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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기타 방탄소년단 정해인 변우석 세븐틴 더보이즈
l조회 639l 4
*그취글이니 취향이 아니신 분들은 뒤로가기 해주세요 

*캠퍼스물 

*글잡이 처음이라... 이렇게 올려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쥔 유리컵을 손톱으로 긁자 까득, 소리가 났다. 옆 테이블은 술 게임이 한창이었다. 그러나 지훈은 그 무리에 끼지 못한 채 텅 빈 테이블에 홀로 앉아 있었다.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몇 번 시큰둥한 대답을 했더니 점점 질문 수가 줄어들다가 결국 혼자 남겨진 것이다. 오티날 못 친해지면 영영 아싸로 지낸다던데. 하지만 먼저 다가가 말을 걸 용기는 나지 않았다. 지훈은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목 넘김이 까끌하다. 

 

 

“혼자서 뭐해요?” 

 

 

지훈은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3학년 과대라고 소개했던 잘생긴 남자가 지훈 옆에 다가와 앉았다. 남자에게서 향수 냄새가 훅 풍긴다. 지훈은 가만히 남자의 자기소개를 곱씹었다. 황민현, 24살. 군필. 지훈은 할 말을 찾지 못해 몇 번 입술을 달싹이다 겨우 입을 열었다. 

 

 

“말 놓으세요, 선배.” 

“그럼 그럴까? 형이라고 불러.” 

 

 

민현이 눈을 접으며 웃었다. 무표정일 때는 날카로운 인상이었는데 웃으니 제법 부드러워 보인다. 술을 마셔서인지 지훈은 세차게 뛰는 심장을 남몰래 주먹으로 꾹 눌렀다. 어색함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지훈을 가만히 바라보던 민현이 지훈의 술잔을 가져가 맥주를 조금 따랐다. 

 

 

“지훈이 맞지? 낯을 많이 가리나 봐.” 

“아, 네, 조금…….” 

 

 

지훈은 머쓱하게 웃었다. 채워진 술잔을 바라보다 말 대신 술을 한 모금 마신다.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은데, 어렵다. 애먼 지훈의 입술만 잘근잘근 씹혔다. 

 

 

“담배 피워?” 

“아, 아뇨……. 형 피세요?” 

“아니, 나도 안 피워. 왜 이렇게 얼어있어, 내가 어려워? 나이 차이가 나서 그런가?” 

“아니에요, 그냥…….” 

 

 

혼자 동떨어져 있는 자신이 불쌍해 말을 걸어준 게 틀림없는 선배한테 혹여나 밉보일까, 지훈은 손사래를 쳤다. 당황함이 여실히 보이는 행동에 민현이 다시금 웃는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지훈의 어깨를 주물러줬다. 

 

 

“긴장 풀어. 안 잡아먹어.” 

“네, 네.” 

 

 

안마라 하기에도 뭐한 그 손길에, 지훈은 이상하리만치 안심이 됐다. 한결 편해 보이는 지훈의 모습에 민현이 자신의 잔을 내밀며 “짠?”하자 지훈 역시 웃으며 그 잔에 술잔을 대고 “짠.” 부딪혔다. 각자 술잔을 비우고, 민현과 지훈은 조금 더 얘기를 이어나가다 민현이 술 게임 자리로 지훈을 데려가 자신의 무리에 섞이게끔 해줬다. 어느 정도 술기운도 오르고 민현 덕에 긴장도 풀린 터라 지훈은 가까스로 어울릴 수 있었다. 

 

 

심장이 여전히 세차게 뛰는 중이었다. 

 

 

 

 

지훈은 놀라울 정도로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처음에야 낯을 가려서 말도 제대로 못 붙였지만 민현의 도움으로 먼저 선배들과 친해지고 어느 정도 다른 동기들과도 안면을 트자 애교도 많아지고 장난도 자주 쳐서 친구들도, 아는 선배들도 제법 생겼다. 특히 선배들 중에서는 민현과 가장 친했다. 지훈이 열심히 치댄 결과였다. 처음 오티에서 먼저 말을 걸었던 것과는 달리 민현은 그 날 이후로 지훈에게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훈이 먼저 민현을 졸졸 쫓아다니기 시작하자 다가오는 사람을 거절하긴 뭐했던지 민현도 지훈을 받아주기 시작했다. 

 

 

지훈은 두 학년이나 차이 나는 민현과 어떻게든 붙어있으려 안달이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맞으면 같이 밥을 먹자거나 술을 마시자며 성화였다. 민현은 다섯 번 중 세 번 꼴로 지훈의 부탁을 들어줬다. 지훈은 그래도 좋았다. 잘생기고 학교에서도 인기 많은 형이 자신과 함께 해준다는 것이 무척이나 행복했다. 오티날 이후로 계속 이어져온 가슴의 동통이 더욱 심해졌지만, 지훈은 그것마저 못내 좋았다. 수업이 있는 날이 아니어도 민현이 학교에 있는 날이라면 등교하기도 했다. 누가 봐도 지훈은 민현을 좋아하고 있었다. 

 

 

민현의 속은 알 수 없었지만. 

 

 

“형!” 

“지훈이 오늘 학교 왔네? 공강 아냐?” 

”민현이 보러 온 거겠지, 뭐.” 

 

 

종현과 동호와 함께 있던 민현을 발견한 지훈이 반가운 얼굴로 그들에게 달려갔다. 애교 있고 싹싹한 지훈을, 종현과 동호 역시 좋게 보고 있었기에 지훈이 와서 인사하자 웃으며 받아줬다. 지훈은 무언가 기대하는 얼굴로 민현을 바라봤다. 그런 지훈을 빤히 바라보던 민현이 바람결에 날아온 지훈의 향을 맡고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지훈이 향수 뿌렸네? 나랑 같은 거.” 

“아, 네. ……기분 나쁘세요?” 

 

 

지훈이 슬쩍 민현의 눈치를 봤다. 어제 향수를 산다는 진영과 함께 간 드럭스토어에서 시향을 해보다 민현의 향수를 찾았다.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몇 번이고 떠올리던 향이었으니까. 진영은 향수 따라사는 거 아니라며 말렸지만, 민현의 향이라도 갖고 싶었다. 집에 와서 자신의 옷에 그 향수를 뿌리니 자신에게서 민현의 향이 나는 것 같아 행복했다. 그래서 오늘 민현을 보러 가기 위해 준비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향수를 뿌리고 나와 버렸다. 항상 민현과 함께 있는 느낌이라 좋았다. 자신과 똑같은 향이 난다며 웃을지도 모를 민현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민현은 조금 언짢아 보였다. 지훈의 심장이 쿵, 떨어졌다. 괜히 뿌리고 나온 건가? 역시 진영의 말대로 향수는 따라사는 게 아닌 거였나? 지훈이 당황한 얼굴을 하자 민현은 찡그린 것을 펴고 살짝 웃었다. 

 

 

“그런 게 아니라, 너한텐 이것보다 좀 더 가벼운 향이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다음에 나랑 향수 사러 가자.” 

 

 

민현이 부드러운 손길로 지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훈은 비로소 잔뜩 굳어있던 어깨를 풀 수 있었다. 거기다 민현이 먼저 같이 무언가를 하자고 한 건 처음이라 기분이 고양되기 시작했다. 기대감에 지훈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다. 

 

 

“언제요? 언제 갈까요?” 

“글쎄. 당분간은 내가 좀 바빠서. 지금도 민기 기다리는 중이었거든.” 

 

 

민현의 말에 지훈의 얼굴이 축 처졌다. 당장이라도 가고 싶었는데. 눈에 띄게 실망한 얼굴에 민현이 소리내어 웃으며 지훈의 양 볼을 잡아늘렸다. 

 

 

“시간 내볼게. 모레 수업 하나밖에 없지?” 

“형 시간 안 되면 수업 째도 돼요!” 

”그건 안 되고. 너 수업 끝나고 보자. 그날 밥도 사줄게.” 

 

 

네! 확연히 밝아진 지훈이 대답했다. 귀엽다는 듯 지훈의 볼을 손가락으로 톡톡 친 민현이 민기가 걸어오는 것을 보곤 다음에 보자며 손을 흔들었다. 꾸벅, 멀어지는 이들에게 인사한 지훈 역시 그에게 손을 흔든다. 가슴이 너무 많이 뛰어서 아플 정도였다. 그때 만나면, 고백해도 될까? 지훈은 이젠 뜨거워지기 시작한 자신의 볼을 양손으로 쥐었다. 

 

 

 

 

지훈은 설레는 마음으로 거울 앞에 섰다. 평소 옷을 못 입는다는 소리를 하도 들어서 오늘은 인터넷에 검색한 옷을 입었다. 모자도 쓸까? 머리가 허전해 보여 베레모를 살짝 얹었다. 이정도는 괜찮겠지? 몸을 휘휘 돌려 옷 맵시를 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지훈은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수업시간까지 아슬아슬하게 남은 상태였지만, 기분은 아주 좋았다. 

 

 

오늘은 민현과 향수를 보러 가기로 한 날이다. 지훈은 민현과 밥을 먹으며 분위기를 보다가 고백을 할 생각이었다. 초반에는 자기가 먼저 다가가긴 했지만 민현이 받아주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거라고, 지훈은 기대했다. 아니, 기실 따지고 보면 먼저 다가온 것도 민현이긴 했다. 무엇보다 항상 지훈이 먼저 말해야 함께 해줬던 그가 오늘은 자신이 먼저, 그것도 며칠 전부터 약속을 잡았다는 것이 더더욱 지훈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전공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인데 머리에 수업이 들어올 것 같지 않았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수업이 있는 건물로 가는데, 민현과 동호가 함께 있는 것이 보였다. 

 

 

“민현이 형!” 

“아, 지훈아. 수업 들으러 가?” 

“네. 이따 봬요!” 

“뭐야, 둘이 어디 가?” 

 

 

동호가 물었다. 지훈은 밝은 얼굴로 민현이 형이랑 향수 고르러 가요, 라 말했다. 아주 행복한 기분이었다. 민현이 동호에게 “너도 향수 살 거라며. 같이 갈래?”라고 하기 전까지는. 

 

 

“그럴까?” 

 

 

대수롭지 않게 주고 받는 말에, 지훈은 또 한 번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저번에 민현의 기분이 상한 줄 안 날 이후로 두 번째였다. 서운한 마음이 가슴을 잠식해간다. 자신은 오늘을 기대하면서 어제도 엊그제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밤잠을 설쳤는데, 아무렇지 않게 자신과의 약속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민현이 미웠다. 여태까지 민현도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 와르르 무너졌다. 민현은 자신을 마음에 두긴커녕, 그냥 친한 후배 중 하나라고 여기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마냥 주저 앉고 싶어졌다. 지훈은 발에 힘을 주며 가까스로 똑바르게 섰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지훈아?” 

 

 

민현이 아무런 반응 없이 서 있는 지훈을 불렀다. 

 

 

“아, 저 늦어서. 들어가볼게요, 형들.” 

 

 

지훈은 눈물을 꾹 눌러삼키고 재빨리 인사를 한 뒤 건물로 들어갔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오늘, 오늘 고백하려고 했는데. 차라리 잘 된 걸까? 오해한 채 고백하고 차이는 우스운 꼴을 보이지 않을 수 있으니. 강의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자마자 교수님이 들어왔다. 출석을 부르는데 울음 섞인 목소리가 나갈까 봐 계속 눈물을 삼켰다. 화장실에라도 가서 펑펑 울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것조차 서러웠다. 가방에 챙겨온 찬물을 마시자 울음기가 어느정도 수그러진다. 어찌어찌 수업에 집중하던 지훈은 결국 휴대폰을 들어 민현에게 오늘 갑자기 과제가 생겨 못 볼 거 같다고 연락을 남겼다. 도저히 민현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서였다. 금세 답장이 왔는지 휴대폰 액정이 깜빡였지만 지훈은 그걸 보고도 휴대폰을 덮어 버렸다. 

 

 

이제, 그만해야겠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민현은 기분이 상한 채 휴대폰 액정을 켰다 끄기를 반복했다. 요즘 지훈에게서의 연락이 없다. 정확히 향수를 보러가기로 했다가 지훈이 과제를 핑계로 못 보겠다고 한 날부터였다. 그것이 핑계임은 진작 알고 있었다. 잔뜩 기대한 귀여운 얼굴을 일그러트려보고 싶어 살짝 놀려줬는데. 정말 살짝. 그런데 꼬리 좀 말고 끝날 줄 알았건만 아예 꼬리를 빼버렸다. 언제쯤 지훈이 고백해올까 즐겁게 기다리고 있던 민현으로서는 계획이 틀어져 낭패였다. 생각보다 소심했나 보네. 오기로 고백할 거라 생각했는데. 좀 더 여지를 줄 걸 그랬나? 자신의 말에 하루에도 몇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얼굴이 마음에 들어 조금 놀려준다는 게 이렇게 될 줄이야. 민현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내가 공을 얼마나 들였는데.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오티 장소에서 지훈을 처음 봤을 때, 민현은 한 눈에 그가 자기 취향임을 알아차렸다. 사르르 흩어지는 머리칼, 깊어 보이는 눈매, 살짝 튼 듯한 입술까지 어느 구석 하나 미운 것이 없었다. 예쁘장하게 생긴 외모에 너도 나도 지훈에게 말을 걸어댔지만, 초조하진 않았다. 낯을 가리는지 어버버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내 무리에서 동떨어져 혼자 남은 걸 보고 이때다 싶어 지훈에게 접근했다. 자신의 외모에 이미 관심을 보이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지훈의 눈이 자신의 얼굴을 훑어내리자 민현은 형언할 수 없는 짜릿한 감정을 느꼈다. 저 앙큼하게 붉어진 볼을 깨물고 싶다. 사람 좋은 선배인 척 다가가 긴장을 풀어주고 무리를 만들어줬다. 물론 자신과 친한 이들이었다. 

 

 

지훈이 자신을 좋게 생각하는 걸 확신하고선 일부러 거리를 뒀다. 예상대로 지훈은 민현을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민현은 지훈이 먼저 좋아하게 되고 더 많이 좋아한다고 착각할 수 있도록 행동했다. 겉으로는 지훈이 자신을 무척 좋아하고, 자신은 어느 정도 호감만 있는 것처럼. 물론 속은 안달이 났다. 지훈이 언제쯤 고백해올지 상상하는 건 퍽 기분 좋으면서도 그저 상상에만 그치는 일임이 화가 났다. 자신과 같은 향수를 뿌리고 잔뜩 상기된 채 다가오는 모습을 봤을 때만 해도 고백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민현은 휴대폰을 괴롭히는 걸 멈추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지훈에게는 안 피운다고 거짓말했던 터라 요 몇주 간 금연하고 있었는데, 지훈을 다시 자신에게 빠지게 만들 만한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자 담배 생각을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었다. 어차피 오늘 지훈은 수업이 없는 날이라 학교에 오지 않을 터다. 평소에는 혹여나 담배 냄새가 날까 싶어서 지훈이 없는 자리에서도 금연하고 있었지만, 요 며칠 지훈이 자신의 눈앞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담배 냄새가 밴다 한들 지훈은 모를 게 뻔했다. 

 

 

불을 붙이고 한모금 빨아들이자 씁쓸한 맛이 올라온다. 조금 살 것 같았다. 비흡연자라는 지훈의 말에 덜컥 자신도 비흡연자라고 거짓말하고서는 지금까지 금연 중이라니, 정작 지훈은 모르는 자신의 노력에 민현이 피식 웃었다. 차라리 흡연자라고 말하고 지훈이 담배를 싫어하는 눈치면 그때부터 끊는 게 나았을까? 그게 더 어필이 됐으려나. 민현이 고민하며 담배를 한 번 더 빨아들였을 때였다. 

 

 

“어, 형…?” 

 

 

들릴 리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민현은 화들짝 놀라 재떨이에 담배를 눌러 껐다. 오늘 학교에 올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지훈이 서 있었다. 망했다. 뭐라고 말하지? 민현이 입술을 짓씹었다. 

 

 

“담배 피셨나 보네요.” 

 

 

지훈이 씁쓸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손에 짐을 잔뜩 들고 있는 것이 과제 때문에 학교를 들린 모양이다. 다시 점수를 따도 모자를 판에 거짓말이 걸리니 더더욱 난감했다. 이런 경우의 수는 생각해두지 않았는데. 민현이 입을 달싹이기만 하고 말은 하지 않자 지훈이 꾸벅 허리를 숙이고 가려 했다. 민현은 냅다 지훈의 팔목을 잡았다. 이렇게 그냥 보내면 안 될 거 같았다. 

 

 

“왜 그러세요?” 

“너…… 왜 연락 안 했어.” 

 

 

민현의 말에 지훈의 눈이 금세 촉촉하게 젖어든다. 울릴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그래도 눈물이 고인 지훈을 바라보는 기분은, 퍽 좋았다. 

 

 

“그냥요.” 

“이유가 있을 거 아냐.” 

 

 

몇 번 대답을 망설이던 지훈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형이 절 안 좋아하잖아요.” 

“누가 그래?” 

 

 

민현은 아연해졌다. 내가? 널?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부터 튀어나갔다. 지훈을 낚아채려고 들인 시간과 노력이 얼만데, 누가 누굴 안 좋아해? 황망한 기분에 지훈을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아 손을 놨다. 허전해진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긴다. 

 

 

“말 해 봐. 누가 그러냐니까?” 

 

 

입술을 꾹 다문 지훈을 채근했다. 지훈의 눈은, 눈물이 가득 고여 있어 떨어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제가요.” 

 

 

그 또 한 번 황당한 말에, 민현은 참지 못하고 지훈의 양 어깨를 꾹 쥐었다. 하……. 절로 나오는 한숨 소리에 지훈이 어깨를 움츠린다. 

 

 

“난 너한테 이런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 

 

 

민현이 속삭이자 지훈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눈치다. 민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지훈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입술이 터서 까슬한 촉감이 닿았다. 가볍게 떨어지자 쪽, 하는 소리가 난다. 

 

 

“나한테 할 말 없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지훈의 일렁일렁한 눈망울을 보며, 민현이 씨익 웃었다. 지훈의 볼이 발갛게 물들고 얼굴이 일그러진다. 이내 지훈이 눈을 감고 속삭였다. 

 

 

“좋아해요.” 

 

 

발그레한 볼 위로 눈물이 또르르, 굴러가다 민현의 입안으로 사라졌다. 

 

 

end


 
독자1
헉 넘 좋아요ㅠㅠㅠㅠㅜ지훈이가 민현이 포기할 때는 저도 넘 슬퍼서 찌르르했어요ㅠㅠㅠㅠㅠ 쥬나 왜 포기했어 될때까지 들이댔어야지! 현이는 쥬니가 그렇게 가슴졸여하는 거 알면서도ㅜㅠㅠ 못됐어요ㅠㅠㅠㅠㅠ쥬니 아프게 했으니까 이번에는 행복하게 해주는 내용으로 다음편 기다릴게요 ㅎㅎㅎㅎ
7년 전
비회원64.220
너무 좋아요....너무너무ㅠㅍㅍ퓨ㅠ
7년 전
독자2
지후나!!!!!!#!!!!!! 아 너무 달달하다... 지훈... ㅠㅁㅠ... 민현... ㅏ쁜남자인듯아닌듯...그래도 결말이 마음에드네여!!!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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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새 - 남혜승 및 박상희본 글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조선을 배경으로 나아갑니다.경성블루스 一 돌아가신 아버지가 꿈에 나왔다. 피가 잔뜩 배어 너덜너덜해진 수의를 입고. 꽤 오랜 시간 곪은 듯한 얼굴 상처는 짐승이 뜯어 먹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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