? 너 나 싫어해?”
“내가 너 싫어해도 넌 나 좋아하잖아.”
“…….”
“고쳐.”
원래 생각했던 내용도 이게 아니고 끝도 이게 아닌데 지금은 고칠 의지가 없음ㅠㅠ 진영이 이거 토끼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엽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