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려 꾸물한 날씨 탓에 낮임에도 불구하고 어둑어둑한 날이었음.
시린 기운이 올라오는 아파트 복도에 쫄딱 젖은 채로 쭈구려 앉아있는 사람 형태 하나,,,
우중충한 하늘에서 천둥번개까지 내리치는 와중에
젖은 머리를 푹 숙이고 웅크려있는 여자의 모습은 더 없이 스산한 기운을 형성하는 데 한 몫을 하는 중이었음.
우리 집 가려면 저 여자 지나쳐 가야하는데....
가까이 다가가는 발소리가 들릴 텐데도 여자는 고개 한 번 들지 않았음.
이쯤 되니 쫄보 안형섭은 뒷목에 소름이 오소소 돋기 시작함.
뭐지, 자는건가. 술 취했나? 죽은 건 아니겠지 설마....하면서 마지못해 여자를 살살 흔들었음.
갑자기 벌떡-
“으아악으아악!!!!!!!@!@!!”
머리채를 쥐어뜯으며 놀라는 형섭.......과연 쫄보다운 리액션이었음.
츄릅. 여자가 형섭의 비명에 놀란 듯 허겁지겁 입가에 고여있던 침을 닦으며 남자를 쳐다보았음.
헐... 침.....
놀란가슴 붙잡고 있는 와중에도 여자가 침을 후루룩 흡입하는 모습은 절대 놓치지 않는 형섭이었음.
놀라서 쿵쾅쿵쾅 거리던 심장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형섭은 여자에게 물었음.
“여기서 뭐하세요...?”
“죄송함다... 오빠가 열쇠를 안주고 가서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이 어색한 상황에 형섭은 여자를 괜히 깨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렇다고 해서 아, 네....하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여자의 꼴이 정말 말이 아니었음.
비에 쫄딱 젖어 조금씩 떨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는 함.
게다가 아까 여자가 벌떡 일어난 얼굴을 보고 비명을 지른 자신의 모습이 계속 리플레이 되는 게
사람을 귀신보듯 한 것이 내심 미안하기도 했고.....
“잠시 저희 집에서 기다리실래요....?”
쫄보 낯가림쟁이 안형섭이 어떻게 처음 보는 여자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는지는 제 자신도아직도 믿기지 않았음.
'와....헐..... 안형섭 미쳤나봐.'
#왜_쪽팔림은_쟤_앞에서만_계속되는가_?
대학교를 서울로 진학하게 된 오빠를 따라 나도 고등학교는 서울에서 졸업하고 싶다며
엄마아빠를 2주 내내 조른 덕에 나는 겨울 방학 동안 빠른 전학 수속을 밟아
드디어 오늘 난생 처음 서울 땅을 밟게 되었음.
대한민국에 태어나 18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는데도 서울에는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내가
고등학교는 서울에서 다니고 싶다며 서울에 대한 온갖 상상을 늘여놓을 때마다
오빠는 아주 촌년이 따로 없다며 비웃고는 했음.....
그러는 지도 이번이 서울 처음 가보는 거면서ㅋ
한편, 이 전학이 정말로 성사될 줄 몰랐던 오빠는 자신의 첫 자취방에
나같은 나부랭이가 들어 산다는 것에 아주 하늘이 무너진 것 마냥 굴었음.
“진짜,,,,강여주 우주 최고 땡깡..... 어무니아부지를 얼마나 졸라댔으면.”
“난 스무살의 자유를 박탈당했다.”
어쩌라고.
그런데 이 오빠가 나를 엿 먹이려는 건지, 분
명 서울 올라오는 길에 통화했을 때는 우편함 안에 열쇠를 넣어놓겠다고 해놓곤,
그 열쇠를 깜빡하고 놓고 나와서 집 현관 수납장 위에 있는 것 같다는 희대의 개소리를 늘여놓는 것이었음.
안 그래도 터미널에서 나오자마자 조금씩 내리던 비가 갑자기 왁 쏟아지는 바람에 쫄딱 젖어서 춥고 찝찝하고 난리도 아닌데......
어쩔 수 없이 현관 앞에 쭈구려 앉아 오빠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음.
와......내가 생각해도 지금 내 꼴 졸라게 불쌍하다.
한 오분 쭈구려 앉아있었을까.
이제 막 3월을 코 앞에 둔 2월 말이라 날이 시린데다가 비까지 맞았으니 안 추운게 이상한 것이었음.
엉덩이 시려 뒤지겠네.......
하지만 추위를 잠이 이겼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몇 시간 동안 버스를 탄 것이 은근 피곤했나봄.
몰라. 강다니엘 썩을 놈.
니가 가지고 있는 열쇠나
.
.
.
한참 잠에 빠져있는데 누가 흔들어 깨웠음.
갑자기 흔들리는 몸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니 나를 깨운 사람으로 추정되는 남자애가 귀신이라도 본 듯 소리를 질러댐.
솔직히 나 저 남자애 비명소리에 최큼, 놀람.
아니, 정말 솔직해지자면 나도 소리만 안질렀지
갑작스러운 비명 공격에 심장 떨어질 뻔하면서 입가에 고여있던 침을 후루룩 삼키게 되었음.
뻘쭘........
귀신을 보고 간 떨어진 듯한 표정을 하던 그 남자애는 한 동안 놀란 가슴만 움켜잡고 있었음.
그래놓고 진정이 좀 되었는지,
“여기서 뭐하세요....?”
하도 진정 시간이 오래 걸린 터라 내 꼴이 그렇게나 말이 아닌가 싶어 나 자신을 돌아보니.......
내가 생각해도 귀신취급 거지취급 안 당하는 것이 더 이상해 보였음.
하지만 저 남자애가 물어보는 것에 대답은 해야겠고........
나는 최대한 안 쪽팔린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 했음. 정말 좆같게도........
“죄송함다..... 오빠가 열쇠를 안주고 :가서요.”
이제 제발 들어가라....... 날도 추운데 빨리 안 들어가고 뭐하냐....... 하는 생각으로
그 남자애가 얼른 집에 들어가길 바랐으나,
속으로 계속된 나의 무한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남자애는 말없이 뭔가 골똘히 생각하면서 우두커니 서있기만 했음.
뭐야.... 신종 엿먹이기인가.....
“잠시 저희 집에서 기다리실래요?”
어색하고 쪽팔려서 죽을 것 같던 그 정적을 깨뜨린 건 그 남자애의 폭탄발언.
옴마야......
나의 이성은 처음보는 남정네의 집에 어딜 감히! 했지만,
비에 젖은 데다가 차가운 복도바닥에 그대로 방치되어있던 나의 궁둥이는
그 처음 보는 남자애의 집에 들어가 잠시라도 노곤노곤해지길 원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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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생각나서 올림미다,,,,,,
그냥 올리기엔 뭔가 부끄러워서,,,,,,
5포인트로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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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글은 앞으로도 이런저런 짤들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요❤
+ 병맛짤 애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