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사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습니다
정전이 났다. 담배를 피우려 불을 붙였을 때였다.
사방이 까맣게 물들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외딴 곳에 나만 홀로 남겨진 기분. 순간 공포심이 내 몸을 휘감았다.
무서웠다. 나는 급히 용국을 찾았다.
“ 용국아. ”
용국이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렸다.
“ 이 집은 다 좋은데 이게 문제라니까. ”
양초 있어요? 용국이 핸드폰 후레쉬를 켜고 나타났다.
“ 담뱃불이 꼭 반딧불이 같네요. ”
용국이 씩 웃으며 말했다.
핸드폰 후레쉬가 턱 아래에서 그를 비추고 있어 무서워 보일 법도 한데
그 때의 안도감이란.
용국은 주방 서랍을 뒤져 양초를 꺼내들고 내 라이터를 가져가 촛불을 켰다.
세 개 정도 켜 놓자 꽤나 밝아졌다.
주황빛 은은한 불빛이 방 안에 감돌았다.
분위기가 바뀌어서 그런지 마치 내 집이 아닌 것만 같았다.
따뜻한 고요 가운데 용국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이쁘다. ”
“ 응 그러게… ”
“ 아니, ”
이쁘다구요. 고개를 돌리니 용국이 아빠다리를 한 채 바닥에 앉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
창밖엔 보이지 않던 별들이 무수히 빛나고 있었다.
내가 거짓말 하는 걸로 보여요?
뒤에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가 등줄기를 쿡쿡 쑤시는 것 같았다.
숨을 쉴 때마다 매캐한 연기가 빈 허파 속을 감돌다 빠져나갔다.
보지 않아도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조금 뒤, 깊게 한숨 쉬는 소리가 나더니 그가 나직하게 말했다.
"...왜? 담배냄새 너무 심한가? "
아니 그게 아니라.. 용국이 답지 않게 조금 머뭇거렸다.
지금까지 뭐라 안하던 애가 그런 말을 하니 나도 조금 당황했었던 것 같다.
그가 우물쭈물 하는 동안 손에 들려있던 담배가 조금씩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곧 용국이 내 눈을 정확히 마주보며 꽤나 몸에 힘을 주고 입을 열었다.
" 저는 안 피거든요. "
"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
그 다음 나올 용국의 대답은 가히 놀라운 것이었다.
" 키스하고 싶은데 못하잖아요. "
입에 뭐가 물려있으면… 용국은 살짝 홍조가 도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담배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앉아있던 용국이 일어나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살짝 주춤 거렸다.
“ 놀리는 것도 작작해. ”
“ 진짠데… ”
한 번도 진심이 아닌 적은 없었는걸요. 내 앞에 선 용국이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담배를 주워들며 말했다.
" 바닥 그을리면 집주인 아주머니한테 혼나요. "
손쉽게 담배를 꺼 버리고 그는 내게 한발자국 다가왔다.
' 놀랐어요? 미안해요. 그런데, ' 용국이 내 두 어깨 위에 양 손을 올렸다.
심장이 쿵, 하고 크게 요동쳤다.
그의 손끝에서 약간의 악력이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들어 용국을 바라보았다.
키 차이가 꽤 나는 구나.
용국은 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아랫입술만 물고 있는 채였다.
" 좋아하는 여자 집을 밤마다 들락날락 거린지 1년이나 지났어요. 나 남자로 안보는 거 알아요. 나도 아는데… "
몇 초간의 정적 후 용국은 그렇게 말하며 내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만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말았다.
정말 하루만이라도.
웅얼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용국의 숨결이 목 아래 부근에 닿았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용국의 이마가 내 어깨에 닿아있었다.
뜨거웠다.
그리고 곧 자세히 듣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작게 용국이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가 적막함 속에서 들려왔다.
나 보기 전에 거울 보면서 몇 번씩 얼굴 확인하고, 의미 없이 짓는 웃음에 그날 하루 종일 설레 보기도 하고, 밤엔 내 생각에 잠 못 자면서 속도 좀 썩어보고 그래봤으면 좋겠어요.
" 난 항상 그랬으니까. "
달빛에 비친 그의 목덜미가 붉게 달아올라있었다.
나는 어찌할 줄 모르고 있다가 두 손을 들어 그의 등을 안았다.
얇은 셔츠 아래로 마른 등뼈가 만져졌다.
용국이, 나의 뮤즈가, 그렇게 위태로워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그의 숨소리가 일정하게 들려왔다. 용국은 곧 허리를 펴고 일어났다.
그의 등을 감싸고 있던 내 두 손은 흐르듯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왔다.
용국이 고개를 들었다. 아직도 눈은 마주치지 못한 채 였다.
눈 아래로 떨어지는 눈물방울이 달빛에 비쳐 반짝거렸다. 나는 그것을 닦아주려고 손을 뻗었다.
엄지손가락에 따뜻한 물기와 젖은 속눈썹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그가 손을 들어 내 손등을 감쌌다.
그리고 자신의 볼에 내 손바닥을 가져다 대었다.
그제야 용국과 눈을 맞출 수 있었다. 깊고 까만, 그의 눈동자.
" 나 지금 이거 착각해도 되는 거 맞죠. "
내 표정이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대답 없는 나를 한참동안 바라보던 용국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내 손바닥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간지러웠다.
가슴 속이.
손바닥보다 더.
" 하, 하지마. "
" …진짜요? "
" …… "
" 대답. "
야릇한 분위기가 우리 둘 사이의 공기를 감싸고 있었다.
그의 정직한 두 눈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용국의 시선을 피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용국의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그리곤 내게서 한 발자국 물러났다.
미안해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손아귀에 힘을 풀었다.
잡혀있던 내 손이 미끄러지듯 그와 떨어지려고 했다. 그 때,
" ...정말 날 좋아해? "
내가 다시 그의 손을 붙잡았다. 정확히는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을.
용국은 놀란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옅게 웃었다.
나는 이 다음 그가 하려는 행동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용국은 곧바로 내가 꼭 잡고 있는 그 손으로 나를 잡아당겼다.
당연히 나는 그의 품에 안기다시피 끌려가게 되었고 내 목 뒤를 용국의 손이 감싸오는 것을 알아챘을 때,
" 좋아해요. "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내 입술 위에 부드럽고 따뜻한 것이 부딪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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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약!!!!!!!!!!!!!
으아 번외까지 끝이 났네요!
댓글 달아주신 분들! 그리고 괴물님!
다들 감사해요
댓글 없었으면 여기까지도 안 썼을듯.. 웅웅..
사실 더 섹시한 짤 쓰고 싶은데 너무 이야기 흐름에 삐죽 튀어나오는 것 같아서ㅠㅠ
엄청 자제 했습니다..
에잇.
아무튼
용국이의 밝은 앞날과 데뷔를 응원합니당!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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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즈 팬미팅 요번주 토요일 실화냐
선착 50명 실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