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규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네가 말한 거 찾느라.. 근데 없던데?"
"그러니까 내가 간다니까.. 왜 고집을 피워."
"싫어, 양요섭이랑 마주치지도 마."
미안해, 두준아.
사실 찾아보지도 않았어.
"하여튼, 질투는 더럽게 심해요."
남우현을, 노리고 간 거였거든.
재수 없게 양요섭까지 만나긴 했지만.
"성규야,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어?"
".. 요섭이랑 남우현 씨는, 건드리지 마."
"... 안 건드려."
"그게 헤어진 사람에게의, 최소한의 예의야."
윤두준이 왠지, 양요섭의 편을 드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난다.
내가 질릴 때까지,
끝까지 괴롭힐 거야.
".. 두준아, 배고프다. 밥 먹을까?"
윤두준도, 양요섭도, 남우현도.
내가 끝까지 괴롭힐 거야.
**남양
김성규가 떠나고,
한참 동안이나 우리 둘 사이에는 정적이 맴돌았다.
양요섭의 팔이 내 허리에서 스르륵, 떨어지고
그대로 한숨을 쉬며 주저앉았다.
".. 미안해."
"네가, 뭐가 미안해. 애인끼리는 미안하다는 소리 하는 거 아니야."
양요섭은 모든 걸 혼자서 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 했다.
"미안하다는 소리는... 사람을 너무, 비참하게 해."
양요섭은 끝내,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그렇게 남우현도, 무너졌다.
지금의 현실은,
우리에게 너무 가혹했고, 잔인했다.
지금 우리의 사이에도, 어둠이 찾아왔다.
"우현아.. 우현아,"
양요섭이 일어나 나를 껴안으며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몸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 우리 확, 도망가버릴까?"
멍청하고 무능력한 남우현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윤두준이랑 김성규가 없는 곳으로, 떠나버릴까?"
"...."
".. 사실 어제, 두준이 만났어."
꽤나 놀라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묵묵히 양요섭을 토닥여주었고,
양요섭은 미치도록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날 잃은걸, 후회한대. 내가.. 막 보고 싶어 미치겠대."
"..."
"내가 자꾸 생각나고.. 내 품이 너무 그립대.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대."
가슴이 너무 먹먹했다.
무언가에 꽉 막힌 듯, 다 토해내고 싶었다.
"울고 싶다... 진짜. 너무, 힘들어."
우리에겐 결국,
".. 우현아, 나 좀.. 살려줘."
해피엔딩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