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식아, 나 끝날려면 아직 이틀이나 남았다? ’ 라는 발언 이후로 공찬식은 나를 애태우기라도 하겠다는듯 평소처럼 다정하게 데이트만 할뿐 나에게 어떠한 행위도 요구하지 않았다. 이런 공찬식의 행동에 애가 타기 시작한건 오히려 내 쪽, 히트사이클 기간이 끝났음에도 찝찝한 이 기분은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내가 먼저 공찬식을 잡았다. 답지않은 매너를 베풀겠다며 엘레베이터까지 데려다준뒤 곧바로 뒤돌아서는 너의 팔을 잡고 그간 쌓인것들을 담아 그의 눈을 마주하니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여유롭게 미소를 짓는 니가 너무 얄미워 씩씩거리며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니 그제서야 아프다며 내 손을 잡아오는 너에게 하고싶었던 말들을 내뱉었다.
“ 너 왜 나랑 안자? 이제 내가 재미없어? 나 말고 다른 사람 생겼어? ”
너무나도 당당한 내 발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너의 얼굴에 이겼다는 환호의 미소를 짓기도 전에 곧이어 ‘ 풋― ’ 하며 나를 비웃어오는 웃음소리에 미묘하게 인상을 찡그리며 공찬식을 바라보니 내 어깨를 잡아오며 눈을 마주쳐오는 그 행동에 심장이 뛰기도전에 맞부딪혀오는 말랑한 너의 입술, 그래 이 기분이다. 세상을 다 가진듯 날 황홀하게 만드는 너의 입술. 날 잡아먹기라도 하겠다는듯 내 입안 구석구석을 훑고 지나가는 너의 혀도, 서서히 엘레베이터 안으로 날 집어넣는 너의 몸도, 어느순간 내 허리에 둘러진 너의 손도 마치 잘 어우러진 화음처럼 모든게 완벽하다. 그래,이렇게 나와야 공찬식이지.
“ 정진영 ”
“ 왜 불러 ”
“ 너 저번에 나한테 유혹한답시고 했던 말, 기억해? ”
기억 못할리가, 당연히 넘어올줄 알고 내뱉은 말에 내가 된통 넘어가버렸는데―, 눈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자 그럴줄 알았다는듯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던 네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켓을 챙겨입는다. 미처 예상치 못한 행동에 어리둥절해져 널 바라만보고있으니 누구보다 매혹적이게 내게 다가와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며 집을 나서는 공찬식을 바라보다 이내 바닥에 널브러진 자켓을 집어입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 이번엔 내가 널 유혹할께, 어디 한번 잘 참아봐. ”
* * *
진영의 집을 나와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찬식의 얼굴에 기분좋은 웃음이 묻어나온다. 몇일전 그렇게 날 유혹하고 살랑살랑 몸을 흔들며 욕실로 들어가버린 정진영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건장하게 살아숨쉬는 아들내미를 미처 풀어주지도 못한채 집으로 들어와 화장실에서 자위를 하며 겨우시 흥분을 가라앉혔던걸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한숨이 나온다. 그날 밤, 잠을 설쳐가며 진영에게 복수해주리라 다짐해가며 코끝을 찔러오는 페로몬향에 금방이라도 그를 잡고 박으려던걸 꾹꾹 참아가며 버텼더니 오늘에서야 자신을 잡으며 따박따박 따져오던 진영의 그 표정은 죽어도 잊지못할거다. 누가봐도 ‘ 당장 잡아먹어주세요. ’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를 살짝 맛만 봐줄까, 하고 격정적인 키스를 선사하니 재빨리 제 목에 손을 감아오는 진영의 손길에 흥분할뻔했지만 그래도 잘 참았다 공찬식.
다만 한가지 걱정되는게 있다면…,내일 정진영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아닐까. 설마 날 두고 다른 알파와 바람이라도 필려는건 아니겠지? 이런저런 생각에 엄습해오는 불안감도 잠시, 요란한 진동소리와 함께 날라온 진영의 문자에 웃으며 다시 주머니속으로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 너 내일부터 각오해.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한번 해보자 」
그래. 단단히 각오하고 갈테니 마음껏 유혹해봐. 조금만 더 골려주고 그 뒤엔 니가 싫다해도 잡아먹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