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사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습니다
“ 이거 뭐야? ”
“ 딸기 케이크요. ”
“ 그니까. 웬 케이크? ”
“ 오늘 우리 같이 밥 먹기 시작한지 딱 일 년 되는 날이에요. ”
“ 별 걸 다 기억하네. ”
“ 대상 받아 오기도 했고 그래서 겸사겸사. ”
그렇게 말하면서 용국은 제 목에 매여 있던 넥타이를 풀었다.
스무 살이 된 용국은 근처 유명한 예술대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거기서도 장난 아닌 주목을 받고 있는 듯 했다.
그는 크리스탈로 된 트로피를 방바닥에 내려놓고 부엌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 우와 진짜 함박스테이크다! ”
“ 처음 만든 거라 맛없을지도 몰라. ”
“ 그래도 진짜 먹고 싶었어요. ”
그는 익숙하게 밥상을 꺼내 들고 자리를 폈다.
곧 접시를 가져다주자 용국이 아이처럼 기쁘게 웃으며 함박스테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 헐 맛있어. "
그래도 꽤 커다랗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앞에 있는 나이프는 폼인지 자르지도 않고 한 덩이 그대로 포크를 찍어 먹는 것을 보고 살짝 경악 했다.
그 모습을 볼 때면 밖에서 천재소리를 듣는 어린 작곡가나 뮤즈가 아닌 보통의 남자아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한 손으로 턱을 괸 채로 용국을 바라보았다.
볼록 튀어나온 먹이 주머니를 보고 있거나 간간히 들려오는 챱챱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몽글몽글 부풀어오는 것만 같았다.
*
“ 이번 거 재미있어요. ”
용국은 양치를 하고 방바닥에 누워 언제 발견했는지 뽑아져 있던 원고를 읽고 있었다.
나는 용국이 가져온 조각 케이크를 한 입 먹고 그 위에 올려진 딸기를 집어 들었다.
누워있는 용국의 입술 근처에 그것을 가져다 대자 익숙한 듯 용국이 입을 열어 받아먹었다.
“ 어느 부분이 제일 좋은데? ”
그냥 던져본 질문이었는데, 용국의 얼굴이 순간 붉게 물들었다.
야한 부분이라도 있었나. 생각해 봤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연애물이 아니었다. 주인공 둘이 연인이긴 하지만.
곧 용국이 달아오른 얼굴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었다.
“ 남녀 주인공이… 입술 맞대는… ”
“ 아 너 어렸지. ”
" 아 그럼 아무렇지도 않아요? "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나는 용국의 머리카락을 헝클였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머리카락이 스며드는 느낌.
마치 고양이 털을 만지는 것 같았다.
문득 용국이 물었다. 얼굴은 아직도 붉게 익은 채였다.
“ ...해본 적 있어요? ”
“ 뭘. 뽀뽀? 해본 적 있지. ”
아뇨 그거 말고, 그가 아래서 위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용국의 목젖이 상하 운동을 했다.
이마 쪽에서 살랑 거리는 그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는 나와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는 용국의 모양새가 꼭 연인처럼 보였다.
왜인지 그게 너무나 부끄럽고 이상해 보여서 손을 떼려는 순간 용국이 말을 이었다.
“ 키스 말이에요. ”
“ ...뭘 그런 걸 물어봐. ”
“ 있어요? ”
용국이 손을 들어 내 팔목을 잡고 물었다.
같이 밥을 먹으며 친해진 이후로 종종 용국은 이런 식으로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연애에 관련된 질문은 대부분 나에게 생소하거나 관련이 없던 것들이라 그럴 때마다 내 사고회로는 정지되고 딱딱하게 굳곤 했다.
“ 아 진짜…. 없어. ”
“ 어, 얼굴 빨개졌다. 부끄러워요? ”
용국이 웃었다.
의외로 용국은 능글맞은 구석이 있었다.
숨기고 싶은 곳을 쿡쿡 찌르는 말을 내뱉을 때가 있었다는 말이다.
정말 초연하게 물어봐서 그게 능청스러워 보였다.
용국이 의도한 것인지는 아직까지도 모를 일이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용국을 골리고 있던 난데 순식간에 반대 상황이 되자 즐거운 건지, 입꼬리를 스물스물 올리며 용국이 물었다.
" 나 어때요? “
그렇게 눈을 빤히 쳐다보면서 하는 용국의 질문에는 당해낼 수 없었다.
어쩔 땐 얘가 내가 좋아한다는 걸 아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꽤나 무덤덤한 편이고, 표현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 그럴 리가 없다고 결론 내리곤 했다.
그리고 도박을 걸어 지금 이 관계를 깨기엔 난 너무 그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나 같이 먹는 밥. 매일 듣는 노래나 피아노 소리에도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최대한 무뚝뚝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 잘생겼어. "
" 뭐야, 나 좋아해요? "
" 착각 하지마. "
나름대로 방어막도 치면서.
하지만 요즘 용국의 장난은 도를 넘어가고 있었다.
” 난 좋은데, “
” ……. “
" 진지하게 만나 볼 생각은 없어요? “
” 누굴? “
” 여기 나 말고 누가 더 있어요? “
" 난 어린 애 취급 안 해. “
” 나도 이제 성인이거든요. “
용국이 벌떡 몸을 일으켜 말했다.
하얀 와이셔츠 사이로 그의 쇄골이 드러났다.
나는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소년 티를 아직 남아있긴하지만 볼록 솟아오른 목젖이라 던지 손목의 핏줄, 넓어진 어깨 등 요 1년 사이에 더욱 남자다워진 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걸 느낄 때마다 감정을 조절하기가 힘들었다.
저런 장난에는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이렇게 정말 참기 힘들 땐 아무 말 없이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사실 도망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담배를 물었다.
입에 뭐라도 물려있지 않으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일을 저지를 것 같아서 였다.
달빛이 밝았다. 용국은 그새 조용해져서 다시 내 원고를 보고 있었다.
확실히 나와 그는 이상한 관계이다.
그는 나의 뮤즈이자, 먹이를 챙겨 줘야하는 옆집 고양이이자,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나는 용국에게 어떤 사람일까.
그런 생각이 떠올랐을 때,
“ 어. 뭐야. ”
정전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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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앙ㅎㅎㅎ
예센세 인별이랑 열어줘 2배속 보고 못참겠어서 달려왔어욬ㅋㅋㅋ
짤 대방출ㅋㅋㅋㅋㅋㅋㅋㅋ
하 편도 되도록이면 빨리 가져올텐데
용국이의 섹시미를 강조시켜볼까 생각중입니다 ^0^
ㅎㅎㅎ
그럼 다음에 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