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도경수
"고양이 귀엽다. 야옹아 야옹 해봐 야옹."
"고양이가 그렇게 좋아?"
"응 귀엽잖아. 야옹아 손."
동물 애호가 도경수.
어딜 가나 동물만 보이면 달려가 주시는 덕분에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나까지 동물 구경은 원없이 한 것 같다.
"그만 만져. 고양이 자꾸 피하잖아 무서워서."
"이거 무서워하는게 아니라 좋아하는건데. 역시 넌 동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게 맞다니까."
"너 지금 나 놀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얄밉게 어깨를 으쓱해보이곤 다시 고양이에게 우쭈쭈를 해주는 도경수를 보며
푹, 한숨을 내쉬었다. 짜증나.
애초에 카페에 가자고 먼저 연락했을때 알아봤어야하는데.
왜 몰랐을까 그 카페가 고양이 카페라는걸.
"그만좀 하고 커피 마셔. 다 식겠다."
"몰라 몰라 난 얘랑 노는게 더 좋은데?"
"너 나랑 놀러 온거거든? 잊어버린 거 아니지."
"너 지금 고양이한테 질투해? 내가 너랑 안 놀아준다고"
돌직구를 날리는 도경수에 괜히 헛기침을 하고 앞에 놓인 커피를 마셨다.
차라리 고양이 둥가둥가나 더 해줬으면 좋겠는데 왜 갑자기 날 쳐다보는거야.
"귀엽네 질투하는 거."
"어?"
"너 귀엽다고."
그렇게 말하면 풀어질 줄 알았나봐 ...정말 풀어지는 거 맞는데.
나란 여자 이렇게 쉬운 여자였나.
02 변백현
"연출이 늦으면 어떡하냐. 나 얼른 핀마이크 채워줘."
"아 미안, 여자애들 마이크 봐주고 오느라."
"엠알은 이상 없지?"
"걱정 마 내가 알아서 잘 할거니까."
학교 뮤지컬 동아리 대표배우 변백현, 그리고 같은 동아리 연출인 나.
연출이라면서 내게 이것저것 시키긴 하는데
다른 여자애들한텐 말 한마디 안 거는 변백현이라 그것도 감지덕지한 심정이랄까.
"나 오늘 어때, 좀 멋있냐."
"그건 이따 다른 여자애들한테나 묻지. 나한테 무슨 대답을 바라는데?"
"잘생겼다는 한 마디."
"네 파트너한테나 가서 해달라고 하시던지."
일부러 틱틱거리며 핀잔을 주자 입술을 내밀며 비죽 웃는 변백현.
그러게 누가 여자 배우랑 그렇게 열연을 펼치래,
리허설이라 살살하라고 일부러 주의도 줬구만.
"핀 마이크 켜면 말 하면 안 되는거 알지? 소리 다 나간다."
"지금 켰어?"
"아니 아직, 왜."
웃으며 핀 마이크를 켜려는 내 손을 막곤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며 머리에 손을 얹는다.
"오늘따라 넌 더 예쁘다 연출누나."
"..."
"잘 하고 오면 나도 멋있다고 말 해줄거지?"
말을 마치고 제손으로 핀 마이크를 켜고 무대로 올라선 변백현을 한참 보고있었다.
지금 나 떨고있는거 아니지?
03 김종인
"그래서 네가 하고싶은 게 뭐라고?"
"CC. 캠퍼스 커플."
눈에 양손을 대고 알파벳 C자를 만들어보이는 김종인이 귀여워서 하마터면 웃을 뻔 했다.
CC를 하고싶다며 징징거리는데 그게 꼭 강아지같아서 말이지.
"그런데 그걸 왜 나한테 말 하는데. 소개해 달라고?"
"아니, 뭐 꼭 그런건 아니고."
"그럼 뭐. 나도 외로우니까 나나 소개좀 해주지?"
"소개? 넌 어떤 스타일이 좋은데."
김종인 같은 스타일, 이라고 말 하고 싶은거 눌러 참는다 내가.
가만히 김종인을 바라보며 하나하나 천천히 말했다.
"눈은 크고, 쌍커풀 있는게 좋고."
"눈은 그렇고."
"잘 웃었으면 좋겠고."
"응 또,"
"키는 내가 크니까 180 넘었으면 좋겠다."
"키, 그래 그리고 또."
"잘생기면 좋지만 이건 옵션. 끝."
한참을 고민하는 듯 싶더니 김종인이 표정을 있는대로 구기며 짜증을 낸다.
장난하냐, 그건 사기캐잖아.
사기캐라니.
뚱한 표정으로 바라봐주니 머리 쓸어넘기다 이내 고개 끄덕인다."
"나 그런 사람 하나 아는데 만나볼래?"
"누군데."
난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인데 김종인은 뭐가 좋은지 실실거린다.
난 하나도 재미 없거든 김종인.
"니 앞에 있잖아."
"뭐?"
"그러니까 너 나랑 CC하면 되겠다.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