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적 연애 모멘트 B ; 박우진이 아프다.
우진이.messa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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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우진이에게 아파서 같이 등교를 못할 것 같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 원래 몸이 약한 편이 아니라 우진이가 아팠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는데 아프다니 걱정이 됐다. 거듭해서 괜찮냐고 물어보니 괜찮다고 가벼운 감기라며 오히려 얼른 학교나 가라며 오히려 날 혼냈다. 걱정이 되긴 했지만 괜찮다니 학교가 끝나고 찾아가봐야 겠다 생각해 벌써 많이 지체된 시간에 서둘러 준비를 했다.
***
"오 김여주 오늘도 간신히 세이프."
"나와, 힘들어, 나와!"
교문 앞에 도착해서야 시간이 간당간당 하다는 걸 눈치를 채곤 치마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게단을 두칸 씩 오르며 종이 칠 때 교실에 간신히 입실했다. 숨을 고르고 있는데 박지훈이 다가와 오늘 조회시간에 담임쌤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을 해줬다. 아 문자라도 보내주지! 괜히 뛰었네 진짜. 우진이랑 같이 등교 했으면 이럴 일도 없었을 텐데....
"우진이는?"
"감기라던데..., 학교 끝나고 가보려고."
"야, 야! 너 알아? 박우진 대상포진이래! 그거 존나 아프다던데."
"뭐?"
박지훈과 우진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까 교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이건희에 깜짝 놀라 한대 때려줄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 뒤로 들려온 말이 더 놀라웠다. 뭐? 대상포진? 박우진이?
"담임 아까 교무실에서 막 심각하게 통화하던데? 그래서 오늘 조회도 안들어왔나봄. 알았어?"
"나한텐 그냥 감기랬는데...."
"초기 증상이 감기랑 비슷하데. 그래서 우진이도 감기인줄 알았던거 아니야?"
건희 얘기를 듣고 검색을 해본 건지 휴대폰을 보여주는 지훈이에 쓰여 있는 글을 자세히 읽어보니 간단한 증상은 아닌 것 같았다. 우진이가 내게 감기라고 숨긴 게 -물론 아직 숨긴 건지 아닌 건 진 모르지만.- 무슨 이유인진 몰라도 우진이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심각한 내 표정에 건희가 눈치를 보며 괜찮냐고 물었지만, 나는 지금 우진이에게 섭섭한 마음보다 걱정되는 마음이 더 컸다. 아씨, 박우진 오늘 부모님 일찍 출근하신다 하셨는데. 아까 문자로 병원은 다녀왔다 했고 그렇담 지금은 병원만 다녀온 상태로 집에 혼자 있다는 얘기였다.
"너 어디가냐?"
"조퇴하러. 이거슨 각이야."
"곧 종치는데? 다음 심지어 법정이야. 너 나갔다 조퇴못하고 돌아오면 그냥 끝. 끽."
시간을 보니 딱 9분에서 10분 사이로 넘어가는 그 시간대였다. 아씨, 하필 1교시가 법과 정치야. 법정쌤은 정말 무섭기로 소문이 난 선생님인데 특히 자기 수업시간에 어떤 이유든 늦는 걸 정말 싫어하셨다. 결국 종이 치고 하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쌤이 들어오시고 수업이 시작됐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통 우진이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
"와 결국엔 하냐."
"뭐라 그랬어?"
"그거슨 비밀이다. 안녕!"
가방을 얼른 챙겨 나와 우진이네 집이 있는 방향으로 냅다 뛰었다. 오늘 따라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집 앞에 도착해 엘레베이터를 타면서 우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고 있나? 도어록을 누르고 들어가야 되나... 항상 약속시간에 우진이가 5분 정도 먼저 나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내가 준비를 일찍 끝낸 날에는 이렇게 우진이네 집 앞에서 우진이를 기다리는 일이 몇 번 있었다. 그럴 때 마다 초인종을 누르며 집 앞에서 기다리게 하는게 미안하다며 비밀번호를 선뜻 알려준 우진이였다. -키를 복사해서 주려 하길래 그냥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말렸다.-
- ...여보세요?
"우진아 나 문 열고 들어간다?"
-...그게 무슨, 설마.
뚝, 끊긴 전화에 망설임 없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도어록을 풀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 우진이 말곤 아무도 없는걸 알고 있으면서 괜히 실례합니다도 외쳐봤다. - 우진이 방 안에서 우당탕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방 문을 열고 꽃받침을 한 - 사실 꽃받침이라고 하기도 뭐한게 후드티로 얼굴을 꽁꽁 싸매고 눈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 박우진이 나왔다. ...꽃받침?
"...아픈 와중에 애교야?"
"아니 그게 아니라..."
***
알고보니 얼굴에도 수포가 일어나 보여주기가 싫어 그렇게 얼굴을 꽁꽁 싸매고 나왔다고 했다. 방 안에서 들렸던 우당탕탕 소리는 뭐냐고 물었더니 왼쪽 눈에 난 수포를 가리기 위해 안대를 찾는 소리였다고 했다. - 실제로 나중에 우진이 방을 들어가보니 모든 서랍이 다 열려 있었다. - 결국 못 찾았는지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나온 우진이였고, 언제까지 그러고 있는 걸 볼 수 만은 없어 거실에 있던 서랍에서 구급상자를 꺼내 안대를 찾았다. 우진이네 어머님께선 항상 티비 선반장에 구급상자 큰 걸 보관해놓고 계셨다. - 물론 여기 있던 연고와 밴드는 초등학생 때 부터 자주 다치는 나에게 다 쓰여졌었다. - 안대를 꺼내 우진에게 전해주니 꼼지락 거리던 우진이가 드디어 얼굴을 가리던 손을 내렸다.
"이제 나랑 얘기 할 수 있어?"
"응, 얘기할까?"
...얘기 할까? 하며 날 바라보는 눈빛이 꽤나 초롱초롱 했다.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안대 틈 사이로 벌건 자국들이 보여 괜히 마음이 아팠다. 평소엔 말라서 걱정했던 몸이였는데 얼굴이 티가 날 정도로 부어 있었고 많이 아픈지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아침을 먹지 못했다는 우진이에 밥을 주기엔 무리일 것 같아서 죽을 끓이기로 했다. - 사실 귀찮아서 사오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 - 쌀을 미리 불려놓고 냉장고에서 채소를 꺼내니 쇼파에 앉아 날 지켜보던 우진이가 어느새 빠른 걸음으로 내 옆까지 와 내 손에 들린 채소를 몽땅 가져가 버렸다.
"...뭐하냐 지금."
"이거 싫어, 말고 고기죽."
널 누가 말리냐...
과연 여주는 어떻게 조퇴를 했을까? |
"안 돼."
"아, 쌤 제발요. 네?"
"하... 어디가 아픈데 그래."
"그걸 꼭 말로 해야 아세요...?"
"말로 해야 알지 그럼... 아."
대충 예상한 듯 동공에 지진이 일어난 석훈쌤에 옳다구나 싶어 얼른 더 아픈 척을 했다. 쌤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요...
"쌤 제가 생리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닌데..."
"어..., 어 그래..."
"썜은 진짜 얼마나 아픈지 모르실거에요... 진짜 엄청 아픈데..."
"진짜 안에서 김재환이랑 이건희 삼백명이 뛰어다니는 것 같다니까요? 막 요즘 유행하는 나야 나 춤을 뱃 속에서 엄청 추고 있다구요!"
"야, 그만! 넌 무슨! 그래 해라 해. 어?"
이렇게 된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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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은 항상 받고 있습니다.)
♡희동이♡
우진아 꼭 데뷔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