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사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습니다
나에게는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있다.
" 다녀왔어요. "
" 어서 와. "
실례합니다. 9시 46분의 저녁. 이맘 때 쯤이면 나를 찾아오는 남자가 하나 있다.
" 오늘 바빠서 장을 못 봤어. 치킨 시켜먹으려고 하는데 괜찮아? "
" 네, 좋아요. "
“ 맛있당. ”
지금 내 앞에서 치킨 살을 혀로 발라먹고 있는 남자의 이름은 김용국, 00고등학교 3학년인 그는 벌써 여기저기서 상을 휩쓸고 있는 작곡 유망주이다.
그런 그와 나는, '그 날'부터 매일 밤 같이 늦은 저녁을 먹고 있다.
*
나는 이제 막 공모전에서 입상한 새내기 작가였다. 큰 포부를 안고 시작했지만 이 길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고난의 연속이었다. 반복되는 서사, 틀에 박힌 플롯, 어긋나는 개연성. 진부하게 찾아 온 슬럼프에 나는 낮엔 얼빠진 것 마냥 마구잡이로 글을 쓰고 밤엔 하루 온종일 썼던 글들을 몽땅 지우는 일을 반복했다. 내가 쓴 글을 읽을 때마다 누군가의 비웃음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나조차도 인정하지 못하는 글을 쓰고 있었으니까. 한참동안 그런 생활을 반복하자 아무 글도 써지지 않는 시기가 왔다. 컴퓨터를 켜고 타자기에 손을 올려놓아봤지만 하얀 화면엔 커서만 깜박이고 있을 뿐이었다. 점점 좁아지는 방, 조금씩 줄어드는 밥의 양, 늘어나는 건 오직 개운하지 않은 긴 잠시간과 쌓여가는 담뱃갑이란 걸 깨달았을 때 쯤, 나는 살고 있던 방보다 조금 더 작은 단칸방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사실 이사라기 보단 또 한 번 낮은 곳으로 방출 당한 것이었다. 잦은 이사에 익숙해진 탓인지 아니면 내 짐이 줄어든 건지 이삿짐은 박스 3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단촐한 짐을 싸들고 옛 집을 나오게 되었을 때, 그 땐 눈물이 나왔던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집에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무기력함' 이었다. 아무 가구도 들여놓지 않은 집은 뭐랄까,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은 원고지 같았다. 과연 내가 여길 채울 수 있을까. 집을 풀어놓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방바닥에 누워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허기진 뱃속이 분위기 파악 못하고 울어댔다. 이사 온 날이니까 짜장면이나 먹어볼까. 분명 현관 앞에 전단지가 붙여져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몸을 일으켜 문을 열었고,
" 아, "
" 누구... "
" 안녕하세요. 옆집에 이사 온 김용국이라고 합니다. "
그렇게 그를 만났다.
*
용국은 마침 초인종을 누르려고 하였던 듯 했다.
어정쩡하게 서서 외워 온 듯한 자기소개를 또박또박 하는 모습이 조금 웃길법도 한데
잘 생겼네. 처음 용국을 보았을 때 든 생각은 이것 하나 뿐이었다.
누가 봐도 고개를 돌릴 정도는 아니지만 오목조목하게 예쁜,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얼굴에 까맣고 작은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입고 있던 교복이 잘 어울린다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자 그는 머쓱한지 머리를 긁으면서 말했다.
" 집주인 아주머니한테 옆집에 누나도 오늘 이사 왔다는 소리를 들어서요. "
" 아, 그래요. "
" 저 처음으로 혼자 사는 거라서.. 이웃이니까.. "
" 네. 잘 지내봐요. "
평소 같으면 이러고 말텐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90도로 허리를 꾸벅 숙이고 들어가려는 용국의 팔을 덥석 잡았더란다.
당연히 용국의 눈동자는 당황스럽다는 듯 요동쳤고 나는 아차 싶어서 잡은 그의 손목을 놓았다.
가느다란 손목에 닿았던 내 손바닥이 요동치듯 웅웅거렸다.
나는 그를 보며 소리치듯 말했다.
" 저기! 혹시 짜장면 안 먹을래요? "
살짝 놀란 듯 용국의 눈이 커지다가 부드럽게 접혔다. 아, 웃으니까 예쁘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을 때, 그가 대답했다.
“ 먹을래요. ”
그렇게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방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상도 없이 짜장면을 먹었다.
배가 불러와서 그런지 가슴이 벅차올랐다.
단지 오랜만에 사람과 밥을 먹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첫 눈에 반했다는 것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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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어우우어우어어ㅓㅇㅇ ㅓㅇ어어
데뷔하자 김용구웅우ㅜㅇ!!!!
下 편도 빨리 들고 올게여!!!!!!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