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 끝났어."
이제 일어나도 돼. 민현이 나를 약하게 흔들어 깨웠다. 계속해서 나오는 영화의 잔인한 장면들 때문에 눈을 감고 있다 잠이 든 모양이었다. 많이 무서웠어? 민현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어.. 조금?"
"조금이 아닌 거 같던데?"
민현이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잠 잘 자더라. 민현이 내가 기대고 잠들었던 어깨 쪽을 한 번 주물렀다. 어깨 빠지는 줄 알았어. 민현의 말에 민망해 멋쩍게 웃으며 미안, 하고 사과했다.
건물 밖으로 나서니 아까보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위를 올려다보니 하늘은 붉게 노을이 지고 있었다. 민현이 겉옷을 안 챙겨온 나를 보며 춥지 않냐며 물었다. 그냥, 손 좀 시려운 거 빼면? 양 손을 맞대 비비는 시늉을 하자 민현이 잠시 카페를 들리자며 나를 이끌었다.
"초코 버블티 작은 걸로 하나 주세요."
아, 따뜻한 걸로 시킬게요. 초코 버블티를 주문하는 민현에게 버블티 먹으려고? 라고 묻자 민현이 옆에 서있는 나를 내려다 보았다. 너 손 시렵다길래. 따뜻한 것 좀 손에 쥐고 있으라고.
"안 그래줘도 되는데.."
"너 버블티 좋아하잖아."
"완전 사랑하지."
사줄 때 많이 먹어두라는 민현의 말에 네에- 하고 말끝을 늘렸다. 금방 나온 초코 버블티를 받아 들자 따뜻한 기운이 내 손을 물들였다. 고마워. 하고 활짝 웃으며 민현을 올려다 보자 민현이 내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왜, 부끄러워? 일부러 민현의 시선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제 발에 걸려 몸을 휘청했다.
"괜찮아?"
"어, 응.."
민현이 가까스로 내 팔을 잡아 자신의 쪽으로 잡아당겼다. 얼떨결에 마주 하게 된 얼굴이 부담스러워 시선을 내리 깔았다.
"너는 왜 내 눈 피해."
"……"
"부끄러워?"
하나도 안 부끄럽거든? 민현의 말에 약간 발끈하여 똑바로 쳐다보자 민현이 나를 자신에게서 떼어냈다. 어쨌든 조심 좀 해. 애도 아니고. 민현이 바닥에 쏟아진 버블티 잔을 들어 주변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가자. 내게 손을 내민 민현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제 손보다 크고 길게 뻗은 민현의 손을 꽉 쥐자 민현이 자연스레 깍지를 껴왔다. 어쩌면 따뜻한 음료 한 잔보다 민현의 손을 더 잡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
집에 거의 가까워질 때까지 우리는 서로 입을 열지 않았다. 둘 사이의 어색한 공기가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정적을 깬 건 내 폰에서 울린 전화 벨 소리였다. 발신자를 보니 종현이에게 온 전화였다. 잠시 전화 좀 받고 오겠다 하자 민현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금방 통화를 마치고 민현에게 돌아가자 민현이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그냥, 내일 잠깐 만나자던데?"
"왜?"
그건 잘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하자 민현이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별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 곧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17층을 눌렀다. 오래 걸어 다닌 탓에 다리가 저릿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각자 집 앞 현관 문 앞에 섰다. 민현에게 잘 가, 하고 인사하자 민현이 내 손목을 잡고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렸다.
"있잖아, 너,"
"응?"
"..아. 아냐. 됐어."
다음에 봐. 민현이 내 손목을 놓고 뒤돌아섰다. 민현을 붙잡아 무슨 할 말이냐고 물어보려 했지만 이미 집으로 들어서 내 시야에서 사라진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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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분들 항상 감사하게 읽고 있어요! 글 써주셔서 감사하다는데 제가 더 감사한걸요.. 제 필력이 감사할 정도는 아니라 좀 부그ㄲ럽네요,, 암호닉 신청해주신 [부기온탑] [뚜기] 님 감사드려요! 호옥시 암호닉 신청하고 싶으신 독자분들 계신다면 언제든지 댓글 달아주세요@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