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수x성종 다리
우리 집으로 가기위해선 철교 위를 지나야 한다 뼈대를 세워놓고 사람이 지나다니는 곳만 시멘트를 덕지덕지 발라 펴놓아서 다리는 멀리서 바라보면 앙상하게 말라보였다 사람으로 치자면 몸뚱이에만 살가죽이 붙어있는 것이었다. 저녁이 지나면 으스스한 느낌까지 주는 그 다리를 건널 때면 명수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데 어느날 부턴가 다리 중앙에 왠 소년인가 소녀인가 분간이 되지 않는 아이가 앉아있는 것이었다 그 아이는 창백하리라만치 흰 피부에, 너적대기를 주워입은듯 차림이 초라했다 또 항상 야무지게 입을 다물고있는 것이다 공허한 눈은 어디를 향하는지 제가 그 앞을 지날 때에도 눈동자의 움직임이 꿈쩍않았다
다음날 퇴근길에는 어느새 그아이를 잊고있었다가 다리 입구에서 다리 중간즈음 인영이 보이자 그제서야 어제의 기억이 돋아났다 아이는 이번엔 제 가슴까지 오는 난간에 기대어 강물을 굽어보고있었다. 말라빠져 칼날같은 옆선을 한 아이를 바라보며 중간까지 걸어가서는 혹여 투신자살을 하는 건 아니겠지 염려했다 흑발을 하고 오늘도 여전히 칙칙하고 초라한 차림을 한 그의 피부는 더욱 희어보였다 그에 탄복하다가 제가 너무 노골적인 시선을 보낸 것이 아닌가 흠칫하지만 아이는 그저 어제처럼 강물쪽만을 미동없이 바라봤다 명수는 결국 한마디 건네보지 못한 채 아이를 지나쳐 집으로 향했다 그 날은 집에와 씻고 누우니 그 아이가 다시 떠올랐다 기억을 회상하며 아이의 외모 하나하나를 되짚어보고, 얼굴만 보면 거지같진 않은데. 단순히 생각하고 스르르 잠이들었다
또 다음날, 이번에는 퇴근길로 회사를 나설 때부터 그아이 생각이 났다. 오늘도 그자리에 있을까?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가.. 의문투성이인 아이였다 얼굴이 참 곱상하고 몸은 여리한데 도통 성별은 구별되지 않았다 머리에 물음표만 달고서 계속 걷다보니 다리에 다다랐다 오늘도 그 아이는 다리 중간에 서서 있는데 어제완 다르게 난간에 등을기대 하늘을 올려다 보는듯했다. 그쪽으로 제가 걸어가면 저를 볼지도 모른다는 왠지모를 긴장감에 명수는 굳은 채 걸어갔던 거 같다.오늘은 아이를 쳐다보지 않았다 마침내 뚜벅 뚜벅 걸어 그 아이앞을 애써 외면하며 지나갈 때
"아저씨. 제가 보이시죠?"
가느다란 미성의 목소리가 제 귀에 화살처럼 꽂혔다.
"저를 훔쳐보셨잖아요.?"
왜인지 입술이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보이긴 하는데, 당연히 존재하니 보이는 거 아닌가 그걸 왜 묻냐싶은게 첫째이유. 훔쳐봤다라 그 말이 맞아서 혹여 저를 이상하게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게 둘째이유로 어떻게 운을 떼야할지. 고갤 돌려 그를 그저 바라보며 입술을 뗏다 말았 반복했다
"아, 그건.."
"괜찮아요."
말문을 드디어 여는데 아이는 처음부터 대답을 바라지 않았다는 듯 제 말을 끊어놓았다 꼭 제가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보기에 말도할 줄 모르는 백치같았던 아이가 야무지게 말하는 게 얼떨떨했다 아이는 저를 보며 생긋 웃었다 저는 그 미소에 뭐에 홀린 것마냥 도취되었다 그 빠져들려는 정신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깔깔거리며 저의 옆을 지나가는 여고생들 덕이었다 웃음소리가 나자마자 그쪽으로 고갤 돌리니 여고생들이 저를 보며 수군대고 웃었다 멋쩍었다 뭐하자는 건지 한심한 꼴이었다 멍때리며 그를.. 다시 그가서있던 쪽을 쳐다보는데 그는 온데간데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