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백현X도경수
꿀같은 낮잠이었다. 언젠가부터 잠이 없던 내가 잠이 많아졌다. 더욱이 이녀석 옆이라 그런것일지도.
뻑뻑한 눈꺼풀을 힘겹게 위로 올리고 눈을 몇번 비비니 앞이 선명해졌다. 자고있는 도경수의 얼굴이 또렷했다.
짙고 깊은눈, 그위를 덮은 속눈썹, 동그란 콧망울 그리고 도톰한 입술까지.
녀석의 얼굴을 훑자 마른침이 삼켜졌다. 언젠가부터, 이녀석이 좋아진걸까. 시종일관 그녀석을 바라보며 웃음을 짓노라니,
녀석이 작게 인상을 썼다. 무슨 안좋은 꿈이라도 꾸는 걸까.
눈가 곁으로 자리를 넘어서 삐죽 튀어나온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부드러웠다. 머릿결의 감촉까지.
이번엔 녀석이 슬며시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조심스럽게 떨리는 손으로 녀석의 머리통을 두어번 위아래로 쓸었다.
다시 잠이 몰려왔다. 한쪽팔을 베고 그녀석과 마주 보았다. 이윽고 밤바다같은 깊은 눈이 살며시 뜨였다.
"안녕 변백현."
우리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에는 그녀석이 내머리통을 감쌌다.
도경수 냄새난다, 그러자 녀석이 내 어깨를 약하게 깨무는 시늉을 했다.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따뜻한 품을 느끼며 잠에 드는것, 네 향취를 맡으며 잠에서 깨는것, 깨었을 때 작은 온기가 내옆에 있는것.
모든 것이 좋았다. 네 온기, 네 향기, 네 모든것이.
"자자, 다시."
몇시간을 잤는데도 불구하고 잠은 쉽게 몰려왔다. 어느새, 나는 눈꺼풀을 감은채 잠들어 있었다.
산윗퉁이를 넘어가는 노을은 황금빛이었고, 더없이 빛났다. 그 노을빛은, 경수와 나만을 오롯이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