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한 잠에서 깨어 눈을 떳을 때 눈에 익숙한 풍경이 보이지 않는 것은 꽤나 깨름칙한 일이다. 내 발로 기어들어온 기억이 없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 남자의 집이구나. 직감이 말한다.
언젠가 부터 누군가의 시선이 자꾸 느껴졌다. 그러더니 매일마다 0914라는 번호로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잘 놀고 술은 조금만 마시고 들어와] [지금 니 어깨위에 있는 손 당장치워 그새끼 죽여버리기전에] [자는 모습 천사같아 내 옆에서 잤으면 좋겠는데] 내 샤워하는 뒷모습을 찍어보내는가 하면 사람의 손목을 잘라 택배로 보내 나를 기절시키기도 했다. 스토킹. 나와는 평생 관련이 없을 단어인줄 알았다. 사람들이 무서워졌고 학업에도 지장이 가기 시작했다. 이번에 장학금 못타면 휴학하고 학비 벌어야하나.
그래, 분명 이런 생각을 하며 집에 가는 길이었다. 어째서 내가 이런곳에서 잠을 깼는지 아무런 기억이 없다. 정말 가지가지한다. 결국 이렇게 끝을 보는구나 0914. 두려움보단 짜증이 앞선다. 그가 나를 헤칠지도 모르지만, 글쎄, 내가 깨어난 이 방이 분홍밫 소녀틱해서 그런가. 그냥 무섭지가 않다.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간다.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던 그 남자가 나를 발견하고 이리로 걸어온다.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잘 잤어?"
"지금 나 납치한거지?"
큭큭, 낮게 웃은 그가 배고프지 않냐며 물어온다.
"0914"
그런 그의 말을 무시하고 내가 그를 호칭할 수 있는 유일한 정보로 나즈막히 그를 불렀다.
"아, 그거. 내 생일. 외웠네?"
"..."
"김치찌개 해놨어. 너 좋아하잖아, 고기넣은거"
나 집에 가야해. 내 볼을 어루만지고 있던 그의 큰 손을 내리며 말했다. 잠깐 표정을 굳히는가 싶던 그는 나를 이끌어 식탁에 앉힌다. 곧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밥과 김치찌개를 내오고 밑반찬도 여러개 꺼낸다.
"치워. 안먹어"
"멸치볶음 좋아하잖아. 먹어봐 내가 했어"
"야"
"내가 먹여줘? 숟가락 줘봐 떠줄게"
"너 나 집에 안보내줄거야?"
"집에 보내줄거면 뭐하러 힘들게 납치를 해"
안그래도 길게 찢어져 가는 눈을 더 가늘게 뜨며 씨익 웃은 그는그동안 나에게 잔인하고 끔찍한 짓을 해왔던 장본인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그는 웃을 때 순했고 내가 이 집에 있는 이상은 나에게 해코지하거나 전처럼 정신적 피해를 줄 거 같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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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임둥ㅇㅇㅇㅇㅇ혹시 반응있으면 중단편으로 길게 써와야쥬 반응없으면 그냥 조각에서 끝내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