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아빠 박지훈
박지훈의 부모님은 되게 좋으신 분 같았다. 아, 이제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해야하는건가. 아무튼,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모시고 오면 어떡하라고!─집에 있는데 얼마나 꾸미고 있겠는가─ 어머님이 되게 예쁘셨다. 아, 아버님도 외모에 한 몫 하셨다. 이래서 박지훈같은 얼굴이 나온거구나 생각했다. 지훈아, 넌 부모님께 감사하면서 살아야돼. 물론, 나도 너를 낳아주신것에 감사하지만. 아, 어머님은 반찬거리를 싸오셨다. 손이 크신건지, 아니면 일부러 많이 먹으라고 많이 해오신건지, 양이 상당했다. 갈비에, 온갖 나물에, 장어… 그래, 몸에 좋으니까 다 좋다. 이건 장어라며 호호 웃으시는데 박지훈이 멋쩍은 반응을 하며 내 눈치를 봤다. 뭐, 어때. 몸에 좋은 보양식인데.
어머님이 얘기를 하시면, 나와 박지훈은 대답하며 듣고, 아버님은 그냥 잠자코 듣고만 계셨다. 되게, 과묵한 스타일이셨다. 어머님은, 지훈이를 받아줘서 고맙다는 말씀도 하셨고, 스물 세살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튼 내 손을 잡으시며 미안하다고도 하셨다. 나는 당연히 극구부인했다. 그리곤, 어머님은 정훈이를 보시더니 너무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다행히, 정훈이는 피하지 않았고, 오히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어머님은 뭔가 생각나셨다는듯, 아! 하고 단발마의 소리를 내셨다. 그 소리에 네? 라고 여쭙자, 곧 상견례를 해야 할텐데. 라고 말씀하셨다. 아, 상견례. 그렇지, 해야지. 작게라도 해야지. 어머니는 어떻게 생각하시니? 라고 물으셨고, 나는 아직 우리 엄마와 그 얘기는 해보지 않아서 그건 잘 모르겠다고 말씀드렸다. 여보, 어떻게하면 좋겠어요? 되도록 빨리 잡아야지, 뭐. 드디어 아버님이 한 마디 하셨다. 목소리가 꽤 매력적이셨다. 엄마한테 얘기를 해봐야하나.
어머님은 신혼 집에 너무 오래 앉아있는것같다고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상견례 문제는 박지훈을 통해 의견을 전한다고 하셨고, 또 보자며 손을 격하게 흔들어주셨다. 말이 없으시던 아버님도 마지막엔 잘 있으라고, 박지훈에게 새아가 너무 고생시키지 말라고 당부 아닌 당부를 하시고 현관문을 나서셨다. 어머님과 아버님을 배웅해드리고, 거실로 가려고 하는데, 박지훈이 갑자기 뒤에서 나를 안았다. 왜그래? 라고 묻자, 너무 좋아서. 라고 대답했다. 그냥,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서. 그리고, 너도 너무 좋아서.
그러자 옆에 있던 정훈이가 자기도 안아달라며 나와 박지훈 사이로 들어오려고 낑낑댔다. 나는 박지훈이 금방 나를 놓아 정훈이도 안아줄거라고 예상했는데, 박지훈은 나를 더 꼭 안더니, 안 돼. 네 엄마 나만 안을거야. 라고 말했다. 박지훈의 말에 정훈이는 울상을 짓는거 같더니, 이내, 흥! 하고 삐져 혼자 거실 소파에 앉았다. 애한테 왜그래! 라고 말하고 나를 안고있는 박지훈의 손을 풀어 소파에 앉아있는 정훈이에게로 갔다. 정훈이, 엄마가 안아줄게.
" 와, 잠시만. 이름이 너 내가 좋아, 정훈이가 좋아? "
" 뭐? "
" 네 남편은 난데. "
" 지금 애한테 질투하는거야? "
박지훈은 고집 아닌 고집을 부렸다. 애한테 질투하는 꼴이라니… 둘 다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그랬더니, 박지훈이 나 지금 진지한데 웃어? 라고 말했다. 아니, 솔직히. 얘는 크면 장가갈텐데, 그럼 네 옆엔 나밖에 없잖아. 라고 현실을 즉시해줬다. 정훈이가 장가가려면 몇 년이나 남았는데. 허허, 헛웃음을 치니 자기는 진지하다며 찡찡거렸다. 그러자, 정훈이가 옆에서, 아빠, 엄마는 내가 더 좋대. 라고 확인 사살을 해주었다. 그러자, 박지훈은 삐죽 나온 입으로, 네 엄마 내 거 거든! 이라고 소리치고 제 방으로 들어갔다. 정훈아, 너네 아빠 왜 저러니. 엄마가 너무 좋아서 그런가봐.
문까지 걸어잠구고 단단히 삐졌나보다. 열쇠가 어디있지 찾다가, 보니까 열쇠를 찾는게 아니라, 볼펜심 뒤쪽으로 꽂으면 열어질거같아 그렇게 해봤더니, 정말 딸깍 하고 열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어보자, 침대 위에서 이불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쓰고 있는 박지훈이 보였다. 박지훈, 삐졌어? 아무 반응이 없었다. 지훈아, 삐진거야? 이번에도 역시. 지훈아아, 삐졌냐구.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 여보야, 난 정훈이보다 여보가 더 좋다. "
" … 진짜야? "
" 아, 뭐야. 싱거워. "
" 다시 말해봐. "
" 뭘? "
" 여보라고. "
비장의 무기를 사용해야겠다 생각하고, 두 눈 꼭 감고, 박지훈이 그렇게 쓰길바랬던, 난 정훈이보다 여보가 더 좋다. 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다? 싶었는데 이어 진짜야? 라고 말하며 이불을 걷어내고 나와 눈을 맞추는 박지훈이었다. 여보라는 말에 이렇게 빨리 화가 풀릴수가. 너무 싱거운거같아서 아, 뭐야. 싱거워.라고 말했더니, 좀 전과는 조금 다른 표정으로, 다시 말해봐. 라고 말했다. 뭘 다시 말해보라는 건지 모르겠기에, 뭘? 이라고 물었다.
여보라고. 안 돼. 남발 안 할거야. 그럼 나 또 삐진다? 진짜, 애기네, 애기야. 어떻게 정훈이보다 더 애기야? 나 진짜 삐져? 아, 알았어, 여보.
" 진짜 듣기 좋다. "
" 그렇게 좋아? "
" 당연하지. "
" … … 나도 좋아. "
여보라는 말에 박지훈이 저의 팔로 내 팔을 끌어당겨 침대에 눕게 했다. 그리고, 제 품에 나를 넣고는, 진짜 듣기 좋다. 라고 말했다. 이렇게 침대에 누워 안긴 적은 또 처음이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분명, 엄청 빨개졌을것이다. 그렇게 좋아? 당연하지. 너무 당연하게 말하는 박지훈에, 나도 좋아. 라고 말했더니, 박지훈은 내 뒷통수를 잡고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
──
박지훈에게 안긴채로 잠이 든 것인지, 잠에서 깼을땐,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 깼다. 정훈이는 어떻게 잤는지 싶어 이불을 개고 거실로 나가보았다. 저번 풍경과 비슷하게, 정훈이는 거실에서 혼자 놀고 있었고, 박지훈은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뭐야? 정훈이 유치원 데려다주고, 우리는 학교가야지. 얼른 와서 먹어. 다 됐어. 엥? 잠시만. 유치원이라니? 정훈이는 분명 어린이집을 다녔는데. 그 박지훈이 보고 화난 어린이집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유치원이라니? 물음표 백만개를 단 표정을 박지훈이 봤는지, 내가 어제 집 처분하면서 정훈이 유치원도 등록했어. 라고 말했다. 헐? 아니, 상의도 없이? 뭐, 그게 싫다는 말은 아니다. 분명 어린이집 보다는 유치원이 정훈이에게도 도움이 더 될것이라는것을 잘 아는데, 박지훈… 나때문에 너무 고생하는 거 같다.
" 오늘은 강의 몇 개 있어? "
" 오늘 네 개 였나? 맞는 거 같아. "
" 수정이 만나? "
" 만나지 않을까? 그건 왜? "
" 혼인신고서. "
아, 주말에 못했으니까 오늘 해야하구나. 뭐, 그럼 오늘은 수정이 못 만나겠다. 라고 말하자 살짝 긴장한거같았던 박지훈의 표정이 환한 미소로 바뀌었다. 난 또, 네가 다음에 가자 할 줄 알고 괜히 맘 졸였네. 수정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수정아, 너한테도 주말에 있었던 이 스펙타클한 모든 일을 나중에 언젠간 설명해줄게.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할 건 해야지.
" 학교 끝나고 정훈이 챙겨서 데리러 갈게. "
" 응, 그래. …뭐? 정훈이 챙겨서? "
음, 계란말이가 맛있네. 무려 치즈 계란말이라니. 진짜 남편 하나는 잘 둔 것 같다고 밥먹을때마다 생각한다. 박지훈은 그런 잘먹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입을 열었다. 학교 끝나고 정훈이 챙겨서 데리러 갈게. 맨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나의 포커스는 '학교 끝나고 데리러 갈게.' 라서 고개를 끄덕였는데, 생각해보니까 뭐? 정훈이를 학교에 데리고 온다고? 네가? 미쳤어?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싶어 박지훈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이 참에 성이름이는 내 여자다, 알릴까 싶기도 하고. "
" … … "
" 우리 아들 이렇게 잘 생겼다, 알릴까 싶기도 하고. "
" … … "
" … 우리 과에 너한테 관심있는 애들 많단 말이야. "
+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사족은 조금 길지 않을까 싶어요.
어제로써 프로듀스 101 데뷔 멤버가 나오고, 공식 팀이름도 나왔는데,
이 글이 끝날때까지는 [프로듀스101/박지훈]이라는 카테고리를 계속 달까 싶어요.
이 작품만 끝나면 다음 작품부터는 아마 [워너원/박지훈] 으로 바뀌겠죠?
한 작품은 똑같은 카테고리로 끝내고 싶은 쭈구리한 작가의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번에도 초록글에 올랐어요! 항상 여러분 덕분입니다.
제가 원래 몸이 좀 약한데, 거기다가 지금 고삼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가 깨질지경이지만,
우리 독자님들 위해서 이렇게 시간 쪼개서 몇 자 씩 적고있어요.
그러니까, 항상 사랑해요 여러분.
다른 작품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이 작품까지는 끝까지 같이 갑시당!
[인연] [절편] [돌하르방] [자두] [카레] [유자청] [솦] [수닝][꾸쮸뿌쮸] [현] [나뱅] [지부] [■계란말이■] [휘]
[셩] [딥챙] [윙크지훈] [롱롱][40745] [나로] [0618] [천령] [에클] [99] [블리블리] [딸기사탕] [내마음속에저장]
[이킴] [월하][지후니] [뚱바] [도리도리] [다솜] [쀼쀼] [모과꽃] [윙밍이] [말랑젤리] [찬아찬거먹지마] [유닝] [윙쿠]
[윙깅] [자몽사탕] [안녕] [하설] [박지후니] [몽구] [망개몽이] [현쿠] [슈우] [사용불가] [QQ] [동동] [마지]
[치자꽃길] [숙자] [예희] [윙망고] [아날로그] [지훈아 큥!] [말랑젤리] [오알] [사랑아 지훈해] [꾸루] [상큼쓰]
[애정] [빼빼로] [쥬쥬][지후이][조각 ][밍밍이][호망꾸][꿀돼지] [괴물] [오만원]